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없다”며 6·25 용사들 약값 지원 못한다는 정부
김동현 기자
입력 2021.06.14 04:16
국가보훈처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참전용사들을 국민과 함께 기억·감사하고자 '이웃에 영웅이 산다(Our Neighbor Hero)' 캠페인을 오는 25일까지 진행한다.
사진은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 건물 외벽에 걸려있는 '이웃에 영웅이 산다' 현수막./국가 보훈처
경상북도 경산시에 사는 조규식(90)씨는 한 달에 두 번 병원을 찾는다. 6·25 참전유공자인 그는 전쟁 당시 총탄이 스친 후유증으로 허리와 어깨 통증을 평생 달고 살았다. 당뇨와 전립선 통증에, 작년에는 폐렴까지 재발했다. 이 노병(老兵)에겐 매달 34만원의 ‘참전 명예수당’이 나오지만, 수당 대부분을 약값으로 쓴다. 조씨는 “총 8개 약을 먹는데, 한 달에 3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조씨가 국가로부터 약값을 지원받으려면 전국 6곳뿐인 보훈병원으로 가야 한다. 서울과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 하나씩 있다. 이곳에선 참전유공자 진료비의 90%, 약제비(藥劑費)는 최대 전액을 지원해준다. 조씨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구보훈병원까진 버스 타면 2시간, 승용차로도 1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대부분 80~90대로 거동이 불편한 참전유공자들이 그렇게 긴 거리를 이동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씨는 “허리도 제대로 못 펴는데 대구까지 갈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대신 그는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전국 421곳의 민간 위탁병원을 이용한다. 동네 곳곳에 위치해 찾기 편하지만, 이곳은 진료비만 90% 지원해줄 뿐 약값은 예외다. 결국 조씨처럼 거동이 불편한 경우 사비(私費)로 전액을 내야 한다. 참전유공자법 시행령에 ‘위탁병원의 경우 약제비용은 제외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조씨는 “명예수당을 모두 약값으로 쓰니 ‘명예’라는 명분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했다.
강원도 강릉시에 거주하는 6·25 참전유공자 김영호(90)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는 “질환이 하나씩 늘 때마다 약값은 천정부지로 뛴다”며 “부담스럽지만 살기 위해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9년 국가보훈처에 제도를 개선하라고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예산 부족”이 이유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권익위 권고를 받은 2019년엔 이미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돼 있어 반영하지 못했고, 2020년엔 예산안에 반영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최종 예산안에서 빠졌다”며 “참전유공자분들의 불편을 알고 있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제도 개선을 권고한 국민권익위 측은 “위탁병원을 이용하는 분들은 격오지에 살거나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한, 참전유공자 중에서도 더 약자(弱者)인 분들”이라며 “계속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권고 이행을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사이, 매년 2만명가량의 참전유공자가 세상을 떠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전국의 참전유공자는 26만1360명. 이 중 절반 이상이 75세 이상이다. 시민단체 ‘국가유공자를 사랑하는 모임’의 노용환 대표는 “유공자를 대변해야 할 단체인 국가보훈처는 ‘노력 중’이란 말만 반복한다”며 “이제 약값 지원이 참전유공자에 대한 정당한 예우가 아니라 그저 어르신들의 하소연 정도로 전락해버릴까 두렵다”고 했다.
지난달 국회에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대표 발의에 나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측은 “참전유공자를 예우해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을 갖고 있는 국가라면 당연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며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구하는 등 근시일 내 반드시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국보훈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열 영남이공대 교수는 “미국·호주·대만은 국가 예산 중 보훈 관련 비율이 3%에 가깝지만 우리나라는 1.7%에 그친다”며 “보훈처에 자체 예산권을 주는 등 권한을 강화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울 문제”라고 했다. 그는 “위탁병원까지 약제비를 지원한다 해도, 연간 소요 예산은 70억~11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복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지만, 보훈은 ‘전쟁부터 사후(死後)까지’란 생각으로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보훈의 진짜 의미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ase is a greater threat to progress than hardship.
관련 기사
운동권 예우法? 진짜 민주화 유공자는<br> 6·25때 나라 지킨 분들
운동권 예우法? 진짜 민주화 유공자는
6·25때 나라 지킨 분들
6·25 둥이 “1억 기부하겠다” 문의… 보훈처·국방부·외교부 서로 떠넘겼다
6·25 둥이 “1억 기부하겠다” 문의… 보훈처·국방부·외교부 서로 떠넘겼다
사회 많이 본 뉴스
박범계 “김학의 수사팀 이해상충” <br>법조계 “김학의도 가만 있는데?”
박범계 “김학의 수사팀 이해상충”
법조계 “김학의도 가만 있는데?”
