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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상황 정민호
‘나아지구’는 서울제일교회(정원진 담임목사)가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숍이다. 이 이름은 ‘나아질 지구’와 ‘나와 지구’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서울제일교회는 2020년대 최우선 선교 과제를 ‘기후위기 비상행동’으로 정했고,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나아지구는 교회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전엔 월세를 받으며 임대 수입을 올리던 15평 남짓 공간이었다. 나아지구 매장 관리와 운영 업무는 교회가 파송한 생태환경선교사 김요한 목사가 책임지고 있다.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사회선교사 제도에 따른 것이다. 사회선교사는 사회적 현안과 관련하여 현장에서 활동하는 목회자나 평신도에게 주어지는 직책이다. 생태환경선교사 선발은 교회 7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이었다. 급여 형태의 지원금을 통해 전문가로 육성하는 셈이다. 이 역할을 맡은 김요한 목사는 서울제일교회에서 2021년부터 파트 사역 전도사로 활동했고, 지금은 나아지구 운영과 더불어 다른 교회들의 제로웨이스트숍 설치를 안내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환경 선교를 중요한 비전으로 삼고 바쁘게 사역하는 김요한 목사를 만났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교회이기에 가능한 일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9월 5일 나아지구 매장에서 진행했다.
- ‘생태환경선교사’라는 직함을 처음 봤어요. 자원하신 건가요?
네. 이 직책이 생길 때, 우리 교회에서도 처음 시작하는 거라 부담감이 컸어요. 그래도 기후위기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하고, 시대가 교회에 요구하는 역할이 생태환경 선교라는 확신이 있었죠. 앞으로의 목회는 생태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생태’라는 말은 나와 교회, 그리고 사회, 창조세계의 모든 피조물 전체를 연합하고 아우르잖아요?
- 사명과 부담감 사이에서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자원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교회가 생태환경선교사를 공식적으로 만들겠다고 한 사례가 드물었던 점에서 부담이 컸죠. 교단 홈페이지에 생태환경선교사 모집 공고를 냈는데요. 평신도도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생태환경선교사를 한 명의 전문가로 양성하는 모델이 되기를 원했고, 다른 교회들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이런 취지에 공감해 지원하게 됐습니다. 교회 공동체 모두가 함께 협력해 주리라는 믿음도 큰 역할을 했어요. 저는 최근까지도 다른 교회에 가서 제로웨이스트 컨설팅을 진행하고, 지역사회에 나가 홍보 및 활동도 연계하고 있습니다.
- 컨설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요청하는 교회가 있으면 프레젠테이션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교회가 어떠한 방법으로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해야 하는지, 어떤 물품을 가져와야 하는지, 어떤 생태교육이 병행돼야 하는지 등등. 최근에는 한빛교회(기장)와 새사랑교회(성결)에 가서 숍을 만드는 걸 도왔고요. 새신교회(감리교) 컨설팅도 진행했고, 다음 주에는 전농감리교회(감리교)에서도 할 예정이에요.
- 컨설팅한 교회의 교단이 다양하네요?
맞아요. 사실 한국교회는 교단 분열의 역사가 심각하지만 기후위기가 오히려 연합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기후위기 문제가 워낙 시급하니 컨설팅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녹색교회를 임명하고 있는데, 교단과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어요. 초교파적으로 연합할 기회가 많아지는 건 긍정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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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가 제로웨이스트숍을 시작하려면 어느 정도의 공간과 예산이 필요한가요?
저희는 처음에 책장 두 개를 놓고 시작했어요. 2층에서 운영했죠. 공간이 없다면, 책장 하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최근에 컨설팅한 한빛교회도 당근마켓에서 책장을 하나 구해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50만 원, 100만 원 규모로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도전이죠. 물론 컨설팅 과정에서 필요한 공간과 물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물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저희가 구매를 도와드리고 있어요. 제로웨이스트숍은 어디서든 작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저희에게 컨설팅을 요청해주세요. 어디든 가서 도와드리겠습니다.
