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12일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노르웨이 북부 바렌츠해에서 침몰
바렌츠해에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승무원 전원이 숨진 것으로 발표된 가운데 유족들이 비댜예보항에서 슬픔을 달래고 있다.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2000년 8월 12일 노르웨이 북부 바렌츠해에서 훈련 도중 침몰했다. 원인불명의 폭발음을 남기고 해저 108m에 가라앉은 쿠르스크호는 1994년 건조돼 이듬해 배치된 최신형 오스카급 전략 핵잠수함이었다.
배수량 1만 3900톤에 길이가 154m, 폭이 9m인 최신예 잠수함이었다. 최대 24기의 핵탄두 미사일을 탑재하고 수심 500m에서 120일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사고 당시 118명의 해군 장병이 타고 있었다. 침몰 사실은 서방 측이 먼저 공개했고, 러시아군은 이틀이 지난 후 이를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는 보안을 이유로 구조작업에 늑장을 부렸고 서방의 구조지원도 거절했다.
휴가 중이던 푸틴 대통령은 위기상황에도 모스크바에 즉각 귀환하지 않아 국내외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 자체 능력으로는 구조가 어려워지자 러시아는 나흘이 지나 노르웨이와 영국의 심해구조팀의 지원을 받아들였다. 러시아 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쿠르스크호 선체에 먼저 접근, 생존자가 없음을 확인한 것은 노르웨이 구조대였다. 러시아는 선체와 승무원 시신 수습에도 영국 등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뒤늦게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한 푸틴은 승무원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파격적인 보상을 약속했다.
사고원인과 관련, 서방 언론은 신형무기 실험 중 오발로 폭발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환경단체와 핵안전 전문가 등은 방사능 누출 가능성을 경고했다. 러시아는 사고해역에 있던 미국 또는 영국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의회의 사고 조사반은 한 달 후 러시아 핵순양함 페테르 대제호가 오발한 어뢰에 맞아 침몰한 것 같다고 밝혔다.
쿠르스크호 사고는 구소련 붕괴 후 2류국으로 전락한 러시아의 현 주소를 웅변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최신형 잠수함의 결함, 사고 탐지와 구조능력 결여, 늑장-혼선 대응 등은 러시아 위기관리 시스템의 붕괴와 다름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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