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예찬
공원 관리인 아저씨가 큰소리로 화를 벌컥 내신다.
공원을 산책 나온 어른들은 힐끔 쳐다보며 지나가셨고,
아이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본듯 우르르 몰려든다.
"그러니까 왜 땃냐고?" 관리인 아저씨 목소리는
화가 치밀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다.
'난 안 땃다고, 난 아니라' 고 마음으로는 눈물나게
아니 서럽게 외쳐도 무조건 화를 내는 관리인 아저씨의 기세에 눌려
고개만 푹 숙이고있었다.
1960~70년도 내가 살던 효창동에는 가을 운동회 때마다
운동회를 열어 그 크기에 놀라곤했던 효창운동장이 있고, 운동장 옆에는
가시철조망 울타리속에 백범 김구 선생님 묘지가 있다.
놀 장소가 마땅치 않던 그 시절에는 김구 선생님 묘지 바로 위에있는
효창공원이 초등학교 아이들의 아지트였다.
해마다 7~8월이 되면 김구 선생님 묘지 부근 가시철망울타리 속에는
무궁화가 흐드러지게 피곤했다.
초등학교(국민학교) 6학년 아이가 무궁화 꽃에 대한 무슨 애착이 있어서
꽃을 땃다고 공원 관리인 아저씨는 나를 붙잡고 화를 냈는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이해 할 수가 없다.
관리인 아저씨에게 얼이 빠지게 혼이 나면서도 죽고 싶도록 챙피했던건
우리 학교 다니는 친구를 구경꾼들 사이에서 봤던 것이다.
나는 왜 무궁화를 따지 않았다고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고 강력하게 항의를 못하고
이렇게 모진 수모만 당했는지.
다음 날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어제 효창공원에서 봤던 친구가
복도에서 다른 아이랑 나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속닥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어제보다 더 챙피하여 내일 학교를 나오지
말까하는 생각과 함께 만일 선생님이 아신다면
학교를 다녀말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런 사연이 있은 이후로 효창공원 근처에 얼씬도 안했다.
그리고 휴유증으로 무궁화가 싫고 미웠다. 아니 두렵기조차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이 가시철망 울타리를 개구멍처럼 뻥뚫어 김구 선생님 묘지를
드나들며 장난치다보니 누군가 희생양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려고 그랬을거라 추측해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도대체 지금도 이해불가다.
하지만 하필이면 내가 왜?
우리 동네에서 순전히 학군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딸아이 초등학교 6학년에 전학을 시키며
이사온 아파트 베란다 창문너머로 어린이 놀이터가 보인다.
아침마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등교하는 모습은
언제보아도 아스라히 먼 어린시절 고향에서 보냈던
황금같은 시절이 떠 올라 나도 모르게 옷음꽃이 피곤했다.
'그래 이사 오기를 얼마나 잘 했어'
무더위가 시작하는 여름 어느날 습관처럼 베란다
창문 너머로 아이들의 놀이터를 바라보았다.
놀이터 입구에 꽃분홍부케가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보아도 둥그스름하니 신부가 들고 있음직한
부케모양의 분홍꽃 나무가 있다.
무슨 꽃일까? 신고식도 안하고 저렇게 예쁜모습을 해도 되는건지?
곱고 예쁜 모습에 반해 찬찬히 눈여겨보았다.
'아....세상에나!'
먼 발치에서 보아도 무궁화였다.
어린시절 무궁화가 주었던 트라우마는 중년이 다 되어가도 여전하여 무궁화가
그렇게 예쁘다는 것을 믿고 싶지가 않았다.
지루한 장마가 한눈을 파는사이 아이들이 놀이터에 나와 신바람이 났다.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자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어온다.
창문 너머 놀이터 입구에는 꽃분홍부케 무궁화가 아이들의 수호천사처럼 지키고있어 울컥했다.
서쪽 하늘이 석양빛으로 붉게 물들면 아이들도 삼삼 오오 짝을지어 집으로 향한다.
정막이 감도는 텅빈 놀이터에 우두꺼니 서있는 꽃분홍부케 무궁화가 애처로워서.
해마다 여름이 되면 꽃분홍부케 무궁화와의 만남은
속깊은 친구와의 대화를 하듯 그렇게 이어졌다.
아파트가 재건축이라는 대세에 밀려 헐리고무너져 내릴때까지.
여름 햇살이 무서워 필수품 양산을 쭉 펴들고 부지런히 출근하다
길거리 화단에서 꽃분홍무궁화를 보았다.
마치 옛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움에 해드폰 카메라가 먼저간다.
가까이서 자세히보니 특별하게 예쁠것도 없는 데
이토록 정이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가볍게 의문을 가져보며 출퇴근길 지극정성으로 눈맞춤을 잊지 않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더위에 지쳐 무궁화나무 아래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화무십일홍' 이라고 했던가
꽃잎 동그랗게 말린 무궁화가 즐비하게 흩어져있다.
