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위 안에 드는 주식부호를 살펴본다… 부침 속에서도 부의 집중은 더욱 심화
많게 잡아 하루에 100만원씩 돈을 쓰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의 여생이 30년이라면 얼마나 돈이 필요할까 110억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자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그의 재산은 1조4280억원으로 하루 100만원씩 3912년 동안 쓸 수 있는 돈이다. 이 회장의 아들 재용(삼성전자 상무보)씨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의 추정재산은 9230억원으로 하루 100만원씩 써도 2528년을 쓸 수 있다. 대주주 지분 정보제공업체인 <에퀴터블>이 최근 공개한 내용의 일부다.
삼성·롯데·LG·현대 ‘4대 가문’
<에퀴터블>은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한국 기업인들이 보유한 주식가치를 평가해 순위를 발표했다. 주식가치 평가는 상장 또는 등록된 기업의 주식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했고, 비공개기업의 경우 주당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주식부호 100위 안에 들려면 재산이 640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삼성·롯데·LG·현대 4대가문이 대표적 국내 주식부호이다.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조사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삼성그룹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의 자손들이 국내 최고의 부자일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병철 일가는 이건희 회장(1위)과 이재용씨(3위) 외에 이명희 신세계 회장(5970억원·8위), 이재현 CJ그룹 회장(4740억원·9위)이 10위 안에 들었다. 또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씨가 3710억원으로 12위, 딸 부진·서현·윤형씨가 각 1790억원으로 공동 27위에 올라있다. 고 이병철씨 일가의 보유주식 총액은 무려 4조8340억원에 이른다.
두 번째 부자가문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일가다. 신 회장의 아들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보유주식 가치가 9360억원으로 이건희 회장에 이어 개인 2위의 주식부자로 평가됐다. 신동주 롯데알미늄 이사도 8970억원으로 4위에 올랐고, 신격호 회장 본인은 6610억원으로 6위에 올랐다. 신 회장 일가의 보유주식은 모두 2조6420억원어치다.
세 번째 부자는 LG그룹의 공동창업자 고 구인희씨 일가다. 구씨 일가는 구본무 LG 회장이 1970억원으로 23위,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이 1930억원으로 24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보유주식 총액이 1조909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구씨 일가의 경우 지난해 3조7천억원대에서 불과 1년 만에 반토막이 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구씨 일가가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LG카드의 주가가 올 들어 카드사 사태와 함께 폭락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 정주영씨 일가는 현대건설 등 창업 초기 주력회사가 다른 주주들의 손에 넘어갔지만, 여전히 2조10억원으로 4위에 오르며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840억원(5위)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3140억원·16위), 금강고려화학 정상영 명예회장(2940억원·19위)과 정몽진 회장(2070억원·21위), 현대중공업 정몽준 고문(1510억원·32위) 등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언론사 5명이나 포함돼
이들 4대 가문 출신 외에 순위가 10위 안에 든 사람은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6210억원·7위)과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3990억원·10위)으로, 둘 다 교육관련 사업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성훈 재능교육 회장(46위)과 변재용 한솔교육 사장(84위)도 100위 안에 들었다. 이는 경기불황에도 사교육 시장은 계속 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 20위권 안에 든 기업인은 서경배 태평양 사장(11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13위),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14위), 정재은 조선호텔 명예회장(15위), 최진민 귀뚜라미 회장(17위) 등이다. LG그룹을 공동창업한 허씨 일가의 허창수 LG건설 회장은 18위, 허정수 LG기공 부사장은 20위에 올랐다.
사진/ 4대 가문 외에 교육관련기업 회장이 10위 안에 들어, 불황 중에도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왼쪽). 추정재산액이 1930억원으로 24위에 오른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
코스닥 벤처기업주들은 어떤가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2020억원으로 22위,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이 1780억원으로 30위에 올랐다. 1천억원 안팎의 주식을 보유한 네오위즈 주주 나성균(58위)·장병규(67위)씨도 100위 안에 들었다. 이들은 각 32살과 30살로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딸들을 빼면 100대 부호 중 가장 젊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해진 NHN 사장(78위)의 경우, 지난해 10월 기업을 공개하면서 새로 100위 안에 들었으며,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97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100대 부호에 들었던 한동원 정소프트 사장,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소장, 김도현 모디아 사장은 이번에 리스트에 오르지 못해, 벤처기업들의 주식가치는 그만큼 변동이 크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업인으로는 문규영 아주산업 부회장(49위), 정규형 신흥산업 회장(61위), 이동호 동희산업 회장(78위), 서정호 노보텔엠배서더호텔 회장(86위)이 눈에 띈다.
언론사 사주나 주요주주가 100대 부호 안에 5명이나 포함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은 추정재산액이 1930억원으로 24위에 올랐다. 지난해 47위보다 순위가 23계단 높아졌다. 조선일보 회장직에서 올해 초 물러난 방우영 명예회장은 800억원으로 75위, 조선일보의 주요주주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은 910억원으로 60위에 올라 방씨 일가는 100대 부호에 3명이나 끼어 있다.
SBSi의 윤석민 사장은 1250억원으로 45위에 올랐다. 지난해 8월 조사 때 82위였던 윤 사장은 지난해 10월 부친 윤세영 태영 회장으로부터 태영의 지분을 증여받은 것이 순위를 끌어올린 원인으로 보인다. 윤 사장은 현재 태영 주식 190만8403주(24.98%)를 갖고 있다. 중앙일보사 홍석현 회장은 지난해에는 100위 안에 들지 못했으나 올해는 추정재산액이 660억원으로 93위에 올랐다.
부자들은 부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데 한국의 부자들은 그 부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조사결과가 축적되지 않아 이를 따져볼 정확한 자료는 없다. 다만 <에퀴터블>이 지난 1991년 소득세 납부 상위 100위 안에 포함된 사람 중 2003년 100대 부호에 든 사람을 따져보니 18명뿐이었다고 한다. 재산을 상속 또는 증여받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24명뿐이다. 그만큼 부침이 컸다는 얘기다. 그러나 삼성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 자손들의 주식보유액이 100대 부호가 갖고 있는 주식가치 총액의 무려 25%에 이르고, 4대 가문의 보유주식액을 합칠 경우 57.7%나 된다는 사실은 기업들의 부침 속에서도 부의 집중은 더욱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
첫댓글 한국은행 박승총재도 유산소득을 페지하고 당대소득 중심으로 하자고 했읍니다. 상속한도제와 부유세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