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축구팬의 22일간의 러시아 월드컵 여행기 (6) 이르쿠츠크 & 시베리아 횡단열차

[락싸인 음잘알 만들기 프로젝트]

BGM : Кино - Группа крови

1편 : 프롤로그, 그리고 여행 계획 및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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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 블라디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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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 시베리아 횡단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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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 바이칼 호수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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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 바이칼 호수 II (알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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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지우지 못한 여운을 남기고

알혼 섬과 바이칼호를 떠나

'시베리아의 파리'로 불리는

이르쿠츠크로 돌아왔다.

지구 최장의 철도,

시베리아 횡단열차 노선에서

중간 정착지 역할을 하는 도시,

이르쿠츠크.

시베리아의 무역 중심지였고,

데카브리스트의 난으로 귀향 온

수많은 러시아들의 지식인들이

유럽의 문화를 들여와 꽃피웠다는 이 곳.

(위의 건물은 130지구 앞에 위치한

성십자가 교회)

그러나 바이칼호를 보고 온 후

이 곳에 있던 시간은 딱 하루.

레닌 동상을 포함해

모스크바 개선문, 폴란드 교회 등등

볼 게 없는 도시는 아니였지만

딱히 관광을 하러 돌아다니기보다는

잠시 힐링하는 곳으로 생각하고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엄청

좋은 인상을 받은 도시는 아니다.

러시아 극동 특유의 후줄근함과

낡은 유럽 양식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어

전통을 잘 지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깔끔하다는 인상은 그다지 받질 못했다.

일단 배가 고파졌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고려'라는 식당을 가기로 했다.

이 곳은 고려인 후손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는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러시아인들도 많이 찾고,

한국인 관광객들도 생각보다는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 수천키로 미터 떨어진 먼 땅까지

민족의 뿌리가 내려진 곳을 찾는다는 건

왠지 모르게 가슴 시큰한 일.

직원들은 한국인의 그 모습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한국어를

가벼운 인사 말고는 거의 못한다.

그럼에도 한국어 메뉴가 있어

메뉴를 시키는 데는 어렵지 않았고,

가격도 러시아답게 매우 저렴했다.

참고로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짜게 메뉴를 만들기 때문에

주문하기 전엔 미리 얘기해야 한다.

고려인 전통 냉면이 제일 유명한데,

쌀이 먹고 싶어서

김치 볶음밥을 시켰다.

먹어본 결과,

우리나라와는 완전 다른

러시아 특유의 향이 난다.

한식을 먹고 싶었던 나에겐

그다지 좋지 못했던 선택.

고려인 전통 냉면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 입맛에도 매우 잘 맞는다.

여기서도 잠시

한국인 일행들을 만나게 되어,

함께 130 지구를 들렸다.

130 지구는

목조 건물로 만들어진 관광지로,

이르쿠츠크의 가장 큰 번화가이다.

이르쿠츠크 특유의

후줄근한 느낌에서 벗어나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받는다.

이때부터 서서히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면서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러시아인들이

'손, 손' 거리면서

수근거리는 것이 나도 모르게 들린다.

이때의 시간은 밤 9시.

해는 질 생각을 안한다.

10시가 되고 나서야

해가 조금씩 진다.

북쪽으로 와 있다는 게

실감이 나던 순간이었다.

러시아에 와서 가장 놀랐던 건,

운전자들의 매너가

생각보다도 훨씬 좋았던 것이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보행자 우선 원칙이 잡혀있어,

보행자가 횡단보도 앞에 서있으면

대부분의 차량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이는 동쪽의 블라디보스톡부터

서쪽의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모두 동일했다.

현실 GTA가 일어날 줄 알고

두려움에 러시아를 찾았던 나에겐

가장 큰 충격이었다.

민들레씨가 도시 전체를

감싸던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에서

우연히 방탄소년단을

만났던 순간은 놀라웠다.

러시아에도 K팝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는 아니지만, 어디에든 꼭 있다.

