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종일 새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망우헌의 울창한 나무숲에서 지내다가 해가 뉘웃 뉘웃 지는 오후 온통 차소리 가득한 서울의 칙칙한 아파트 숲으로 들어오니 숨이 콱 막히는 기분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작년까지 50년 이상을 서울에서 생활했으니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지만 간만에 올라온 서울은 왜 이리 낮선지 모르겠습니다.
아파트 계단을 걸어내려오면서 본 먼 바깥 풍경 ! 저 멀리서 성냥곽 같은 아파트가 대단지로 들어서고 있네요 !
https://youtu.be/5Igjd2CR3u0?si=x2sbcEbItbzfra4o
집 떠나는 즐거움 이가락(離家樂)여행 - 7 을 떠나기전 이틀의 여유시간에 해야 할일이 많네요 !
출국전 건축 잡지사에서 11월 특집으로 게재할 예정인 ALC 주택 관련 원고글도 마무리해 주었고 저녁에는 오래전에 약속해 두었던 고등학교 반창회를 종로에서 가졌습니다만 모두들 화제는 건강 이야기네요.
오늘은 정말 보고 싶었으나 예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영화 <이터널 메모리>도 눈물을 찔찔 흘려가며 광화문에서 조조로 보았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 >
20년전 TV에서 많이 들었던 모 카드 회사의 광고 카피이지요 .
크지 않는 텃밭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일할때는 즐기면서 최대한 열심히 일하고 최소한 분기별 한번 정도는 집 떠나는 이가락을 즐기고 싶어 오래전 예약해 두었던 이가락(離家樂)여행 - 7 을 드디어 출발합니다.
여행기간이 짧든 길든 혹은 여행지가 가깝던 멀든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집을 잠시 떠나 나를 한번 되돌아 보는 낮선 내가 되어 보는 일은 상상만해도 즐거운 일입니다. 메여있던 일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접해보는 즐거움은 항상 기대와 설레임이 교차하기 마련입니다.
여행 다녀와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토란과 울금 그리고 메주콩 수확이 남아있지만 올 가을 얼마나 가을걷이를 했었나 ! 하고 한번쯤은 되돌아 보고 내년에는 어떤 작물들을 길러야 하는가에 대한 점검을 하는 의미에서 가을걷이 수확물을 다시 리뷰해 봅니다.
*. 8월 말 참깨 수확
딴덩너머 메주콩밭이 너무 넓어 1/3 정도 면적 약 50평 정도에 참깨를 심어 8월말 참깨 한말( 12kg)이 조금 안되는 10kg 을 수확해 예천 기름집에서 참기름을 짜 본 기억은 정말 신선한 추억입니다.
내년에는 참깨 농사를 건너뛸 예정이니 참기름 아껴서 먹자고 했지만 손큰 아내는 여기 저기 다 나눠주시네요 ! 나눔은 기쁨이고 사랑이니 그 모습을 바라다보는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 9월초 태양초 고추가루 수확
끝물 고추를 따서 고추 부각도 넉넉히 만들어 두었지요 !
다혜원 텃밭에 고추 30포기를 심어 마른 고추 10근 (6kg)을 수확했습니다. 씨앗을 빼고 방앗간에 빻으니 8근 조금 넘더군요 .
고추는 농약 안치면 탄저병이 와서 안된다고들 하는데 고집스럽게 무농약 무비료로 길러 이만큼 수확하니 너무 기분이 좋더라구요 !
저희 집에서 일년에 소비하는 고추가루가 스무근 정도 된다고 하니 내년에는 고추모종을 50 - 70포기 정도 늘려서 심어 볼 예정입니다.
*. 9월초 호두 수확
망우헌 지킴이 길고양이 까망이 가족이 열심히 청설모 새끼를 잡아준 덕분에 청설모 개채수가 많이 줄어 올해 처음으로 세 그루 정도에서 호두를 수확했었습니다. 올해를 경험삼아 내년에는 고란산 주변에 흩어져 있는 2 -30 그루의 호두나무들을 수확 전 호두나무 밑을 예초기로 풀을 베어 말끔하게 정리한뒤 수확하면 올해보다는 훨씬 더 많은 호두를 수확을 할것 같습니다.
*. 9월 중순 밤줍기
산밤
올해는 알밤도 알뜰하게 줏은 해 였습니다.