- 제로웨이스트숍 전국 지도를 보니 인근에 가게가 없는 지역도 많더라고요. 매장이 가까이 있어야 소비자 입장에서 자주 이용할 텐데요.
맞아요. 주로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어요. 그리고 지역에 있는 숍들 중에는 폐점하는 곳도 많고요. 그래서 종교단체나 협동조합 같은 곳에서 제로웨이스트숍을 시작하는 게 좋은 대안입니다. 이런 단체들이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 폐점하는 경우가 비교적 드물어요. 개인 사업자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더 안정적이죠.
- 전라남도 완도가 고향이시잖아요? 생태적 삶을 사는 데 고향에서의 경험이 도움을 주었다고요.
좋은 경험이라면, ‘불편함’이 아닐까 해요. 옛날에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요. 편리함을 경험하고 나니까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어렵더라고요. 지금도 완도에 가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한 시간에 한 대 꼴이고요.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마을에 마트도 없어서 필요한 것을 사려면 멀리 나가야 하죠. 어린 시절에 샤워기가 없어서 대야에 물을 받아 바가지로 목욕했어요. 저희 본가는 지금도 그대로예요. 도시 생활과 비교하면 불편하지만, 이게 생태적 삶일 수 있겠죠.
- 불편하게 사는 게 중요하네요.
그 불편함을 모르면 불편하지 않지요. 그래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편함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 삶 속에서 조금 불편해질 수 있는 용기를 추구할 필요가 있어요. 큰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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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아지구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2023년 5월 17일에 시작했으니까 이제 1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손님들이 “이렇게 노력해주셔서 감사하다”거나 “이런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예요. 정말 내가 의지를 갖고 하는 이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 교회가 하는 일에 큰 의미가 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 감사함이 컸죠. 사회가 교회에 원하는 것이 분명히 있잖아요? 그게 무엇인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과거 민주화운동과 빈민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서울제일교회가 지금 이렇게 생태선교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요. 교회는 시대에 발맞춰 계속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이야기하자면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실천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가장 큰 어려움은 수익이 없다는 점이죠. 사실 이 자리는 임대료와 월 주차료만 받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에요. 그럼에도 교회가 손실을 감수하고 도전하고 있는 거죠. 거기에다 물품 구매 비용, 가게 세팅 비용, 생태환경선교사 지원비까지… 큰 투자를 하는 겁니다.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교회가 이런 투자를 했는데 결과만 보면 현실적으로 수익이 부족한 셈이죠. 여러 생태환경적 영향이나 교육 모델로 많은 교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지만요. 앞으로도 운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가장 큰 문제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활용해야 되는 요소들을 보면, 자본주의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는 거예요.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사실 타협하면 안 되는 것도 있죠. 다른 제로웨이스트숍 대표님들도 이런 점에서 어려움을 겪어요. 예를 들어 저희는 무포장 제품을 판매하는데 고객들이 원하는 포장 형태가 있어요. ESG를 강조하는 기업들도 선물 포장을 하는데, 물건 알맹이만 제공하는 것을 지향하니 부딪히는 부분이 있죠.
사람들이 환경을 보호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포장 없이 물건만 받으면 실망하기도 해요. 그래서 포장을 요청하시는 손님들에게 어떻게 포장해서 드려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일반적인 비닐 포장은 자원 낭비가 되니까 재활용이 가능하게 하거나 불필요한 걸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 이런 시도가 가게 정체성과 관련되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나아지구는 온라인 판매 없이 오프라인 매장을 지향하는데, 많은 숍에서 온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배송 자체가 탄소 배출과 관련이 있으니 어떻게 지속할지도 고민해야겠죠.