특히 10대 여자 사이에서는

K팝 특유의 매니아층이

탄탄히 형성되어 있을 정도.

그 덕분에 이 여행기 이후

러시아 서쪽으로 가면서

매우 좋은 추억을 만든 것은 덤.(ㅎㅎ)

이르쿠츠크에는 낡은 건물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입구가 지면보다 더 낮게

약간 땅에 파묻힌 듯한

이런 비쥬얼을 하고 있었다.

동행하시던 분이 말해주길,

오래된 건물에 도로를 새로 짓게 되면서

지면이 조금씩 올라갔는데,

그 때문에 서서히 땅 속으로 묻히는

비쥬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르쿠츠크에는 전차(트램)가 있다.

트램은 무려 15루블(우리 돈 300원도 안함)

밖에 안하는 충격적인 가격으로 운영한다.

나중에 핀란드까지 가서

트램 한 번에 4유로 가까이 쓰던 걸 생각하면

러시아는 참 물가가 싼 편이었다.

이르쿠츠크에서 제일 놀랐던 순간.

무려 부산 서면으로 가는 직통 버스를

운행하고 있었.....

는 트릭이고,

한국산 버스를 러시아에서 자주 수입하는데,

시골 같은 경우 따로 도색을 떼질 않아

가끔 버스에서 한국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톡부터 이르쿠츠크까지

기차로 3일 반,

이르쿠츠크부터 스웨덴과의 경기가 열릴

니즈니 노브고로드까지 또 3일 반.

첫 시베리아 여정에서

하루에 한끼만 먹을 정도로

빈곤하게 있었는데,

이제는 두 번째로 타니

조금씩 노하우가 생긴다.

이제는 러시아 국민 브랜드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도시락에다가

같이 먹을 훈제 오리고기까지

3일 동안 먹을 양식을 바리바리 싼다.

오버해서 산 것 같아도

가격은 생각한 것보다 적다.

이르쿠츠크를 떠나면서.

보이는 강은 바이칼호의 줄기를 따라

형성되어 흐르는 앙가라 강.

이르쿠츠크에서 다시 만난

시베리아 횡단열차.

이번에는 001번이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기본적인 정보는

앞의 여행기 편에서 적었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미 앞의 기차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기 때문인가...

이 사진 이후로

횡단열차에서 찍은 사진이 없었다.

여행기를 적을 생각이었다면

좀 더 많은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두번째 열차는 첫 번째 열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이유는 같은 차량에

한국인이 매우 많았기 때문.

나 포함 무려 10명.

이 중에 9명이

월드컵을 보러가는 일정이었고,

1명은 월드컵이 러시아에서

열린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히 기간이 겹쳤다고 한다.

한국인만 있던 것이 아니라,

월드컵을 보러가는

전 세계의 축구팬들이 다 모였다.

중국인,

뉴질랜드인,

코스타리카인,

스웨덴인,

폴란드인,

캐나다인,

말레이시아인,

우루과이인...

같은 칸에서 축구 얘기를 나누며

횡단열차를 타고 가는 풍경은

너무나도 경이로웠다.

이르쿠츠크에서 만나

알혼섬까지 같이 갔었던

중국 소녀들과 알고 보니

기차에서 또다시 같은 칸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들은 뭔가 우리들에겐 없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었는데,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추억을 기리기 위해

 우리에게 편지를 써주고

롤링페이퍼를 받는 모습은

뭔가 학창시절 때의 우리들 같았다.

기차를 타던 중간에,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했다.

여기 축구에 미친 중국 소녀는

중국에 있는 친구에게

영상전화를 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보고 있다.

6월 16일 경기장에 도착했기 때문에,

월드컵 최고의 명승부였던

포르투갈 vs 스페인 또한 보지 못했다.

중간 중간 큰 역에 내리면서,

서서히 유럽에 다다르고 있음을 깨닫는다.

