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의 문제점 ]
정부나 은행 같은 중앙 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된 디지털 자산을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고 합니다. 암호화폐는 민주주의와 시장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진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기존의 화폐보다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화폐 질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과연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 걸까요?
다양한 암호화폐들은 사실상 각기 다른 민간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화폐’에 불과합니다. 암호화폐 중에서 비트코인만이 자가 소멸 알고리즘이 내장되어 있어서 채굴 가능한 총량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암호화폐들은 시장의 분위기만 뜨겁다면 발행량에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암호화폐를 통해 돈을 버는 자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암호화폐가 거래될 때마다 수수료를 떼어가는 거래소와 현재 판매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암호화폐를 획득한 자들입니다.
규제를 받지 않는 민간 기업이 자체적으로 토큰을 발행하고 그걸 화폐라고 부르지만 거품이 꺼진 시장에서 최후의 구매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은 불 보듯 뻔합니다. 암호화폐는 단지 누군가에게만 일정한 가치를 지닌 토큰일 뿐이며 노골적인 투기의 수단입니다.
암호화폐가 투기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극심한 가격 변동성 때문입니다. 암호화폐의 인기가 높아져서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은 급등하게 됩니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다른 자산에 비해 계속 오르고 있다면 누가 그걸 화폐로 사용하려고 하겠습니까? 사람들은 그것을 거래에 사용하기보다는 시세차익을 위해 축적할 뿐입니다.
암호화폐가 화폐로서 기능하고 있지 못하다면 자산으로서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요? 모름지기 자산은 투자에 대한 수익이 있어야만 하는데 채권이나 주식과는 달리 암호화폐는 현금흐름이나 수익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주식을 매수하면 그 자금은 회사의 설비 확충이나 시장 개척에 쓰이고 기업의 수익 창출로 연결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실물경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어떠한 자산의 형성에도 기여하지 않습니다.
암호화폐는 오로지 대중심리에 기대어 거래되기 때문에 극단적인 투기의 수단이 될 뿐입니다. 암호화폐는 실물경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투명하지도 않고 내부자 조작에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20여 년 전 아이폰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암호화폐는 현재까지 자산으로서도 화폐로서도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는 오로지 투기, 범죄, 도박 등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고 이미 그것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습니다.
암호화폐를 통해 부를 획득한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을 더욱 부풀리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암호화폐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현물 ETF 승인을 받음으로써 비트코인을 제도권 금융 자산으로 편입시켰습니다. 암호화폐를 세상에 내놓으며 그들이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월스트리트와 기꺼이 손을 잡은 것입니다.
암호화폐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그것이 사적(私的)이라는 것입니다. 잘 관리되고 제대로 기능하는 화폐는 언제나 공적(公的)인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결함이 있지만 현재의 화폐 제도는 전적으로 국가의 책임하에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암호화폐를 옹호하는 어떠한 주장도 ‘공적 화폐의 사유화’라는 암호화폐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겉으로는 ‘보통 사람을 위한 해방’이라는 수사로 포장하고 있지만 암호화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사적 화폐입니다.
사적 화폐의 최대 수혜자는 언제나 그것을 소유한 부유층입니다. 민간 주체가 발행하는 사적 화폐와 국가가 발행하는 공적 화폐 간의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