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대회를 나가는 전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적이 거의 없었을텐데 어제는 하여간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생활의 일부이고 한술을 더 떠서 잘먹고 행복하려고 뛰는 것이니...
6시에 일어나서 전날 챙겨놓은 옷으로 갈아입고 차를 몰아 나가는데 비가 내리고 있다.
모자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일기예보에는 7시 이후에 그칠거라고 나오지만 이미 '예보'가 아닌 '중계'이기 때문에 믿지 못할 자료.
안선생님 부자를 태우고 월드컵경기장으로 가서는 두철을 만나 넷이서 함께 군산으로 달려간다.
강산이를 위해서 신청한 5Km인데 정작 녀석은 과써클의 MT를 가는 바람에 참가도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거참!
군산에 도착해서도 조금씩 이슬비 수준으로 내리기는 하지만 바닥이 젖은 것 이외엔 달리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오히려 해가 비치지 않으니 기온이 12℃내외로 안정이 되서 오히려 좋은 조건이 될 듯.
짧은거리를 달리는 대회라 몸을 충분히 풀고 출발점에 서야 되지만 목표와 의욕이 없다보니 그게 잘 될리가 없다.
하긴 이렇게 몸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욕심을 내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겠지!
8시 엘리트 출발이후 마스터즈 풀코스, 하프, 10Km가 순차적으로 나가고 5Km는 최대인원을 자랑하며 트랙에 늘어서는데 아마 뒷줄은 경기장 밖으로 나갈 것 같은데...
전에 새만금 비응도에서 열렸을땐 결승점에 되돌아 올 때까지 아직 출발도 못한 사람들이 보이기도 했었으니...
출발 직후에 경기장을 빠져나가 큰길에 이르기까지도 엄청 조심스럽다.
워낙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첫 1Km지점에서 힐끗 시계를 보니 1'50"를 가리키고 있다.
작년에 1'40"로 달렸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무리하지 않고 있다는 굿뉴스.
여자 선두 두사람과 이 즈음에서 작별을 하고 대열을 조금씩 잡아가며 정속을 유지하는데 이후부터는 아예 시계도 보지 않고 랩타임도 누르지 않고 그냥 달린다.
반환점 직전에 한사람이 앞서 나가고 이후로는 그 사람과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는데 결국 결승점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이 그대~로 달려 19:47가 찍힌 것 같다. 순위는 9위.
두철은 경기장으로 꺾어지기 전까지 계속 시야에 있었는데 결국 작년에 나처럼 골인은 6위, 결과로는 5위로 올라갔다.
10Km부문에 참가한 안선생님 부자는 지난번 고창대회 때보다 기록을 당겨 49분대에 들어왔다고 내심 만족해하는 표정.
달리기가 워낙 빨리 끝났기 때문에 여가를 누릴 시간이 엄청나게 주어진다.
대회장 주변을 돌면서 맥주 시음회도 껄떡거리고 걸그룹 공연하는 데서도 오빠부대로 소리도 쳐보고 남들 먹거리 받아다가 먹는 것도 구경하면서...
전주로 돌아와 두철은 아들내미 병원에 데리고 가느라 바로 헤여졌고 남은 세사람은 월드컵사우나에서 느긋하게 몸을 담그며 휴식, 이후에는 한신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위기자랑 만나서 중인리 수타면 중국집으로 가 짬뽕, 물짜장, 탕수육으로 푸짐한 점심식사를 하며 지난주에 이어 출근부에 도장을 찍는다.
식사 후에는 독배고개를 넘어가 금평저수지와 동곡리를 둘러보고 구성산 고개를 넘어가는 오프로드 드라이빙. 선암리로 내려가 금구와 이서를 거쳐 혁신도시에서 위기자를 내려주며 마무리.
아침 이른 시각부터 참 부지런하게 많이도 돌아다녔다.
달리기는 가장 짧은 5Km였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