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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전국의 복지시설과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짜장면을 보시하고 있는 운천스님. 지난 11일 만난 스님은 대략 16만 그릇을 나눠줬다고 말했다. |
돼지감자 덖어 만든
국우차 판매 수익금으로
전국을 다니며 짜장면 보시
4년간 16만 그릇
‘수행 정진의 방편’
화학조미료 쓰지 않아
‘착한 짜장’으로 불러
부처님 나라 인도에서
짜장면 나눠주고 싶어
8월 기금마련 위해
10만등 불사 추진 중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 그릇 주는 공덕,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 끼 주는 것만큼 큰 공덕이 있을까. 우리 국민들에게 짜장면은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전북 남원의 작은 절 선원사는 짜장면 포교를 하는 도량이다. 주지 운천스님이 2010년 부임해 인근 군법당 봉사로 시작한 짜장면 보시는 4년간 전국을 돌며 16만 그릇이라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일, 안양교도소에서 운천스님을 만났다. 이날도 스님은 재소자 3000명에게 짜장면을 나눠줬다.
남원 시내 중심지에 자리한 선원사는 875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남원 시내 중심 남원시청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사세는 넉넉하지 않았다. 운천스님이 꿈꿨던 포교를 위해서는 기금도, 여건도 부족했다.
스님은 선원사 주지로 부임하자마자 인근 군법당을 찾았다. 그리고 가장 먹고 싶은 간식이 무엇인지 물었다. “짜장면이요.” “그래, 한번 해줄게.” 마침 신도 가운데 태안 기름유출 사건 현장을 찾아 주민과 봉사자들에게 짜장면을 만들어 줬던 이가 있었다. 신도들과 함께 만들어 준 짜장면을 맛있게 먹는 군인들을 보면서 스님은 길을 찾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중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가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러던 차에 짜장면을 먹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짜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료비 마련을 위해 스님과 신도들은 돼지감자를 길러 차로 개발했다. ‘국우차’다. 돼지감자는 당뇨에 매우 효능이 좋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먹는데 번거로움이 많다. 이에 감자를 썰어 말리는 과정을 통해 차로 개발한 것. 판매대금은 고스란히 짜장 재료비로 들어간다. 처음에 재료 대부분을 선원사 밭에서 길렀다. 봉사를 위해 찾는 곳도 남원 인근 군법당과 사회복지시설, 노인정 등이었다. 점차 짜장면을 만드는 노하우가 늘면서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좋은 음식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일반적으로 짜장에는 많은 양의 조미료가 첨가된다. 하지만 운천스님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착한 짜장’이라고 이름 지었다.
“작물 가운데 상품성이 부족한 재료들이 그냥 버려져요. 먹는데 지장은 전혀 없지만, 크기나 모양 때문에 판매되지 못하는 것이지요. 짜장면 봉사를 하다 보니 그런 작물들은 그냥 주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운천스님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그만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짜장면 보시도 처음에는 포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일환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스님이 가톨릭, 개신교 시설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는 이유다. 최근에는 수원의 한 성당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짜장면을 나눠주기도 했다.
“얼마 전 중국 연변에 사는 분에게 부탁이 왔어요. 연변에 조선족 교도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한국식 짜장을 한번 나눠주면 좋겠다는 거예요.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내년에는 인도에 가서 짜장면을 나눠주고 싶어요. 부처님 나라에서 한국 짜장면 보시라.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아요?”
하지만 돼지감자차를 팔아 만든 기금으로는 해외봉사까지 엄두를 내기 어렵다. 장비를 싣고 다닐 트럭도 새로 구입해야 할 처지다. 이에 스님은 10만등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8월3일까지 목표로 ‘이웃을 위한 10만 연등’을 모연하고 있다.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조그만 시골 사찰에서 10만등 불사를 하겠다는 것이…. 부처님께 열심히 기도를 올릴 수밖에 더 있나요.”
올 하반기부터 작은 공연단도 구성할 계획이다. 소외된 시설을 찾아 간단한 음악공연을 하고, 음식봉사도 한다는 취지다.
운천스님이 짜장면 봉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선원사에 노인들을 위한 복지공간을 만들고, 지구촌공생회가 추진하는 ‘생명의 우물’ 파기 사업을 통해 동남아시아 30곳의 우물조성 기금을 쾌척했다. 또 지난해에는 네팔 룸비니 오지 마을에 초등학교를 건립했다. 남원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스님에게 언제까지 짜장면 보시를 할 것인지 물었다. “참선하는 스님들이 화두를 깨칠 때까지 정진하잖아요. 저도 끝장 볼 때까지 해야지요. 어쩔 때 힘들거나 하기 싫을 때도 솔직히 있어요. 밀가루 한포 보시해 주는 사람이 없어 밤새 돼지감자를 썰면서 고민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출가 수행자이고, 수행의 방법으로 이것을 택했으니 끝장을 봐야지요.”
스님은 짜장이 ‘화두’가 되었다고 답한다. 한 두 그릇 짜장면을 만드는 것과 적게는 500명 이상, 많게는 5000명분의 음식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 전국에서 온 채소를 골라내고, 하루 종일 다듬어야 한다. 밀가루 반죽을 숙성시켜 면을 뽑아내는 것도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여름이면 뜨거운 불 옆에서 몇 시간을 보내야 한다. 스님은 그 자체가 수행이고 운력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음식을 먹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이에요. 야채를 다듬거나 면을 반죽하면서 오로지 그 생각에만 집중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짜장을 보시하는 의미가 없지 않겠어요? 그러다보니 짜장이 제 화두가 되고, 수행이 되고, 포교의 수단이 되는 것이겠지요.”
대화 중에 진도에서 채소를 보낸다는 전화가 왔다. 물류비는 스님 몫이다. 그 채소로 13일부터 5일간 열리는 남원 춘향제 때 짜장면을 만들어 팔고, 수익금은 전액 남원시에 기부하게 된다. 사찰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참여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다는 스님이다.
“만물에 질서가 깃들어 있듯이 부처님의 도량에도 사람을 이롭게 할 질서가 존재합니다. 이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자심(慈心)의 마음이며, 주변인을 향한 비심(悲心)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또 모두가 인연지어 살아가기에 일체 중생의 이름으로 파장을 일으키게 됩니다. 나의 기도와 발원이 누군가의 복력으로 회향하는 법이지요. 그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운천스님은 세 가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경전을 보는 마음, 차를 덖는 마음, 그리고 보살행을 실천하는 마음이다.
경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차를 덖어 기금을 마련해 짜장을 통해 봉사하는 운천스님이다.
운천스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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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안양교도소에서 재소자에게 나눠줄 짜장면을 만들고 있는 운천스님. |
운천스님은 1999년 직지사에서 지현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고, 2004년 통도사에서 구족계를 수지했다. 중앙승가대 사회복지과와 파계사 율원을 졸업했다. 중국 절강성 사범대학교 유학을 마치고 귀국, 지난 2010년부터 선원사 주지를 맡아 오고 있다.
남원 선원사는 875년(헌강왕 1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신라 고찰이다. 한때는 당우 30여 동에 80여 분의 스님들이 머물던 대찰이었다고 전한다. 흥망을 이어오던 선원사는 정유재란으로 전소됐다가 1755년 남원부사인 김세평이 중창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