지금 저희는 시작 단계니까 타협점을 찾고 있어요. 앞으로는 무포장 선물을 받아도 기뻐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숍이 많아져서 택배를 시키지 않고 직접 걸어가서 필요한 걸 구입할 수 있는 생활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사회는 지금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잖아요. 로켓배송으로도 부족해 어떻게 더 편리해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대니까요. 이런 흐름을 역행하는 삶을 살기로 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 나아지구를 시작할 때와 비교해보면 여러 가지가 달라졌을 것 같아요. 목사님 일상에도 영향을 끼쳤을 텐데요.
삶의 양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제 욕실만 봐도, 예전에는 2천 원, 3천 원짜리 다이소 플라스틱 통을 아무 생각 없이 썼어요. 성분도 따지지 않고 사용했죠. 지금은 제로웨이스트 제품으로 전부 다 바꿨습니다. 바꾸고 나니까 물건들이 간소화된 느낌이 들었어요. 쓰고 나서 남는 쓰레기도 없고요. 또 저는 정돈된 걸 정말 좋아하는데, 깔끔하게 바뀌어서 기뻤죠.
- 제로웨이스트숍이 전국에 350개 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중 교회가 운영하는 곳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뭘까요?
신앙적 관점이 가장 큰 차이겠죠. 대다수의 교회 매장은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로 부르심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 일이 창조세계를 보존하는 일이라서, 운영하는 것 자체가 신앙고백적 의미를 지니고 있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보존하고 회복하는 건 우리의 사명이잖아요. 교회뿐 아니라 성당에서도 이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단체의 특성이 드러납니다.
장점도 있어요. 함께 협력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매장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이 있다는 점이죠. 자본주의사회의 성장 논리는 자전거 페달에 비유할 수 있는데요. 자전거는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져버리기 때문에, 유지하려면 계속 밟으면서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성장과 발전이 없으면 그대로 무너지게 되죠. 이런 논리로 보면, 수익이 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숍은 당연히 시작도 안 하는 게 맞겠지요. 그런데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도, 넘어지지 않고 서있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붙잡아주는 것이죠. 그런 협력과 자원, 인력이 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용객 중 교인분들과 외부 손님들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55대 45로 교인분들이 조금 더 많이 구입해주시는 편입니다. 매장 위치가 정말 중요한데, 저희 주변은 거주지가 아니라 오피스 상권으로 인쇄 업체가 많아요. 주민들이 많지 않아 단골도 적은 편이죠. 외부 손님이 많지 않다고 해서 무인으로 운영할 수는 없어요. 손님이 왔을 때 누군가는 꼭 자리를 지켜야 하거든요. 제로웨이스트숍 사장님들은 대부분 강의를 많이 다니세요. 매장 운영만으로는 수입이 부족해서, 강연을 통해 보충하는 거죠.
- 이제 기후위기는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이슈입니다. 제로웨이스트숍도 지금은 어렵고 힘든 상황인데, 언젠가는 동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핫한 가게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대기업에서 이런 상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제도적으로 물건을 단일 소재로 생산하거나, 재활용 가능 소재 또는 업사이클링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할 경우 지원금을 주는 등, 변화가 있다면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죠.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강조하고, 회사 내 물품도 전환하려 하면 제로웨이스트 제품의 생산량이 늘어나고 소비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가격도 많이 낮아질 수 있겠죠.
이 자본주의를 100% 무너뜨릴 수는 없겠지만, 대안적인 공동체는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여주시 세종대왕면에 있는 구양리라는 한 마을에서는 태양광 패널을 대규모로 설치했다고 해요. 마을 내 실무진이 협력해서 국가 지원을 받으며 협동조합 형태로 큰 태양광 발전소를 세웠죠. 이 발전소는 월평균 1천만 원 정도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돈으로 마을버스를 만들고, 남은 돈으로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사례가 새로운 전환의 모델 같아요. 현재도 대안 공동체가 많이 생기고 있지만, 수가 많지 않습니다. 구양리 마을 공동체는 에너지 전환을 통해 혁신적 모델이 된 것처럼 보였어요.
