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케일럽 드레슬이 2020 도쿄 올림픽 수영 경영종목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8월 1일 금메달 2개를 보태며 이번 대회 최다인 5관왕에 등극했다. 드레슬은 6개 종목에 출전해 혼성 혼계영 400m만 제외하고 자유형 50m와 100m, 접영 100m, 계영 400m, 혼계영 400m 등 5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자유형 50m와 100m에서는 올림픽 신기록을, 접영 100m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수영 선수였던 마이클 펠프스가 은퇴한 후 처음 열린 올림픽에서 5관왕에 오른 드레슬은 자신이 차세대 수영 황제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펠프스와 함께 계영 400m와 혼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그는 개인 통산 금메달 수를 7개로 늘렸다.
한편 같은 날 여자 수영 경영종목에 출전한 호주의 엠마 매키언도 금메달 2개를 추가해 여자선수로는 대회 첫 4관왕에 올랐다. 자유형 50m와 100m, 계영 400m, 혼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매키언은 접영 100m와 계영 800m, 혼성 혼계영 400m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참가선수 중 가장 많은 7개의 메달을 수집한 그녀는 올림픽 역사상 여성선수 중 단일대회 최다 메달리스트 타이기록을 세웠다.
도쿄 올림픽의 최대 메달박스
수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유서 깊은 스포츠로, 올림픽에서 육상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중요한 기초 종목이다. 수영과 육상 종목에는 워낙 많은 금메달이 걸려 있어 메달박스라 불리는데,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수영에 총 49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어 총 4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육상을 하나 차이로 앞서고 있다.
올림픽에서 수영은 세부적으로 경영, 다이빙, 아티스틱 스위밍, 수구, 오픈워터 등 종목으로 나뉜다. 이 중 수영의 꽃은 역시 3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경영(競泳) 종목이다. 수영 경영 종목은 물속에서 누가 더 빨리 나가는지를 겨루는데, 출발 신호에 따라 일제히 출발해 혼신의 역영을 펼친 후 결승점에 도착한 순서로 순위를 가른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회 최다인 5관왕에 등극한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의 역영 모습. ⓒ 도쿄 올림픽 홈페이지(https://olympics.com/tokyo-2020)
수영 경영 세부 종목은 영법을 기준으로 자유형과 배영, 평형, 접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유형은 자유롭게 영법을 선택할 수 있는 종목인데 수면에 반듯이 누운 후 양팔을 번갈아 회전하면서 양발을 차는 ‘크롤 영법’이 가장 빨라서 널리 사용된다. 배영은 반듯이 누운 자세로 얼굴을 물 위에 내놓고 헤엄치는 영법이고, 평영은 개구리처럼 두 팔과 두 발을 오므렸다 펴는 영법이며, 접영은 마치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처럼 두 팔을 동시에 앞으로 뻗쳐 물을 끌어당기는 영법이다.
수영 경영 종목은 영법별로 100m와 200m 거리에서 경기가 펼쳐지는데, 자유형의 경우는 50m 단거리부터 최장 1,500m의 장거리까지 더 많은 세부 종목으로 구분된다. 이 외에도 혼자서 4가지 영법을 모두 사용하는 ‘개인혼영’, 정해진 영법으로 4명의 선수가 릴레이 하는 ‘계영’, 4명의 선수가 서로 다른 영법을 사용하는 ‘혼계영’, 그리고 남녀 2명씩 4명의 선수가 서로 다른 영법을 사용하는 ‘혼성 혼계영’ 종목이 진행된다.
물속을 헤치는 힘찬 역영의 원리
수영은 맨몸으로 팔, 다리만 갖고서 물살을 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운동종목이다. 땅 위와 달리 물속에서 앞으로 나가려면 물의 저항이 상당하므로 매우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수영선수들은 물속에서 어떻게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지 경기 진행 국면에 따라 자세히 살펴보자.
수영 경영 경기는 출발소리를 듣는 동시에 출발대를 박차고 공중으로 도약해 양손을 쭉 뻗어 물속으로 들어가는 스타트(Start)로 시작된다(배영은 물속에서 스타트 한다). 100분의 1초 차이로 순위가 결정되는 경기이기 때문에 빠른 스타트가 경기를 유리하게 만드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사람의 뇌가 소리를 인지하고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어서 육상과 마찬가지로 0.1초 이내의 반응속도는 부정출발로 간주한다.
