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해발 4,130m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에 올라섰다.
백두산 보다 더 높고 대만의 최고봉 옥산(3,952m)이나 일본 후지산(3,776m)보다
높은 곳에 우뚝 섰다.
드디어 해 냈다는 성취감에 만세가 절로 나온다.
주님의 은총에 힘입어 무사히 오름을 감사드리며 주모경을 받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그 동안의 회한과 만감이 교차하다 보니 어떻게 주체를 할 수 없다.
그냥 펑펑 운다.
저 아래로 찬구,한나 남매와 셀퍼 궁가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오르고 있다.
ABC 롯지 안에는 이 곳을 다녀 간 세계 각지의 등산객들이 남겨 놓은 자취로 가득하다.
사진을 붙이기도 하고 메모를 하거나 단체의 깃발을 걸어 놓기도 하는데,
우리는 알렉산델 형제님의 마라톤 참가 기념 티셔츠에 각자의 염원을 담아 걸어 놓기로 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 어둑해 지는데, 분지 동쪽에 있는 마차푸차레는 여전히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롯지 뒤편에서 안나푸르나 주봉(8,091m)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한다.
뒤늦게 도착한 두 분의 수녀님까지 모두 무사히 올랐다.
다 왔다라는 안도감에 휴식을 취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여전히 숨은 가쁘고 가슴이 미슥거려서
영 기분이 말이 아니다.
쉬고 있는데 셀퍼 레상과 궁가가 팝콘을 튀겨 내 놓는다.
우리는 거의 녹초가 됐는데 이 들은 지친 기색이 전혀 없다.
역시 산사나이들이라 남 다른데가 있다.
롯지 안이 갑자기 붉게 물든다. 밖을 내다보니 일몰의 기운이 산 정상을 휘감기 시작했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 기념촬영에 열을 올리는데, 5분도 되지않아 금방 사라진다.
저녁식사에 야채튀김, 고추무침, 콩조림 등 반찬이 다양하게 올라 왔는데,
대부분 숨이 가쁘고 가슴이 미슥거려서인지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대부분 롯지 안의 모습이 이렇다.
합판으로 칸막이를 하거나 벽돌로 쌓은 곳은 그나마 좋은 롯지에 속한다.
2~6인용 객실에 침대와 베게가 전부.
낮에는 영하 1도 안팎이지만, 밤에는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져서 몹시 추운데,
모든 롯지에 난방이 안되서 동계용 침낭은 물론이고 보온양말에 오리털 파카나 솜바지를 입고 자고
고산병 예방을 위해 반드시 털 모자를 쓰고 자야 한다.
워낙 산소가 희박하다보니 핫팩도 6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금새 식어 버린다.
그나마 저녁식사 후에 물병 가득 부어 주는 뜨거운 홍차를 품에 안고 자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워낙 고지대이다보니 물이 귀해 아침에는 식어버린 홍차로 양치질을 해야 한다.
물이 귀하고 온수 또한 없어서 대부분 물휴지로 대충 닦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잠을 청하려고 누웠는데, 이번에는 침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고산병 증세가 잠자리에 누워서 부터 나타난다고 하는데 심히 걱정이 된다.
그저 천천히 깊게 내쉬며 잠들기를 청해 볼 수 밖에 없다.
별 사진을 찍기 위해 새벽 4시경에 눈을 떴는데 침도 잘 넘어 가고 머리도 아프지 않다.
내게는 고산병을 주지 않으셨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롯지 밖으로 나와보니 달빛이 너무 밝아 실망스러운데 롯지 뒤편으로 올라 안나푸르나 쪽을 바라보니
으~~~~~~~~~~~~~~~아~~~~~~~~~~~~~~~~~악!!!!!!!!!!!!!!!!!!!!
모두 잠들어 있는 롯지에서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모두 깨우고 싶을 정도로 혼자 보기 너무 아깝다.
그야말로 별이 쏟아 진다.
어릴 적 봤던 그 별밤보다 몇 겹의 하늘이 더 있는 것 같다.
바람소리만 귓가를 스치는 가운데 산중의 고요함을 별폭포가 흐트러 놓는다.
잠시 할 말을 잃고 넋을 놔 버렸다.
낮에는 구름에 휩싸여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해발 8,091m 안나푸르나 주봉이
별빛아래 뚜렷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