“상사 폭언·성희롱에 괴로워해" <br>포항 40대 여성, 극단적 선택
“상사 폭언·성희롱에 괴로워해"
포항 40대 여성, 극단적 선택
손님은 웃돈, 기사는 추가 수수료 <br> '택시 호출 독점' 카카오만 웃는다
손님은 웃돈, 기사는 추가 수수료
'택시 호출 독점' 카카오만 웃는다
100자평103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관심순최신순찬성순반대순
곽성철
2021.06.14 06:13:22
5.18유공자자식들 지원해줄돈이나 민주화운동 보상해줄돈은 남아도는데 진짜 나라를위해 싸우신 어르신 지원해줄 돈은 없다는게 말이되나?
답글
1
1065
0
한제희
2021.06.14 06:11:39
이게 공수부대 나왔다고 자랑하는 정부 대가리가 하는 짓이다. 빚내서 지들 것처럼 하면서 호국 보훈의 달 깊이 생각하자
답글작성
838
3
황조연
2021.06.14 06:22:38
더런 욕 막 나온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답글작성
772
0
김영기
2021.06.14 06:33:33
5.18 세월호는 지원예산이있고 호국용사들에게는 지원예산이없는나라 바로 문재인정부다.
답글작성
329
1
이항규
2021.06.14 06:33:19
나라를 지킨 거북선보다도 세월호가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문재인 정부....말해서 뭣하겠나?
답글작성
303
1
김한열
2021.06.14 06:38:00
국가를 위해 공산주의자 들과 싸워 나라를 지킨 분들에 대한 대우가 어찌 수학여행 가다 죽은 애들보다 ?▤?대접을 받고 있느지. 또한 518은 그후손까지 혜택을 주고 있으면서 참전용사를 너무마 무시하는 풍토를 바꾸어야 한다.
답글작성
294
1
이재화
2021.06.14 06:42:10
보수 정권때 좀 해달라 그러지. 닭이랑 명박이 있을 때 뭐하다 이제 징징징
답글
4
6
262
이종만
2021.06.14 06:45:01
선심 쓰고 생색 내는데 쑈 하고 퍼주는데는 예산을 펑 펑 써주면서 625 때 북조선 사랑하는 나라와 싸운 미운 오리새끼들 참전용사는 적으로 생각하는거지 아까워 한푼도 못준다 이거지 늙었으니 죽어라 니넘들 때문에 통일이 안?榮?뭐 이런거지?
답글작성
211
1
서종희
2021.06.14 06:23:02
ㅍㅎㅎㅎㅎㅎㅎ 어벙이가 욕 처먹을짓만 골라서 하네 어벙한것이 무능하기까지 하네
답글작성
190
1
이원열
2021.06.14 06:52:46
반통일세력으로 보는 거지. 간첩도 민주화로 덧씌워 수십억씩 퍼주는 자들이. 솔직히 참전용사분들이 사실 몇분이나 생존해 있니 그 90넘은 노인들 몇분된다고 예산 타령이냐?
답글작성
185
1
이동주
2021.06.14 06:40:51
쪽지예산 넣기 위해 애쓰는 국회의원들아. 뭐하니? 망할 자식들
답글작성
172
1
이원열
2021.06.14 06:53:42
적은 청와대에 있어.
답글작성
158
1
서성진
2021.06.14 06:51:48
정부 "대변인" 왈 표가 몇개 않되무로 삭감한 당께 ?
답글작성
142
0
김기욱
2021.06.14 07:11:38
북에 퍼줄 돈만 있고 선거때 표를 살 돈만 있고 빨치산 공비들 명예회 시켜주는 돈만 있고 국가유공자 참전용사들 군 장병들 식대 등등에 대접할 돈은 없는거다, 국민들 셍각으론 그렇게 밖에 달리 생각할 게 없다
답글작성
89
0
김운초
2021.06.14 07:16:28
가짜 5.18 유공자 해찬 해골바가지는 월얼마나 받을까?
답글작성
66
0
이규호
2021.06.14 07:26:51
지금은 아니겠지만 참전유공자이신 부친살아계실적에 서울보훈병원에 새벽5시에 모셔다드린적이 있었다 왜 이렇게 일찍가자고 하시냐고 하니까 그때 가서줄을서서 순서를 기다려야된다고 하신다 가서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몸도 불편하신분들이 벌써 줄을 길게들 서셨더라.....나라를 위해서 희생한분들에 대한 예의가 이래서야 되겠냐? 이런현실을 만들면서도 화면에서 볼때마다 실실웃는인간한명 있지? 그라만 못쓴다..
답글작성
62
0
김효태
2021.06.14 07:43:47
세월호유가족과 오십팔 관계자들에게는 세상에 없는 법까지 만들어 지원하면서, 나라를 지킨 노병들은 눈에 가시이더냐.
답글작성
57
0
장옥자
2021.06.14 07:41:36
돈이 없다고? 노인 일자리 한다며 70순 이상의 노인들이 나와 나무그늘에세 몇시간 앉아 놀다가 가도 돈 주는 데 그런 돈은 어디서 나서 주는가? 엉뚱한데 돈이 줄줄 새고 눈먼 돈 먼저 보는 놈이 임자이니 정작 써야 할 곳은 돈 없다고 하는 거지.