- 이곳이 대박 나는 꿈을 꾸시는지 궁금했어요.
사실 대박까지는 바라지 않고요. 솔직히, 현실은 희망차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기후위기를 마주한 우리는 모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레타 툰베리도 말했죠.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정말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생각하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최근에는 핵융합 기술 발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태양광은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고, 패널 효율은 계속 개선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건, 세계가 북반부 중심 사회라는 것입니다. 남반구와 적도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더 유리하죠. 불평등한 구조이지만, 태양광 발전이 이것을 조금은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나라들이 태양광 사업을 통해 많은 혜택을 누리면 좋겠어요.
교회 건물 옥상에는 교인들이 함께 가꾸는 정원이 있다. 오이, 호박, 수세미, 파,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등 다양한 채소가 자란다. 김요한 목사는 매일 아침 옥상 화분에 물을 준다. 옥상에는 두 개의 10kW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1.5도 라이프스타일로 한 달 살기 캠페인에 도전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경험은 어떠셨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끄럽게도 완주하지 못했죠. 이 캠페인에서는 식사 내용, 하루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 엑셀 차트로 기록하는 기준이 있었어요. 씻는 것도 샴푸를 몇 번 펌프질했는지, 가진 옷의 숫자, 교통수단의 종류, 가전제품 수까지 전부 기록해야 했어요. 이런 기록만으로도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죠.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이렇게만 살아도 탄소 배출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놀랐던 점은 육식이 정말 높은 탄소 배출을 유발한다는 점이었어요. 이 기록을 작성하면서 몇 번만 채식으로 식단을 바꿔도 탄소 배출량이 훨씬 줄어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아지구 매장 입구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이 시계는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MCC)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데이트되며,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디지털 시계이다 . ⓒ복음과상황 정민호
- 매장에 들어오면서 본 매장 앞에 걸린 기후위기시계 전광판이 인상적이었어요.
지나가는 분 중에는 “이게 지구 멸망 시간인가?”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고, 공포감을 느끼고 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그런 반응이 두드러지더라고요. “그냥 살다가 빨리 죽어야겠다”는 식의 말도 들립니다. 매장 안에 가만있으면 바깥 소리가 다 들리는데, “저거밖에 안 남았네” “4년만 열심히 살다가 죽자” 같은 말소리도 들리죠. “얼마 안 남았으니 더 즐겨야겠다”거나 “미래가 없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시계를 봤을 때는 6년 정도 남았던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우울해지곤 해요.
-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부탁드려요.
복상 독자분들은 주로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공감하고, 제로웨이스트에도 관심이 많은 분들이겠죠? 저는 성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말씀드릴게요.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보면, 강도에게 맞아 쓰러진 사람을 보고 지나치는 종교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이방인으로 낙인찍히고 차별받았던 사마리아인이 그를 도와주죠. 이 이야기를 통해 교회가 어떤 위치에 서있는지를 돌아보고 싶습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 보고도 못 본 척 지나가는 사람일까요?
저는, ‘강도’라고 생각합니다. 쓰러져있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탄소 배출을 하고, 우리의 삶 자체가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어요. 이 관점에서, 적어도 강도는 되지 말아야겠죠. 교회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자고 설교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도 되지 않기’가 아닐까 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함께할 수 있는 일들과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는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하는 게 첫걸음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알아야 행동할 수 있으니까요.
- 추천해주고 싶은 콘텐츠나 책이 있나요?
KBS에서 제작한 〈붉은 지구〉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4부작으로, 그 내용만 보더라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도착한 미래〉라는 다큐멘터리도 추천합니다. 책으로는 《그린 엑소더스》(이진형),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그리고 기후위기의 교과서와도 같은 《기후 책》(그레타 툰베리 외)을 추천드려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진행 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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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좋으네요~^^
많은 교회들이 함께 하면 좋겠어요^^
우리가 해야 할일,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