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거고 무슨놈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사건이냐? 그런게 들어오거든 제발 나는 빼주라 딸린 처자식이 나 하나 보고 살고 있다.’
“오~ 그렇구나….역시 9년 짬밥의 노땅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깐. 암튼 높으신 양반들이 생각하는거 하곤… 아니 좀 떠볼려고 큰 사건들 해결하라고 닥달하는 거라면 이해라도 하지, 자기 밥그릇 뺏길까봐 몸 사리는 거였어. 아니지 또 지원도 안해주면서 사건 해결하라고 닥달하는 것 보단 낫지.”
앞의 칭찬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말 때문에 이마에 퍼런 심줄이 솟기는 했지만 그 뒷말이 저 싸가지 후배놈의 주둥이에서 나온 것 같지 않게 지극히 정상적이고 옳은 소리라 도 닦는 심정으로 앞의 말은 무시했다.
“밥상을 지키기는 하겠지만 그 밥상에 반찬 몇가지 더 올릴려고 수고하긴 귀찮다 이거지.”
“햐~ 선배… 생각보다 예리하네. 근데 비유가 밥상… 반찬… 누가 아저씨 아니랄까봐….”
‘투욱~’ 이미 돋았던 심줄이 터지기라도 할 것처럼 더욱 돋아났다.
‘그래 도 한번 제대로 닦아보자. 언젠간 저 놈에게도 적응하는 날이 오겠지. 아니지 아니야… 절대 안돼! 저 놈에게서 벗어나는 길이 최선이야… 정 안되면 묻어서라도….’
“그건 그렇고 우리 이렇게 잠복 시키고 있는 바바리 변태 말이우…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그런짓을 할까?”
한참 장소에서 방법까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던 최형사는 이형사의 질문에 괜히 뜨끔해서 최대한 아까의 생각이 무의식 중에 표출 되지 않도록 어색하기만한 부드러운 눈빛과 상냥한 말투로 이형사의 질문을 되물었다.
그러자 이형사도 이상한 어색함을 느꼈는지 쌩뚱맞은 표정으로 최형사에게 아까의 질문을 다시 말해 주었다.
“아…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길래 말 거는 것도 못 듣고 멍해 있수? (흠짓…상당이 기분 나빠하는 눈치다.) 거 우릴 이렇게 고생시키는 그 변태놈…그런놈은 어떤 놈일까 하구 물어봤수. 그리고 아까도 그러더니 왜 그렇게 나를 이상 야릇하게 쳐다보구 그래? 혹시… 나한테 관심있었수? 흠… 미안한데 난 선배같은 스타일 별론데….”
최형사의 ‘도’ 수양에 있어서 원인 제공자이자 자극제인 이형사는 이참에 아에 최형사를 수양의 길로 들어서게 하려는 것 같았다.
“캭~!! 이… 나도 너 같은 스타일 별로야!” 순간을 참지 못하고 질러버리긴 했지만 역시나 후환이 캥겨 엉뚱한 소리를 해버리는 최형사였다.
“그럼 어떤 스타일인데? 참… 미스코리아 뺨 치는 형수님도 있으면서… 암튼 비밀로 해 드릴께 나한테만 말해봐. 어떤 스타일… 근육질? 꽃미남? 아님 요즘 아줌마들한테 인기인 강호동? 말만해 다른건 몰라도 강호동 스타일은 내가 많이 알아. 전에 유도 같이 하던 애들이 있는데 강호동하고 형제지간 같다니깐…어쩌구 저쩌구...”
아니다 이형사는 아예 최형사를 우화등선(우화(羽化)는 원래 번데기가 날개 달린 나방으로 변하는 것을 말하는데, 번잡한 세상 일에서 떠나 즐겁게 지내는 상태를 비유하는 말이며 또한 술에 취하여 도연(陶然)한 모습을 일컫기도 한다.) 시킬려는 것 같다.
그 뒤로 한참을 이형사는 최형사의 스타일에 대해 열을 올리며 말을 하였으나 최형사의 귀엔 아무 소리도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아까 마지막에 했던 생각을 더욱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어디다 묻을 것인가 부터 알리바이는… 이형사의 체중, 삽의 구입처 등등 을 생각해 보며 심각하게 실행을 고려해 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둘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도취되어 있을 때 급박한 말투의 무전이 들어왔다.
“…여기는 델타3, 델타3 당소 위치에서 용의자 발견 주변 잠복조는 각자가 맡은 도주로 차단 바람… 반복한다. 여기는 델타3 용의자 발견 각자의 도주로 차단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