가운데 있는 키 큰 남자 외국인은

Finley라는 뉴질랜드 친구인데,

맨유 팬이고 오직 월드컵만 보기 위해

러시아로 온 열혈 축구팬이다.

랜덤으로 티켓을 잡을 수 있는

1차 티켓 예매 기간에

불행히도(?) 사우디아라비아 경기들이 잡혀

사우디아라비아를 강제로 응원하게 됐다고.

옆자리에 있었어서

3일동안 축구 얘기를 위주로

정말 영어 한마디 어렵게 어렵게

대화를 이어갔다.

드디어 월드컵 개최 도시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

예카테린부르크 역에 도착.

이 역에서부터

러시아는 서서히

월드컵 분위기를 띄운다.

정차하는 시간 동안 잠시

예카테린부르크 역 바깥으로 나가보니,

곧 이곳에서의 첫 경기를 앞둔

이집트인들이 눈에 띈다.

예카테린부르크는 유럽의 기점이 되는

우랄 산맥 지역의 중심 도시로서,

블라디보스톡에서부터 온 사람들에겐

유럽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내가 갈 스웨덴전 경기장이 있는

니즈니 노브고로드까지 가기 위해선

아직 하루를 더 타야 된다.

월드컵 개최도시 사이 사이 거리가

무슨 하루 동안 가는 거리나 되냐 싶지만,

러시아는 그런 나라다.

니즈니 노브고로드에 도착하기 전

역에서 같이 찍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7번째 칸의

마지막 단체사진.

차마 보여줄 수는 없는

기차 안에서 친해진 친구들.

(사진 위의 태극기는 참고로

내가 사 갖고 온 것인데,

나중에 월드컵 기간 동안

여행에 깨알같은 재미를 더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이들과 3일 동안

승무원 몰래 안주와 함께

보드카를 마시면서,

축구 얘기,

일상 얘기,

자기 나라 얘기,

본인 고민 얘기,

여행 계획 얘기 하느라

정말 사진 찍을 틈도 없이

3일을 너무 재밌게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드디어 스웨덴 전이 열리는

니즈니 노브고로드 역에

도착했다.

블라디보스톡까지는

무려 일주일이 걸린 여정이었다.

Next :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웨덴 전 직관)

To Be Continued...

[저스틴 비버]

꿀잼

[락싸인 음잘알 만들기 프로젝트]

너무 재밌었습니다😁

[지효]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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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Головин]

잘봤습니다! 러시아 동부 중부 서부에서
삼년넘게 살았는데, 운전매너는 당연히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지만 ㅎㅎㅎ
기본 매너는 동쪽으로 가면 갈수록 없어지는듯(ex 뒷사람을 위해 문잡아주는 매너) 러시아에 좋은 추억을 남기고 오셔서 다행이네요

[락싸인 음잘알 만들기 프로젝트]

저는 당연히 러시아인들의 거친 모습만큼이나 운전매너도 거칠 줄 알았는데, 정말 슬라브 근육질 몸매 속 내면엔 츤데레함과 친절함이 배어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ㅋㅋ

[Landon Donovan]

같은 소련인데 러시아랑 우즈벡은 차이가 넘 심하네요 ㅋㅋ 지금 우즈벡인데 신호등이 따로 없어서 그냥 눈치껏 대우차들 피하면서 건너야해요 ㅋㅋㅋ

[락싸인 음잘알 만들기 프로젝트]

거긴 또 다른가보네요ㅠ우즈벡에서 안전하게 좋은 추억 쌓으시길!

[봉보로로봉짱짱]

시리즈 정주행해야겠네요 아직 요것만 읽고 1편 안읽었는데 재미있을듯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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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링크 따라 보시거나 제 프로필 누르셔서 보셔도 됩시다ㅋㅋㅋ

[RaYGa]

크~~~ 이르쿠츠크 파가 생각나는 이르쿠츠크~ 락싸인 시베리아 잘알 만들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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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감사합니다😉

[놀러가자]

나중에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