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뒤, 제가 또 며칠 바빴잖습니까?
시골에도 다녀오고, 갑자기 날씨도 추워져서 하던 일도 서둘러야만 했고...
근데요, 생필품(먹거리)이 떨어져서... 장을 봐야만 해서,
그저껜가 아침에 행장을 차려입고 장을 보러 나갔는데,
웬걸?
제 자전거가 납작하게 가라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타이어가 빵꾸가 나 있었던 겁니다.
난감하긴 했지만, 바람 넣는 기구가 있어서... (근데, 그것도 충전이 안 돼 있어서 충전부터 한 뒤)타이어에 바람을 넣었는데요, (약 한 시간 정도 뒤에요.)
아무 이상없이 빵빵해졌던 타이어였는데, 다시 끌고 나가려는데...
"어?"
또 다시 가라앉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에이, 이거... 무슨 일이람?"
확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없어서, 다시 바람을 넣었지요.
그랬는데도, 그런 현상은 반복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 아무리 애를 써봐도...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큰 일이었습니다.
장을 봐오긴 해야 하는데, 자건거없이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요,
제가 가는 식료품가게가 제법 멀어(걸어가기엔 먼 곳입니다.) 선뜻 나서기도 애매했지만, 설사 걸어가서 장을 봐온다고 해도... 이것저것 사다 보면(저는 한번에 몽땅 사오는 습성이 있답니다. 자주 나가는 게 귀찮으니까요.) 그 무거운 것을 어떻게 들고(메고) 오겠느냐는 거지요.지하철을 타고 갈 수도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지하철 역까지 걷는 것도 보통 거리가 아닌데... (걸어서 10분 정도는 걸리는데)
갑자기 자전거에 문제가 생기니, 앞이 캄캄해지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엔 별 느낌도 없이 타고 다녔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되자... 한심하드라구요.
제가 그렇게 낙심했던 건,
그냥 쉽게 고치면 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에는요, 이 부근에 '자전거포'가 자취를 감춰서...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한 곳 두 곳... 다 문을 닫더니,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답니다.)어디 갈 데가 없어서였는데요,
'중랑천 둔치 공원'에 한 장애인이 자전거 수리를 하는데,
바람빠진 타이어의 자전거를 거기까지 끌고 가는 문제도(거기 역시 만만찮은 거리여서) 보통 일이 아닌지라,
앞이... 까마득해지는 순간이었답니다.
그러다 엊그제 차 빵꾸가 났던 친구 B가 떠올라,
그 상황 설명의 문자를 띄웠더니,
니 차나, 내 차나... ㅠ
하는 문자를 보내왔드라구요.
근데요, 그 날 저녁이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제가 시골(둔터니)에 내려가 있을 때, 문자를 보내왔던 친구 A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서울로 돌아왔어?" 하고 묻기에,
"응, 그저께 밤에 왔는데... 돌아오는 길에 H도 만났어." 하고 또 다른 친구 H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제 자전거 빵꾸에 대한 얘기도 나왔는데,
"아니, 그... 복도에 있던 자전거 말야?" 하고 그 친구가 묻는 것이었습니다.
"응. 그게 갑자기... 빵꾸가 나버렸어." 하자,
"그래? 내가 거기 갔던 날 있지? 그때도 내가 보니, 이미 빵꾸가 나 있드라고." 하니,
"뭐라고? 나는 내가 시골에 내려간 사이에 그런 줄 알았는데..." 하자,
"아냐! 그 날도 내가 봤어. 근데, 그때 나는... 그 옆집 자전거인 줄 알고, 아무 말도 안 했거든? 진작에 알았다면, 그 때 내가 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텐데..." 하기에,
"그래? 근데, 여기는 자전거포도 없어서... 고치기도 힘들어서, 나도 난감한 상황인데......" 하고 말았는데요,
"그럼, 장보러도 못 가고 있어?" 하고 묻기에,
"응. 내일은... 어딘가로 끌고 나가봐야 할 거 같아. 어떻게든 고쳐야 할 테니......" 했는데,
"가만 있어 봐라..." 하더니 그가, "그럼, 내가... 우리 집에 안 타는, 장보러 다니는 자전거 갖다 줄까?" 하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뭐라고? 아니, 그 마음은 고마운데... 거기가 어딘데, 여까지 자전거를 갖고 와? 배보다 배꼽이 크겠다!" 하고 말렸는데요,
"아냐! 내가 내일, 일 끝나고... 거기 경기도 '양수리'에 문상 갈 일이 있는데... 잘 됐네! 그때 갖다 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에?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강원도에서 여까지......" 했지만(진짜 저에겐 너무 뜻밖의 일이기도 했지요.),
"내가 일부러 가는 게 아닌, 어차피... 가는 길에 간다는 거야." 하니,
"글쎄...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하자,
"그냥, 거기 아파트에서 있기만 하면 돼. 내가 문상 끝나고 갖다 줄 테니까. 어차피 이젠, 내가 아는 곳이기도 하니, 찾아가는 것도 문제 될 거 없고." 하니,
저는,
"그럼, 밤이나 돼야 올 수 있을 텐데... 늦어서 어떡하고? 그러면, 여기서 지난 번처럼 자고... 새벽에 돌아가면 되겠네!"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아니, 돌아오는 건 바로 밤에 와야 해. 나는 새벽에 움직이는 것보다, 차라리 밤 늦게라도 돌아왔다가, 여기서 자고 일나가는 게 좋으니까." 하는 식으로,
일이 급진전되고 있었답니다.