고란산 감나무밭 올라가는 길목에 두 그루의 밤나무가 있습니다만 수확전 예초기로 풀도 베어주고 올 봄 전정작업도 해준 덕분에 제대로 수확을 해본해 였습니다. 바닥에 알밤이나 밤송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려 서너 차례 줏었습니다만 약을 치지 않았는데도 벌레하나 먹지않고 잘 영글었더군요 !
그밖에 딴덩너머와 고란산의 산밤도 많이 열려 밤 풍년이었던해 였습니다. 올 겨울에는 고란의 밤나무에 거름이라도 넉넉히 해 줄 계획입니다.
*. 9월중순 토란대 수확하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인지 토란과 울금 농사가 정말 잘 되었지요 ! 처음으로 토란꽃과 울금꽃을 본 해이기도 합니다. 너무 작황이 좋아 형님댁에 넉넉히 나눠 드렸습니다만 아내와 같이 토란대 겁질까느라 고생 좀 했었습니다.
토란대 일부는 껍질을깐 후 말리지 않고 삶아서 소분해 냉동보관해 두었는데 아내는 오히려 말린것보다 맛이 더 좋다며 내년에는 이렇게 삶아서 냉동 보관을 많이 하자고 하네요 !
*. 10월초 땅콩수확
망우헌이 산밑에 있는 집이라서인지 야생동물이나 조류들이 많은편입니다. 몇년째 땅콩을 조금씩 심었습니다만 너구리 피해가 너무 심해 내년부터는 심지않을 예정입니다.
막상 올해 농사가 마지막 땅콩농사라고 생각하니 심심풀이 땅콩이라고 많이 아쉽네요 !
*. 10월초 고구마 수확 !
올해 고구마 농사는 망쳤습니다.
원인을 알수 없는 이유로 200포기 심은 다섯 고랑중 한고랑에서만 수확을 했으니까요 ! 내년에는 조금 더 고구마순 자라는데 신경을 써야하고 수확 역시 일찍 해야 할것같습니다.
*. 10월초 감 말랭이. 감식초. 곶감 만들기
꾸들꾸들 말린 감 말랭이
본체 흙집 처마밑의 곶감
잘 익은 홍시감
항아리에 담아 숙성중인 감식초
유기농 매실과 함께 제가 주력으로 농사짓는 유기농 감입니다.
농약과 비료를 전혀 안하니 많이 열리지만 많이 땅에 떨어지고 또 모양도 깨끗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유기농 감으로 곶감으로 만들거나 감 말랭이 그리고 감식초를 만들어 놓으면 정말 맛이 일품이지요 !
내년부터는 올해보다 많은 양의 감들이 수확될것 같아 9월중순에 미리 예약을 받아 감말랭이. 곶감. 감식초용 <둥시감>을 판매도 할 계획입니다.
*. 10월 중순 도토리 전분 만들기
망우헌 뒤 단감나무밭에 수북히 떨어진 도토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아내와 두어시간 도토리를 줏었는데 23kg 나 되었습니다. 망우헌에서 그리 멀지 않는곳에 도토리 전문 방앗간이 있는것도 알게 되었고 난생 처음으로 도토리 전분 7kg을 만들게 되었고 오늘 도토리묵을 쒀 맛보았는데 그맛이 대박입니다.
도토리는 해걸이를 한다고 해 얼마나 열릴지 모르지만 망우헌 뒷산 좌측이 토토리 나무 산이라 내년에는 이맘때쯤 아내는 무조건 도토리 줏으로 가자고 저를 조를것 같습니다.
*. 10월중순 은행알 손질하기
고란산 주변에 심어 놓은 은행나무에서 노랗게 은행이 익어갑니다.
틈나는대로 바구니를 들고 올라가 바닥에 떨어진 은행을 줏어 손질해 말리는 중입니다만 빼먹지 말아야 할 겨울 간식이지요 !
아직 나무에 매달린 은행들이 많아 이달말까지는 계속 줏어야 할것 같습니다.
*. 10월 중순 호박 수확하기 !
애동호박들 !
호박고지도 넉넉히 만들어 두었습니다.
김장할때 늙은 호박을 삶아서 넣으면 맛이 좋다하여 아내는 꼭 늙은 호박을 삶아 갈아서 넣고 김장을 합니다. 올 겨울 김장용으로 미리 갈무리 해둔 늙은 호박들 !
올해는 호박이 풍년입니다.
