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속에 들어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속을 떠나야 한다
(나태주·시인, 1945-)
다시 9월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나태주·시인, 1945-)
가을편지2
9월
바닷가에 써 놓은 나의 이름이
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동안
9월
아무도 모르게
산에서도 낙엽이 진다
잊혀진 얼굴
잊혀진 얼굴
한아름 터지게 가슴에 안고
9월
밀물처럼 와서
창 하나에 맑게 닦아 놓고
간다
(나호열·시인, 1953-)
9월
9월이 오면
앓는 계절병
혈압이 떨어지고
신열은 오르고
고단하지 않은 피로에
눈이 무겁고
미완성 된 너의 초상화에
덧칠되는 그리움
부화하지 못한
애벌레로 꿈틀대다가
환청으로 귀뚜리 소리 품고 있다
(목필균·시인)
9월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오세영·시인, 1942-)
9월과 뜰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
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가
퍽 엎질러져 있다
그곳에
지나가던 새 한 마리
자기 그림자를 묻어버리고
쉬고 있다
(오규원·시인, 1941-2007)
9월의 시
하늘 끝없이 멀어지고
물 한없이 차지고
그 여인 고개 숙이고 수심(愁心)지는 9월.
기러기떼 하늘가에 사라지고
가을 잎 빛 없고
그 여인의 새하얀 얼굴 더욱 창백하다.
눈물 어리는 9월.
9월의 풍경은 애처로운 한 편의 시.
그 여인은 나의 가슴에 파묻혀 우다
(함형수·시인, 1914-1946)
9월의 시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문병란·시인, 1935-)
구월의 시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움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 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조병화·시인, 1921-2003)
9월의 기도
가을 하늘은 크낙한 수정 함지박
가을 파란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네
저 맑은 빗줄기 속에 하마 그리운
님의 형상을 찾을 때, 그러할 때
너도밤나무 숲 스쳐오는 바람소린 양
문득 들려오는 그윽한 음성
너는 나를 찾으라!
우연한 들판은 정녕 황금물결
훠어이 훠어이 새떼를 쫓는
초동의 목소리 차라리 한가로워
감사하는 마음 저마다 뿌듯하여
저녁놀 바라보면 어느 교회당의 저녁종소리
네 이웃을 사랑했느냐?
이제 소슬한 가을밤은 깊어
섬돌 아래 귀뚜라미도 한밤내 울어예리
내일 새벽에는 찬서리 내리려는 듯
내 마음 터전에도 소리 없이 낙엽 질텐데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진실로 기도하게 하소서
가까이 있듯 멀리
멀리 있듯 가까이 있는
아픔의 형제를 위해 또 나를 위해
(박화목·시인, 1924-2005)
9월이 오면
웃자라던 기세를 접는
나무며 곡식들,
잎마다 두텁게 살이 찌기 시작하고
맑아진 강물에 비친 그림자도 묵직하다.
풀벌레 노래 소리
낮고 낮게 신호 보내면
목청 높던 매미들도 서둘러 떠나고
들판의 열매들마다 속살 채우기 바쁘다.
하늘이 높아질수록
사람도 생각 깊어져
한줄기 바람결에서 깨달음을 얻을 줄 알고,
스스로 철들어가며 여물어 가는 9월.
(김향기·시인)
첫댓글 올려주신 좋은 글에
머물다가 갑니다
좋은~님..
9월 첫날 첫번째로
고운 마음내려 주셨군요
9월에는 더건강하시고
풍성함이 가득한 가을을 만끽해보세요 ~♡
서경방가족님~~^^
폭염에 열대야의 8월을
세월속으로 보내고...
기을향기 가득한 9월의 첫날
입니다 ~~
한편의 시처럼 살고싶고
낭만이 있고 사랑이 있는
9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빈님~~^^
함께하는 9월도
서경방에서 좋은글속에서
진실된 만남을 기대합니다~~♡
광준이님 하세요....
고생 하셨죠 ..
감 합니다......
반갑습니다
8월한
9월에도 변함없이 사랑으로..
서경방 이끌어 주시는 방장님이 되시구요
"9월의 시 모음"
백영규의 슬픈 계절에 만나요..
정말 가을이 슬픈 계절일까요
아닌것 같은디
암튼 서경방에 인사 드리며
잠시 머물다 갑니다
엥,
가람님도 혼자서 댕겨 가셨네요,ㅎㅎ
지 보구 혼자 갔다구 뭐라 하시구는
톡 하시지 그랬으요,ㅋㅋ
먼저 잘 내려 가시구요
지는
쫌 있다 가렵니다
난중에 뵈어유..가람님
한가람님~~^^
9월 첫날 서경방 방문을
환영합니다 ~~
격려 해주시니 힘이나는군요~
조만간에 찾아뵐께요 ~~♡
9월이 가을이 몰려 와서
벌써 부터 가을의 이쁜것만 채워주네요
9월은 추석 명절까지 수고 많으셨어여
조미경님~~^^
9월에도 변하지않는 서경방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방장님...방가방가 하네유
9월 첫 날에
기쁜 마음으로 댕겨갑니다.
8월이가 좀 미웠지유
그래도 잘 보내 셨으요?
잘 하셨구요
9월에는
더 좋은 일들이 있기를 바랄께유,
에구,
마음 좋으신 방장님
오늘은 시를 많이도 주셨넹,ㅎ
좀 아껴두시지 그랬으요
좋은 시 잘 읽고 갈께유
노래도 좋구,
함께한 사진도 좋구요,ㅎ
9월 한 달도
방장님과 멋진 추억이 되었으면 합니다
늘
행복 하시구요..
옥황상제님~~^^
9월에도 더좋은 인연으로
변하지 않는 우정의 글벗이
되기를 바라는 광준이 마음
알아주이소~~♡
9월첫날
9월의 시들이 마중나왔군요.
반갑게 만나고 갑니다.
멀티♡♡캔디님~~^^
9월 첫날에 고운마음
실어주시니 고압습니다 ~~♡
방장님~♡
9월의 시 한보따리 선물로
행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론 한달도 건강하시고
의사소통 만사형통
운수대통 하시길 기원합니다
좋은밤 되세요~♡
Polo님~~^^
든든히 서경방 지켜주심에
감사드려요
9월에도 많은사랑 부탁해요 ~~♡
좋은글 모음 작품 즐감기회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