근데, 좀 웃기지 않습니까?
이 친구 A,
뭐... 썩 자주 만나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며칠(1주일쯤?) 전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친구 B의 빵꾸난 차 타이어를 갈아주고 갔었는데,
이번엔 또 제 자전거 빵꾸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온다고 하니...
'이건 뭐지?'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다음 날 아침 저는 친구 B와 통화를 하면서, 그 얘기를 하게 되었고,
"야, 우리 앞으로 그 친구(A)를 '빵꾸 리(Lee)'로 부르자!" 하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A의 성이 '이씨'여서 한 말이랍니다.
(A에게 진 신세는 따로 치면서도, 그를 무시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닌데... 우리끼리 웃자고 한 농담이었답니다.)
그러니까 '기름밥을 먹었다는 친구' A가,
이 친구 저 친구의 빵꾸 문제를 해결해주고 다니는 꼴이어서, 고마움은 따로 묻어놓고...
B와 저 둘이서 우스갯소리를 했던 거지요.
아무튼 그 날 밤, A는 양수리에 문상을 오는 길에(문상을 끝내고) 한 자전거를 실어왔는데요,
(아래)
근데요, 자전거가 '여성용'이드라구요.
그러니까 이 친구 생각으로는, (절더러)우선 이 자전거라도 타고 장을 보러 다니라는 뜻이기도 했는데,(장바구니도 달았드라구요.)
일단 한 번 타보라고 해서, 이 아파트에서 시운전(?)을 해보았는데...
자전거는 아주 잘 나가던데, 바퀴가 작다 보니(여성용이라)... 어째, 자유롭지가 않드라구요.
그렇지만 그 집에서는 타지 않는다 했고(다른(의미가 있는) 자전거도 있다고 했는데, 제가 그 자전거는 가져오지 말라고 했거든요.), 저도 임시방편으로 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는 있을 터라... 받아들이긴 했는데요,
결국은(?), 이 친구가 돌아가는 길에...
제, 빵꾸난 자전거를 실어가는 일로도 이어졌답니다.
어차피 자전거를 실어왔으니, 빈차로 돌아갈 바에야... 제 빵꾸난 자전거를 실어가지고 가서, 거기(강원도 인제)에서 수리를 한 다음...
"다음에, 내가 부품을 사러 올 때(A는 영등포에 가끔 온다고 합니다.)... 실어오면 되잖겠어?" 하는 것으로,
그 친구는... 저에게 자전거만 가져와서, 또 자전거만 싣고 돌아갔답니다.(제 아파트에는 올라오지도 못한 채)
근데요, 너무 웃기지 않습니까?(저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너무 고마운 일이긴 했지만,
'이게 무슨 일이고, 왜 이렇게 되고 있다지?'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원래는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일이 돼가는 게... 이상하게(?) 흘러가더니, 이렇게 신세만 지는 제 입장이 너무 뻔뻔한 것 같기도 하고(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받아만 먹는 사람이 돼버린 기분이라), 그 친구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하기도 하면서,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도 있답니다.)
아무튼, 그 친구가 다시 제 자전거를 실어올 때까지... 마음 정리를 하면서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