연당윗밭 울타리 주변과 배밭자리 감나무밭 가장자리에 단호박. 맷돌호박. 표주박 호박등 세종류를 심었습니다만 많이도 열립니다.
7 - 8월 한창 더운 여름에는 애동호박 구경을 못하다가 8월말 날씨가 선선해 지기 시작하자 쏟아지듯 호박이 열려 애동호박을 많이도 먹었던것 같습니다.
망우헌 주자장 평상위에 수확한 호박들을 모아놓고 오가시는 분들에게 나눠 드렸는데 한번 맛보시더니 맛이 좋다며 더 달라는 분들이 계셔서 지금은 모두 나눠 드렸지만 밭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호박이 사진보다 더 많이 달려 있으니 호박 필요하신분들은 언제 든지 말씀하세요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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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날짜별로 정리해보니 9 - 10월 한달 보름동안 꽤 많은 가을걷이 작업을 해 놓은 느낌이네요 ! 이가락(離家樂)여행 - 7 을 위해 일 해온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가을걷이를 마무리해 놓고 여행을 떠나게 되니 정말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 >
라는 카피 글귀로 제 스스로를 위안하며 이번 주말은 이스탄불의 중심지 탁심거리에서 그 유명한 갈라타 타워에 올라가 보스포러스 해협의 야경을 보며 제가 좋아하는 세젠 악수(Sezen Aksu) 노래를 듣고 있을것 같습니다.
. Küçüğüm (나는 작다 !)
https://youtu.be/ygotTM_4x-g?si=VO17N57bdbhitmpx
< 종산 https://blog.naver.com/jongsangolgil111>
첫댓글 종산님의 한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매사에 계획적이시고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이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는 방법 같습니다.
언제나 열심이신 모습에 감사를 드립니다.
우와..
보기만해도 흐믓하네요.
다른건 몰라도 저도 고구마만큼은 올해 500포기를 심었는데
그야말로 여기저기 고구마 나눔 잔치를 하고 있습니다.
농사 짓는것도 그렇고 나누는 것도 고구만한게 없어 보입니다.
저도 내년에는 위 수확물 반은 수확 할 수 있으려나~~
위 글 내용중 새소리를 보니..
횡성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보통 93.1을 들으며 일을 하는데
그때 같이 들리는 새소리때문에 갈등을 많이 합니다.
라디오를 들을까...새소리를 들을까..^^
살뜰이도 갈무리하셨네요.
정리를 잘 해서 보기 좋습니다.
저희도 어느 정도 끝난 것같긴 한데
아직 들깨가 여기 저기 틍나는 곳마다 모종을 찔렀더니 온 밭에 조금씩널려있어 정신없습니다.
이틀째 밤늦도록 고추 훑어다 분류하고 있습니다.
돌네는 언제나 미완의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합니다.
정말 질서정연하고 깨끗한 먹거리가
종산님의 훈훈한 동안거를 예견합니다.
건강한 먹거리가 틀림이 없었습니다.
.ㅡ.
자연속에 젖어서 살다가 어쩌다.
기차를 타고 청량리역에서 내려 서울에 들어서면
탁한공기.씨끄러움,밀랍형의 군상들 역겨운 악취... 내가 이런 속에서 오~~~둥안 살았었음이 괴이하게 여겨지는 묘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나를 품어주고 먹여살려주던 서울 사랑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서울.
평온한 서울.
행복한 서울이 되기 바램합니다.
참 부지런히도 농ㅈ사 지으셨네요
수확도 그정도면 좋아보이구요. 매사에 계획적이고 차분하심이 잘 보이네요 ㅎㅎ 날이 추워지고 있어요 늘 건강 챙기시고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되시기를.....
도대체 없는게 뭡니까?? 참 부지런 하십니다 // 존경스럽습니다
언제 한번 같이 술한잔 기울이고 싶네요. JBL 4344스피커 음악 들으면서요..
안 바쁘실때 한번 초대해 주십시요ㅎㅎ
언감생심이라는 단어가
저에게는 딱 어울릴듯 합니다~ㅎ
우와 ~~
감동입니다~~
즐거운 여행되시길요~~
답글 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한분 한분 답글을 드려야 도리인줄 아오나 제가 스무날 정도 외유하는 바람에 이제서야 글 올리게 되었네요 !
덕분에 바람 잘 쐬고 돌아 왔습니다.
자주 뵐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