‘1천만 달러 사나이’ 저스틴 로즈의 20년 전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43)가 감동적인 황제의 귀환 퍼레이드를 펼쳤다면 저스틴 로즈(38·영국)는 아슬아슬하게 ‘1천만 달러’를 거머쥐는 생애 최고의 실속을 챙겼다.
2라운드까지 타이거 우즈와 함께 공동 선두에 나섰던 저스틴 로즈는 1천만 달러와 함께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듯했지만 질풍노도와 같은 우즈의 플레이에 압도되어 1천만 달러를 놓칠 위기를 맞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 BMW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키건 브래들리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페덱스컵 랭킹 2위에 오른 저스틴 로즈는 최종전에서 18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킴으로써 페덱스컵 누적 포인트 1위로 1천만 달러의 거금을 쥐었다.
당초 플레이오프 1, 2차전 우승자 브라이슨 디섐보와 저스틴 로즈가 1천만 달러를 놓고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디섐보가 3, 4차전에서 부진한 바람에 저스틴 로즈가 잭 팟의 주인공 1순위로 부상했다.
그러나 우즈의 질주로 마지막 라운드 18번 홀을 마치기 전까지 1천만 달러의 주인은 점칠 수 없었다. 저스틴 로즈가 공동 5위 밖으로 밀리면 누적 포인트가 타이거 우즈에게 뒤져 우즈가 우승과 함께 1천만 달러를 독식할 수 있었다.
저스틴 로즈는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킴으로써 공동4위를 지켜 한 타 차이로 1천만 달러를 거머쥐는 일생일대의 행운을 맛봤다. 우즈도 누적 포인트 2위로 우승상금(162만 달러) 외에 보너스상금 300만 달러를 받았고 3위 디섐보도 200만 달러를 받았다.
타이거 우즈의 장엄한 플레이 때문에 저스틴 로즈는 1천만 달러를 챙긴 행운의 주인공으로만 비쳤지만 그의 어린 시절을 톺아보면 그를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많은 인생의 변곡점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1998년이 가장 극적인 변곡점이었다.
1980년 7월30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11개월 때부터 아버지가 선물한 플라스틱 골프클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5세 때 영국으로 이주한 그는 햄프셔 집 근처 하트리 윈트니CC를 드나들며 골프에 열중, 11세 때 18홀 스코어 70을 깼다. 14세 때 그의 핸디캡은 1이었다고 한다.
17세 때 미국과 영국·아일랜드 연합팀간의 아마추어 국가대항전인 워커컵 대회에 최연소의 나이로 참가할 정도로 그의 골프기량은 천재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는 1998년 잉글랜드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GC에서 열린 제 129회 디 오픈에 아마추어로 참가, 당당히 공동 4위에 올라 아마추고 최저타 선수에게 수여하는 실버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세계적인 선수들 틈에 끼어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치던 앳된 미소년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 대회 참가자 면면을 보면 저스틴 로즈가 얼마나 뛰어난 경기를 펼쳤는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마크 오메라(당시 41세)가 우승했는데 역대 최고령 우승자 기록을 세웠다. 브라이언 하트가 2위, 타이거 우즈가 3위를 차지했고 짐 퓨릭, 예스퍼 파네빅, 레이몬드 러셀이 저스틴 로즈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데이비스 러브3세(8위), 비욘 토마스(9위), 데이비드 듀발(11위), 비제이 싱(19위), 어니 엘스, 세르히오 가르시아, 마루야마 시기키(이상 29위), 필 미켈슨(79)이 한참 뒤를 이었다.
최경주를 비롯해 톰 왓슨, 게리 플레이어, 코리 페이븐, 리티프 구센, 맷 쿠차, 존 댈리 등 세계 골프계의 유명인사들이 컷 탈락했다.
저스틴 로즈는 대회가 끝난 다음날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 당시 나이가 18세니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일이다.
이후 유럽투어와 PGA투어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려 로리 매킬로이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섰다.
2010년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우승, 2013년 US오픈 우승 등 매년 승수를 쌓아 PGA투어 통산 9승, 국제대회 11승을 올렸다. 2016년엔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 대영제국 훈장까지 받았다.
특히 올해 그의 상승세는 가팔랐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십, 포트워스 인비테이셔널 등에서 2승을 올렸고 디 오픈에서 2위, 이번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에 올라 세계랭킹 1위를 꿰어 찼다.(투어 챔피언십 직후 더스틴 존슨에게 1위를 내주었지만)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화려한 행진과 함께 저스틴 로즈의 대반격도 볼 만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