답글작성
56
0
신동철
2021.06.14 07:35:45
달똥은 김 도야지의 북에 거스리는 사람은 가차없이 불이익을 준다~~미국에 가서 한국전 참전용사와 찍은 사진은 홍보용으로 찍은것 뿐이다~~~
답글작성
51
0
이선희
2021.06.14 07:50:44
문재인의 아버지가 인민군 출신이 맞나보다! 문재인 아버지가 인민군 출신이라는 말이 나돌아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문재인이 하는 짓을 보니 문재인의 아버지는 인민군 출신이 확실하다. 그러면 이제 국민들이 문재인을 축출해낼 방도를 찾아야 한다. 청와대에서 문재인이 그동안 한 짓은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망가뜨리는 짓만 골라서 했다. 더이상 두고보면서 참는데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답글작성
48
0
이안용
2021.06.14 07:34:06
개만도 못한것들 !
답글작성
47
0
윤희준
2021.06.14 07:53:43
6.25참전용사가 5.18유공자(^^)나 대형사상자를 낸 해상사고 세월호 유가족 대우의 '발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나라^^ 코로나로 1년 넘게 하루에도 수십통씩 휴대폰에 울리는 정부와 지자체의 코로나 발병메세지로 통신사에 상납하는 비용의 일부만이라도 예산책정을 하면 한번에 해결 될 일을 예산이 없다고 하는 꼬라지들을 보자니...
답글작성
45
0
권대용
2021.06.14 07:05:35
그게 표가 안되어서.. 늘 말하지만, 모화 전라도 주사파는 교활하고 무능하다.
답글작성
45
0
윤희준
2021.06.14 07:53:43
6.25참전용사가 5.18유공자(^^)나 대형사상자를 낸 해상사고 세월호 유가족 대우의 '발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나라^^ 코로나로 1년 넘게 하루에도 수십통씩 휴대폰에 울리는 정부와 지자체의 코로나 발병메세지로 통신사에 상납하는 비용의 일부만이라도 예산책정을 하면 한번에 해결 될 일을 예산이 없다고 하는 꼬라지들을 보자니...
답글작성
45
0
백민현
2021.06.14 08:02:23
6,25용사들 약값 지원할 예산은없어도 북한에 코로나백신 퍼주고 쌀퍼주고 할 예산은 차고도 넘치는게 삶은소머리정권입니다
답글작성
34
0
김보승
2021.06.14 07:59:46
시민** , 환경** , 민주** , 참여** , 정의** , 사회** 등의 소위 시민단체라는 것들에게는 마구 돈을 뿌려대면서 몇분 되지도 않는 625참전용사 들의 약값은 예산이 없어 지원을 못한다고 ! 정말 문제인스럽다 .
답글작성
31
0
이병수
2021.06.14 08:00:07
815 광복절날 종북좌파빨개ㅇ이 문재인을 끌어내어 처단하던가, 내년 대선에서 투표 잘하여 종북좌파빨갱ㅇ이가 정권 잡는 일은 없어야 겠다!
답글작성
29
0
이병숙
2021.06.14 09:30:32
그렇다고 노환 약값까지 공짜를 요구하는 건 심하다.
답글작성
1
27
노현영
2021.06.14 08:04:58
이렇게 못된짓하는 것들을 용서하지 말고 정권 바뀌거든 모조리 공직에서 몰아내고 자손3대가 공직에서 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답글작성
27
0
박덕조
2021.06.14 08:09:01
5.18.과 세월호 유족들에게 뿌려대는 돈의 10%만 6.25. 참전용사 전상자 분들에게 지원하면 해결 될 일이 아니겠나?
답글작성
26
0
이기섭
2021.06.14 08:01:52
사회주의로 닥아왔네 결국 문재인이 생각대로 되는모양이다 새월호. 5. 18. 돈. 지원해주는거 정치에 눈이멀어 돈을 쏟아?甄째?봐라 나라를 지키다 순직한 참전용사들 에게는 정치에 도움이 되질않니 돈줄필요 없다는거지. 이게 대한민국 나라냐 해도해도 진짜 너무한 문정부의 혼을 내줘야한다. 그러기위해서는 다음정부 꼭 교체를 해야히는것이다.
답글작성
23
0
김덕주
2021.06.14 08:00:34
지금 동성애로 에이즈 걸린 사람들은 매달 1일단 150만원 정도 무상으로 약값을 지원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625 용사들에게 지원해 줄 예산이 없다는게 말이 됩니까?
답글작성
23
0
반장순
2021.06.14 08:10:08
문재인이가 볼때는 6,25 참전용사가 아군(북괴군)과 싸웠으니 적이지요
22
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