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암봉에선 신선이 부럽지 않다 장암봉은 그야말로 하늘 위의 정자다. 노송이 지붕이 되어 해를 가리고, 높고 사방으로 까마득한 바위벼랑은 하늘의 정자를 떠받치고 있다. 남으로 저 아래 굽이굽이 청풍호가 내려다 보이고 장암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산의 용아장성릉 같은 기암괴봉 바위등성이는 전시대의 수석들 같다. 능강계곡 너머로 망덕봉과 금수산이 조망되며 북으로 학현골짜기 너머에는 동산과 작은동산, 작성산 등이 조망된다. 멀리 월악영봉도 보인다.
우리는 이 하늘의 정자에서 신선 흉내를 내며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마친 우리는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벼랑 아래에서 장암봉의 바위벽 아래로 난 길을 따라 20여 분을 동쪽으로 나아갔다. 머리를 잔뜩 뒤로 젖히면 높은 암벽 위가 보인다. 바로 장암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인 것이다.
능강계곡 쪽으로 뻗은 작은 등성이에 길 흔적이 보였다. 잘 살피지 않으면 길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등성이의 희미한 길을 따라 1시간 쯤 걸려 능강계곡에 내려섰다. 여기서부터 길이 좋다. 능강계곡은 사람들이 이르는 말처럼 아름다웠다. 넓은 암반을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가 하면 폭포도 있고 못과 소도 있다. 어름골 안내 표지는 있으나 능강구곡의 표지는 없어 구곡을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취벽대는 사진에서 보아 알아볼 수 있었다.
능강계곡의 아름다운 멋에 취하여 내려가다 보니 금수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길가에 많은 탑을 쌓아 놓았고 들머리 멀리까지 길가에 굵은 돌을 늘어놓아 보기가 좋았다. 능강계곡에 내려선 지 50분쯤 되어 차를 세워 둔 계곡의 들머리에 이르렀다.
장암봉에서 능강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아직은 이용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길이 희미하고 험해서 길을 놓치기 쉽다. 산에 상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들어서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총 6시간의 산행이었다.
/ 글·사진 김홍주 소산산행문화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