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뚱멀뚱 사진과 달리는 사진

[김봉조]

대회가 열리고 며칠 후에 포토 스포츠에 대회 사진이 올라온다. 가끔 들어가 이름이나 배번호를 입력하고 찾아본다.

사람들이 많고 정신없이 달리느라 올라온 사진은 그다지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다. 정모나 훈련 때 찍은 사진은 멀뚱멀뚱 포즈만 잡고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은 순간을 즐기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 모습을 담고 싶은 마음이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 이 순간이 사라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곧 없어질 것들이 서운한 마음이겠다.

매번 정지한 자세로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은 넘쳐나는데 정작 달리는 사진은 찾아볼 수 없다. 달리는 사진을 많이 찍어 홍보든, 책에든, SNS에라도 어디에든 써먹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에는 훈련이 끝나고 여기저기를 다니며 혼자 열심히 달리는 자세와 힘든 자세, 뒷모습을 찍었지만 나중에 보니 건질 사진이 정말 한 장도 없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달리기나 사진을 찍거나 요리를 하거나, 어떤 일이라도 쉽게 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기억하라.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쉽게 해내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그 평화로운 표면 아래에는
종종 가장 깊은 시련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때로는 가장 강한 마음은 수없이 다듬어진 마음이고,
가장 밝은 영혼은 인간의 상처를 통해
빛을 발하는 법을 배운 사람들입니다. 

오늘 문자홍자 회원이 고생해서 회원들 달리는 사진을 찍어주었다. 여러장 찍었는데 모두 잘 나왔다. 두 발이 동시에 땅에서 떠 있는 사진도 멋지고, 질주하는 속도감이 느껴지는 뭉개진 사진도 예쁘다.

[김만수]

예, 살아있는 사진을 건져 봅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