붉은 꽃송이를 추위도 가시지않은 봄날에 뚝뚝 떨어져 마음을 아프게하는 동백꽃도 아니요.
형형색색의 화려한 빛과 매혹적인 향기로 자타가
인정하는 꽃의 여왕 장미도 화무십일홍 직격탄을 맞으면 누우렇게 변해버린 꽃잎들의
처참한 모습 여과없이 보여 보는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불러 오게 하는 것도 아니고,
고운빛으로 화사하게 피어 꽃잎 동그랗게 말아 떨어지는 무궁화는
마치 인생드라마 쫘악 펼쳐놓았다가 도르르말은 각본인듯하여
아무리생각해도 뒷끝이 깨끗한 여인인지라.
한순간 인생의 멘토가 되었다.
2022.7.26
NaMu
첫댓글 새식구 인사 영접 일주일도 안된 새내기가 겁도 없이 어설픈글을 올려봤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학창시절에는 공원이나 산에서 꽃을 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나도 산에서 개나리꽃을 따서 가지고 내려오다가 관리인 아저씨에게 야단을 심하게 맞은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꽃을 따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사고가 발전햇나 봅니다
나무랑님의 글을 읽으니 그때가 또 그리워집니당
충성 우하하하하
혹시나..... 무궁화 성대 님께서 따신건 아닌거져^^
반겨주셔서 넘넘 감사드려요.
충성👍
나무랑님,
첫글을 반가이 맞이하며,
뒷끝이 아름다운 무궁화를,
어린시절에 겪었던
기억을 무시해 낼 수 있었던
무궁화가 수필로써 잘 표현 하셨습니다.
그렇지요.
뒷끝이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나무랑님,
자주 오셔서 친근해 지면 좋겠습니다.^^
그러게요.
뭐니뭐니해도 뒷끝이 아름다운 여인은
우리 모두에 멘토 아닐까싶어요.
정겨운 닉네임을 가지셨네요 콩꽃 님^^
(콩꽃을 좋아하거든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낯을 무쟈게 가려서
카페 활동 잘 할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했는데요
반겨주셔서 넘넘 감사드려요✌
반갑게 환영합니다. 나무랑님.
글도 읽으시고
좋은 글도 올려주시고
편하게 머무르시기 바랍니다.
봉사방의 활동도 응원합니다.
아....봉사방이 있어서 넘넘 좋았어요
(물론 산행도 가끔 하지만요)
반겨주셔서 넘넘 감사드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반갑습니다 동천강 님
많이 서투른데 잘 봐주세요
넘넘 감사드려요✌
무궁화 사랑
반갑습니다.
저도 무궁화 사랑합니다.
식탁,앞에 무궁화 액자를 걸어놓고
보고 또 보아도 친근합니다.
그림은 어설퍼,보여도
오랜 세월 나이를 먹었거든요.
우~와 무궁화 사랑이👍
넘넘 멋있었어요 특히나 무궁화에
벌도 날아왔네요.
반겨주셔서 넘넘 감사드려요^^
무궁화에 얽힌 옛추억과 함께 잘 읽었습니다. 피고 난 후 도르르 말린 모습을 뒷모습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표현한 발상도 새롭습니다
그러게나 말이예요.
걔가 그렇게 예쁜 짓을 했어요^^
많이 서투른데 잘 봐주세요 감사드려요✌
무궁화 진 모습을 못 봤는데
보기 좋은 모양입니다.
어릴 때는 무궁화 있는 집이 많아
매일 봤습니다.
무궁화에 얽힌 일화와 마지막 모습까지
잘 엮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자주 뵈어요.
그러게요.
꽃잎이 동그랗게 말려 떨어진 무궁화를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세상에 이렇게 깔끔할 수가'
감동했거든요.👍
아직은 많이 서투른데 잘 봐주세요
감사드려요
별로 크지 않은 농장에
여러가지 나무를 심었는데
와이프가
우리나라꽃 무궁화가
없다고 봄부터 심자고
독촉을 하지만
진듸물과 해충이 너무
많은 무궁화라 아직까지
심지 않고 망설이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왜 무궁화에 해충과 진딧물이
많은거래요 글쎄😭
손이 많이 가는 나무는 아무래도 망설여지죠
반갑습니다. 본산 님.
오늘 화원에 가서 무궁화 꽃을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꽃 무궁화랑 좀 다른
느낌입니다.
그래도 반가워서 사진을 찍어
왔답니다.
글 잘 읽었어요.
하얀색 무궁화도 예쁘네요.
아직은 많이 서투른데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무궁화...어느날 무심결에
바라보니 시애틀 거리에
무궁화 꽃이 활짝 피어 있었
읍니다.
그때의 그감동~~.
효창공원 정말로 50년도
지났음 직한 시절에
가보았읍니다.
그곳에서 저도 이상한 일을 겪어
보기도 했었고요.
글 잘 읽었습니다.
예전에 보았지만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란 영화가 생각나는
그 시애틀 인거죠?
효창동에서 무궁화에 대한 기억이 있으셨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