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직장 찾아 떠난 지 어느새 4년째이다. 이따금 집에 와도 아빠와 셋이 안방에서 자려 한다. 빈방에는 옷만 가득하고 장롱이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다. 재작년부터 남편은 그 방을 서재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좀 더 멋진 책상에 앉아 자신의 퀄리티에 맞는 방을 꾸미고 싶단다. 넓게 쓰려면 장롱을 없애야 하는데 그 안에 들어 있는 옷가지며 이불 때문에 장롱이 빈방을 지킨다.
몇 번 궁리해봐도 안 될 것 같다는 결론이었다. 옷가지들을 내놓으면 어디에 쌓아 둘까. 되레 집안만 복잡해질까 봐 미루고 또 미루었던 일이다. 버릴 방법이 무얼까 정말 고민이다. 쓸데없이 빈 장롱이 차지한 자리가 너무 큰 편이었다. 무엇이든 자꾸 비우며 살아야 할 우리네 나이라고 말로만 되뇌면서 사실은 버리지 못하고 껴안고 사는 것이 어디 한둘인가 싶다.
군대 가기 전에 입었던 아들의 옷은 작아서 입지 못한다면서 버리라고 했는데도 쌓아 두었다가 일 년 후에 버렸다. 무엇에 미련이 남아서 버리지 못했다. 아들이 사용하던 작은 방은 복학한 후 정리를 좀 했다. 자취하는 곳으로 옷을 몽땅 가져갔으니 장롱마저 덩그러니 비어 있다. 이 방 저 방 따지고 보니 공간이 제법 있다. 그런 줄 모르고 장롱 버리면 안 된다고 우기기만 했다.
대학 공부 시작하면서 떠난 아이들이 가끔 다녀가기는 해도 집으로 다시 돌아와 살게 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 하면 떠나고 없는 아이들 방 공간을 잘 활용할까? 그것이 문제이긴 하다. 옳다구나. 옷가지들을 아들 방 한군데로 모은다. 이불장 가득한 먼지가 많이 타는 극세사 이불은 좀 버리기로 한다. 딸아이의 겨울 옷가지를 정리하자 장롱이 텅 비기 시작한다. 이런 좋은 방법이 있었다.
안방 장롱의 이불까지 다시 정리한다. 버리거나 비우면 훨씬 넓은 공간이건만 버리지 못한 것도 많다. 구석진 자리를 차지한 옷걸이에 수북하게 걸린 옷도 몇 년째 입지 않는 것들이다. 유행 지난 남편의 양복도 5년째 손도 안 댔다. 직장 다닐 때 입었던 2~3년 입지 않은 정장 옷이 수두룩하다. 버리자. 버리고 차라리 새로 사 입자고 마음먹는다. 양복 입을 일도 이젠 점점 줄어드는데 왜 싸안고 있는가 싶다.
장롱 한 짝 버리는데 1만 원씩을 경비실에 내야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통해 세 짝을 내놓으려니 어찌나 무겁고 꼼짝달싹도 안 하는지 버리는 일도 곤욕이었다. 한 짝은 작은 방 베란다의 책장으로 사용하면 좋을 듯하다. 어차피 책을 켜켜이 쌓아두면 먼지만 앉을 테고, 책장을 따로 사느니 수납하기 좋으면 그만일 듯하다. 해보면 되는 일을 안 된다고 우기면서 버리지 못했던 장롱을 버리고 나니 방안이 넓어졌다.
집 안에 잡동사니가 너무 많이 쌓이면 피로도 쌓이고 무기력을 가져오며 과거에 집착하게 된다고 '캐런 킹스턴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이라는 책에서 말한다. 몸을 무겁게 하거나 혼란을 부르고 모든 것을 미루게 한다는 좋지 못한 습관이 들게 된다니 잡동사니를 쌓아 두는 일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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