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모리야스 감독의 '최고의 경치' ◈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은 예선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이겼지만 16강에서 크로아티아에 패했어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지요
“독일과 스페인을 이겨 새 시대를 열었지만
‘최고(最高)의 경치’에는 이르지 못했다.
우리가 ‘최고의 경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역사는 바뀐다.”
감독의 눈은 젖어 있었고 선수들도 울었어요
모리야스는 목표를 8강이나 4강 같은 말 대신
‘최고의 경치’라는 은유적 표현을 썼지요
일본 축구협회는 2026년 월드컵 공식 구호로
모리야스의 말을 인용해 ‘최고의 경치를 2026’으로 정했어요
“가장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경치라는 뜻도 있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풍경이라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지요
우승하겠다는 말이었어요
‘최고의 경치’가 새겨진 열쇠고리와 가방, 배지 같은 굿즈도 만들었지요
이후 모리야스는 모든 공식 석상에서 이 배지를 달고 나왔어요
모리야스는 2025년 홍명보 감독과의 대담 때도 배지를 달고 나왔지요
그는 “우승이 목표라고 하면 헛소리라 할지 모르지만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어요
홍 감독을 보며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것을 보고
아시아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지요
한국은 이미 4강을 경험했으니
‘최고의 경치’는 이제 결승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도 했어요
홍 감독은 “우리 역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지향점을 두고 있다.
16강은 기본”이라고 했지요
모리야스는 “언젠가는 두 팀이 결승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일본 스포츠인들은 종이에 의지를 새기지요
오타니는 고등학교 때 81칸으로 ‘계획표’를 만들었어요
구속이나 변화구 같은 기술적 목표와 함께
남이 버린 운을 줍기 위한 쓰레기 줍기 같은 내용도 있지요
모리야스도 작은 수첩을 들고 끊임없이 메모를 하고 있어요
선수들에게 전술을 말할 때는 수첩에 적힌 구체적 숫자로 전달하지요
생각을 글로 적어 시각화해야 실행력이 높아진다고 하지요
일본 축구에 ‘최고의 경치’는 그런 마음가짐이지요
이번에도 일본은 ‘최고의 경치’를 보지 못했어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32강전에서
전반 29분 사노 가이슈가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11분 브라질의 카제미루의 헤더로 동점을 허용한뒤,
후반 50분 가브리에우 마르치넬리의 결승 골로 32강에서 탈락했어요
모리야스는 4년 전 그때처럼 선수들을 불러 이런 말을 했지요
“목표였던 ‘최고의 경치’를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지만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고,
감독인 나에게는 ‘최고의 경치’를 보여줬다.”
감독도 울고 선수도 울었어요
그는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고 다음을 향해 가자”며
선수들을 안아 줬지요
리더는 말만 잘해선 안 되지만 말도 잘해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