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행을 다녀와서 그런지 왼쪽 발목이 시큰거린다. 낙엽 위에 싸인 눈을 보니 너무 미끄럽게 느껴져서 산에서 내려오는 내내 왼발목에 힘을 준 결과이다. 내일이 막내딸의 생일이라 오늘은 늦은점심(외식)을 함께하고는 좀 늦은시간이지만 서울의 동묘시장이 궁금해져서 서둘러 전철을 타고 오후 4시가 넘어 신선동역에 도착했다. 단골가게에 들렀는데 마땅히 살것도 없고 해서 시장을 대충 한 바뀌 돌았는데 살것이 없었다. 오늘은 "허당"이구나 생각하고는 매 번 들르는 헌책방(청계서점)의 노점에 펼쳐진 책들 중에 2권을 골랐다. 한권은 일본작가 와타나베 슌이치가 쓴「둔감력」이고 또 한권은 에픽테토스 잠언집「새벽3시」이다. 읽을 신문도 없고 해서 「둔감력」을 대충 살펴보고는「새벽3시」를 읽기 시작했다. 연말까지 천천히 생각하며 읽으면 될것 같았다. 9월30일 부로 경기도 버스요금이 1500원으로 인상 됐다. 200원을 아끼려고 정발산역에서 서울버스(773번)로 환승하려니 30분 환승시간에 겨우 맞추거나 늦을 형상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가로등 불빛아래 20분정도 책을 읽으면 될것 같아 한참을 읽다가 버스전광판을 보니 1분남았다. 이 페지만 읽고 그만둬야지 하고 막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탈 버스가 막 지나가버린 것이다. 이제 환승시간이 2분 남짓 남았는데 환승을 못하면 새로 1500원을 내야했다. 잠시 망설이는 동안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다른 번호의 버스지만 서을버스가 한 대 도착했다. 이 버스는 집까지 종점에서 한시간 가량 걸어야 했다.1250원을 아끼려고 걸어가기로 했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는 순간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다음 정거장에서 기다렸다가 놓쳐버린 773번으로 환승하면 간단히 끝날 것을 5분가량 당황한 나 자신은 역시 소인이었다. 마음을 너그럽게 하고, 남을 위해 배려해 주는 것이 몸에 밴다면 혹시 대인은 못돼도 소인은 면할 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위대한 착각이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