빠른 스타트와 함께 중요한 또 한가지는 물속으로 들어가는 입수 각도다. 전문가들은 이상적인 입수 각도를 30∼40° 사이로 본다. 입수 각도가 이보다 작으면 신체와 물 표면의 접촉이 늘어나 저항이 커지고, 반대로 입수 각도가 이보다 크면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이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입수 후에는 물 위로 바로 올라오지 않고 물속에서 허리와 발차기만 활용하는 ‘돌핀킥(Dolphin Kick)’이라 불리는 기술로 쭉 나아간다. 이와 같은 잠영은 수면 위보다 저항이 적기 때문에 더 빨리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체력을 급격히 갉아먹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잠영은 스타트뿐만 아니라 턴 할 때도 최대 15m까지 허용되는데, 선수 본인의 체력을 고려해 적절한 구사가 필요하다.
자유형에 사용되는 크롤 영법. 속도는 팔 동작과 발의 추진력에 의해 결정된다. ⓒ T. Dominteanu 『Proper Technique Freestroke (Crawl) Swimming』
잠영을 끝낸 후 선수들이 역영을 펼칠 때 속도는 스트로크(Stroke)와 킥(Kick)에 의해 결정했다. 스트로크는 어깨의 회전력을 바탕으로 손을 쭉 뻗어 물을 잡아서(Catch), 당기고(Pull), 물을 밀어내면서(Push), 마무리(Finish)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더 긴 스트로크 길이(Stroke Length)와 더 빠른 스트로크 빈도(Stroke Rate)를 보여준다.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팔 동작과 함께 물을 밀어 차는 킥 동작도 필요하다. 스트로크와 킥의 협응적 움직임이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물에 대한 저항을 증가시켜 전진 속도를 떨어뜨리는 결과가 나온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수영 선수들의 추진력은 스트로크에서 70%, 킥에서 30%가 발생한다고 한다.
심리보다 기술적 요인이 경기력 결정
올림픽 수영 경영 종목을 보면 다관왕이 많이 배출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 올림픽까지 출전한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는 총 23개의 금메달을 따냈는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사상 최초로 8관왕에 올랐다. 그 전 단일대회 최다 금메달은 역시 수영에서 나왔는데, 미국의 마크 스피츠는 1972 뮌헨 올림픽에서 7관왕을 기록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도 남녀 최다인 5관왕과 4관왕이 수영 경영 종목에서 나왔다.
경영 종목에서 다관왕이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금메달이 많이 걸려있기 때문이지만 과학적으로는 영법별 근기능의 연관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자신의 주 종목과 영법이 결정된 상태에서 매일 90% 이상을 자신의 주 영법에 대한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흥미롭게도 자유형 선수는 접영과 배영 운동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자유형 기록이 향상됨에 따라 접영과 배영 기록이 동시에 향상된다. 물론 접영 또는 배영 선수도 마찬가지로 자유형 기록이 향상된다.
이는 자유형의 근육 동원 형태가 접영과 매우 유사하고 배영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형, 접영, 배영 종목의 세계적인 선수는 여러 메달을 노릴 수 있게 되며, 아무리 수영 다관왕이어도 평영까지 석권하기는 어렵다. 역대 최강의 수영 황제 펠프스도 평영 종목에서는 올림픽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메달을 딴 적이 없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역대 최초로 8관광에 오른 마이클 펠프스. ⓒ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아울러 수영 선수들의 경기력은 타고난 신체와 근력, 심폐지구력, 기술적 요인이 결정하는 점도 다관왕 배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영 선수의 타고난 신체는 경기력과 상당한 관련성이 높은데, 신장은 크고 사지가 길수록 팔을 휘젓는 지레의 원리에 따라 추진력 발현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또 수영 경영에 필요한 근력과 심폐지구력, 기술적 요인 등은 심리적 요소의 영향을 덜 받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능력들이다.
반면 선수의 심리적 상태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목은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도 결과를 낙관하기 힘들다. 지난 올림픽 4관왕이면서 이번 올림픽에서 체조 역사상 최초로 6관왕을 노리던 체조의 여왕 시몬 바일스가 최고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종목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진 것도 선수의 멘탈이 흔들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