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 이은형
몽유병 외
조치원1927아트센터에서 춤을 추다가
눈을 감았다 뜨면
나는 어느새 주덕역,
기차에서 내리고 있다
붉은 노을을
먹구름이 집어삼키는
저녁을 걸어서 간다
너에게 가기까지 39.4km
주덕역에서 여주까지 9시간 21분
바퀴를 타고 굴러가면 먼데
걸어가면 더 가까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찻길 위에서 멈춰 선다
이 순간 기차가 철로를 통과한다면
먹구름에 먹힌 전봇대와 건물들처럼
나도 깜깜해지겠지
충주를 오독오독 씹으며 걸으면
감곡의 들깨 밭이 나타나고
청미천에 걸린 밤을 타고 넘는다
나는 가고 있는데
너는 더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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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열차가 지연된다
8분에서
17분,
60분,
137분,
늘어만 가는
시간을 본다
팔짱을 끼고
미간의 주름이 깊어질 때
열차를 다시는 타지 못할 사람들이 떠오른다
너의 귀엣말은 여전히 내게 남아 있는데
열차 전광판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잡아줘야 할 손을 만나지 못한다
폭우가 지나가고도
찻집의 차는 달콤하고
주인의 미소는 편안하고
화단의 수국은 탐스럽게 피어 있다
사람들의 집마다
불이 환하게 켜진다
투모로우 시티
투모로우
내일
너를 위한 내일이
지연된다
전광판으로 물놀이 버스 운행 일정이 흐른다
접힌 채로 바닥에 뒹구는, 검정 우산 씌우개
지나는 사람들의 발에 밟힌다
너를 위한 근조 리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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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2022년 계간 《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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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은형 - 몽유병 외
사이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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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2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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