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휴일 우연히 걸은 강서둘레길, 방화대교 근처에서 행주산성 아래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었습니다. 저 멀리 금강산과 태백 어드메쯤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서해바다를 목전에 두고 멈칫대며 흐르고 있었지요. 삶의 희노애락과 왈가왈부하는
시비와 갈등을 모두 품어안은채 침묵으로 흘러가고 있더라구요.
보랏빛 좀작살나무와 네발나비에 자리를 내준 꼬리조팝나무에 살짝
마음을 실어보구요. 삶도 강물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음에 절로 미소지어보았습니다.
10월의 가운데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아가자구요.
지난 한 주 잘 지내셨는지요?
버티던 무더위가 물러간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계절은 추분,한로를 지나 상강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거침없는 세월에서 눈을 떼고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맘껏 즐기는 지혜를 발휘해야지요.
일교차 큰 날씨에 참 좋은 10월의 일상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안부로 전합니다.
오늘 편지가 999번째, 저어기 1,000번째 편지가 고개를 내밀고 기다리고 있군요.
돌아보니 그 동안의 여정에 어울리는 단어로 뚜벅뚜벅보다는 터덜터덜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때론 비틀거리고 멈칫멈칫했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걸어왔으니까요.
지난 20년 가까운, 편지와 함께 한 희노애락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길다면 긴 한 사람의 삶의 역사가 폭포수가 아닌 잔잔한 행복의 시냇물로 흘러가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미리 고마운 인사 올립니다.
지난 달요일, 사촌형의 부음에 조문겸 고향집에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정읍 구절초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누나들과 고모,작은 어머니,사촌동생과 함께 모처럼 가을소풍을 다녀온 것이지요.
아직 구절초가 많이 피지 않았고, 휠체어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지만 어머니와 함께 가을정취를
나눌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고 즐거웠던지요.
거동이 불편하지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어머니가 곁에 계시는 삶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지난 10월 10일,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쾌거가 있었지요.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왔고, 그 상에 잘 어울리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 얼마나 기뻤던지요.
스웨덴 한림원이 '역사의 상처를 마주 보고 인간 삶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역사와 삶속을 관통하며 작가정신을 발휘해 온 한강 작가의
속깊은 여정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전 세계에서 전쟁등으로 사람들이 무수히 죽어가는 때, 축하 기자회견등을 삼가겠다는
작가의 깊고 따뜻한 마음이 가슴을 울렸음은 물론이구요.
당분간 한강 작가의 작품과 동행하는 삶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지난 한글날엔 남산순환길을 돌아와 행복나눔의 시간을 가졌고, 주말에는 고딩 친구들과 진관사에서
시작하여 향로봉,비봉,사모바위를 돌아오는 즐거운 북한산 가을 산행을 했습니다.
휴일에는 좋은 친구와 강서둘레길,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 행주대교,한강아라뱃길까지 걸었습니다.
살아서 걸을 수 있다는 것만큼 큰 행복이 어디 있을까, 이처럼 빛나는 가을날이 이어지니 참 좋습니다.
지난 목요일 저녁엔 일산 원마트에서 가수 진성 콘서트에 함께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상가 활성화를 위해 기꺼이 함께 하여 소상공인들을 응원을 하는 모습에 감동이 몰려왔지요.
어려운 삶의 역경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그다운 내공과 가치가 그대로 드러난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물론 '안동역'을 따라 불렀구요.
금요일엔 재능나눔놀이터이자 플랫폼인 '해피허브 메타' 설명회가 무탈히 진행되었습니다.
서로 도우며 재능과 경험, 역량을 나누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즐기는 여정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 한 주도 한 사람의 삶이 강물처럼 흘러가고 바람처럼 불어갔습니다.
그냥 그대로 느끼고 즐겼으니 무엇을 더 바랄까요? 고맙고 즐거운 삶입니다.
나의 작은 꿈에 깨어있는 삶,
보다 너그럽고 크고 열린 마음,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선택들을 척척 저지르고는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이들, 그래서 나중에는 어떤 행로를 밟아간다 해도
더이상 주변에서 놀라게 되지 않는 사람들."
- 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중에서
2024. 10. 14
아름다운 옥수에서
대한민국 행복디자이너, 咸悅/德藏 김 재 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