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4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43-4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3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44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45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46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47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48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원도 인제 원통 폐교에 살 때다.
2000년 '6.15 남북 공동 선언' 덕분에 꿈에 그리던 금강산 소풍을 두 번이나 갔다 왔다. 한번은 혼자 당일치기로, 새벽에 원통 출발. 최북단 대진항 현대 금강산 출입 터미널에서 버스타고 30분만에 온정리 도착. 만물상 코스로 정상에 올라 해금강 구경하고, 내려와 온정리에서 온천하고, 북한식 냉면으로 점심 먹고, 온정리에서 놀다 저녁 무렵 원통으로 다시 돌아왔다. 또 한번은 돌아가신 허 신부님 덕분에 일박이일로, 구룡연 코스 구경하고 저녁에 서커스공연도 보고, 금강산 호텔에서 자고, 다음날 삼일포와 해금강 실컷 구경하고 돌아왔다. 당일치기 소풍 비용은 팔만원. 일박이일은 이십 몇만원이었던걸로 기억난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양은 냄비들이 시중에서 판매될 때, 필요와 상관없이 종류별로 다 사와 좋아하던 기억도 난다. 우리의 소원, 꿈이 이루어진 줄 알았다.
원수를 사랑하라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드디어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완성하시는 새로운 법, 사랑의 법을 제시하신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결국 율법을 완성하시는 예수님의 새로운 법, 사랑의 법은 완전한 사람이 되는 길이다. 하늘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완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를 닮은 사람의 본래의 모습인 거룩함과 존엄함과 아름다움을 되찾는 것이다. 그 길은 바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길이다. 사랑을 하면 아름다워진다. 완전해진다. 똑같은 문맥과 상황에서 루카복음서는 "완전"이란 단어 대신에 "자비"란 단어를 사용한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6,36) 자비로운 사람은 완전한 사람이다. 아름답게 하는 사랑, 완전케 하는 사랑은 자비의 사랑이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는 것이다. 나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랑이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마태 5,20)
내일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룬 '6.15 남북 공동 선언' 22 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사실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는 장면은 너무나 큰 감동이었고 희망이었다. '6.15 남북 공동 선언'이 드디어 실현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과 북이 공감과 연대와 나눔으로 하나가 될려면 '된사람'들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세계는 거대한 "뻐꾸기 둥지"다. 하느님의 위대한 자비의 사랑이 더욱 절실한 때다. 인간의 힘만으론 불가능하다. (20210615 나눔 참조)
영어로 뻐꾸기(cuckoo)는 바보, 멍청이, 정신이상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뻐꾸기 둥지(the Cuckoo's Nest')는 정신이상자들이 모여 있는 정신병원을 상징하고, 영화제목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는 정신병원을 탈출하려는 주인공의 상태를 의미한다. 참고로 뻐꾸기는 둥지를 가지지 않는다. 남의 둥지에다가 알을 낳고 나서 어미는 훌쩍 떠나버리고 그 곳에서 새끼는 진짜 둥지 주인 새의 새끼들을 떠밀어 버리고 먹이를 받아먹다가 성장을 해버리면 날아가 버린다. 적어도 뻐꾸기들은 이렇게 못되게 성장을 하지만 결국엔 자유를 향해서 생존을 향해서 떠나버리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억눌리고 억압된 곳에서 떠나버리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생명을 가지고 있는 모든 존재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레포트숍. 뻐꾸기둥지 위로 날아간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