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에 몰려온 ‘성덕’들
중앙일보
입력 2024.07.05 00:22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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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문화선임기자
지난달 말 닷새 동안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올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시작 전 잡음이 있었지만, 흥행은 대박이 났다. 총 19개국 452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해 대비 약 15% 늘어난 15만명이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서 체감한 관람객 중 2030 여성 비율이 80%에 달했고, 폐막 후에도 각종 ‘인증샷’과 후기들이 소셜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가뜩이나 줄어드는 독서 인구에 근심·불안이 큰 출판업계로선 간만에 콧노래가 나올 만하다.
이 같은 흥행 뒤엔 몇 년 전부터 거세진 ‘팝업 전시’ 트렌드가 있다. 이 전시에 와 있는 나, 이런 트렌드에서 뒤처지지 않는 나를 독려하는 ‘인스타 마케팅’이 봇물이다. 그 흐름이 책을 통한 ‘있어빌리티’(허세)로 향한다면 관련 업계로선 그나마도 위안 삼을 일이다. 게다가 도서전까지 찾는 이들은 책을 ‘패션 소품’으로 대하는 걸 넘어 자신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하는 성향이 있다. 온라인에서 당일 배송 가능한 책을 굳이 출판사 부스까지 찾아가 사는 건 비슷한 공감대 속에 연결되고 싶은 욕구 외엔 설명하기 어렵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선 도서 전시, 강연, 사인회 등 450여 개 프로그램에 15만 명이 몰렸다. [연합뉴스]
“요즘 젊은 독자들은 소비 앞에 정직하다. 굿즈이건 저자 사인본이건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의식이 뚜렷하다”고 출판사 돌고래의 김희진 대표가 말했다. 돌고래에서 나온 정서경 작가(영화 ‘아가씨’ ‘헤어질 결심’ 각본)의 『나의 첫 시나리오』는 2만5000원 정가에도 100명 한정 사인본을 사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섰다. 팬심과 ‘덕질’(취미에 몰입)이 일상화된 세대에겐 저자뿐 아니라 편집자, 디자이너, 심지어 마케터까지 ‘덕질’의 대상이다. 도서전은 이들과 만나는 팬 미팅 현장이니 “○○를 만나 성덕(성공한 덕후) 됐다”는 후기가 줄 잇는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반응-“사기만 하면 뭐하느냐, 책을 읽어야지”. 실제로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에 책을 읽는 사람 비율은 43%이고 연간 독서량도 3.9권에 그쳐 역대 최저다. 세계 최상위 스마트폰 보급률이나 OTT 가입 증가율을 고려하면 새삼스러운 결과도 아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것. 어차피 이전에도 구매한 책 다 안 읽었다. 전후 베이비부머를 노렸던 세계문학전집이나 1980~90년대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사회과학·인문과학 단행본 호황은 그 시절의 ‘있어빌리티’를 정조준한 결과였다. 마찬가지로 지금 세대의 욕망은 개별화된 취향을 콕 집어 리드할 수 있는 소규모 큐레이션에 가 있다. 책은 그걸 매개하는 1차 재료일 뿐이다. 이를 꿰뚫어 본 어느 출판사 부스엔 인스타그램에서 인용한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다.〈Q. 안 읽는 책을 사놓는 사람
을 부르는 말은? 오답: 지적 허영, 정답: 출판계의 빛과 소금>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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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