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먹구름이 꽉 끼어있다. 새벽부터 비가 끊임없이 추적추적 내리는데 도시는 짙은 안개속에 파묻혀 방향을 잃고 있다. 나는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시면서 가을의 우울을 즐기고 있는데 어제의 일이 뇌리에 떠오른다.
지하철에서 이쁘게 생긴 한 아가씨가 조그만 주머니에 숨겨 태운 애기고양이가 그만 야옹 하고 울어버리는 통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 살짝 태운 게 들통이 나서 아가씨의 얼굴이 홍당무가 돼 버린 일이 있었는데 고양이를 지하철에 태우는 것이 불법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어쩌다 지하철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어 일부러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짓고 쳐다보는데, 마찬가지로 어디서 고양이 소리가 들리니 얼마나 귀여운가 하고 호기심이 가고 지하철 안이 오히려 정겨운 분위기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사는 주위 서달산 자락길에는 산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위하여 매일 새벽 나비야 나비야 하며 고양이 먹이를 한 보따리 준비해 와서 군데군데 놓아주는 노 부부가 있는데 이 부부가 나타나면 고양이들이 마치 엄마가 나타난 것처럼 정해진 자리에 나타나 먹이를 얻어먹고 그 부부는 고양이를 자식새끼처럼 쓰다듬어 주곤 하는데 이게 길게 봐서 고양이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좋은 일인지 고양이들을 게으르게 만들어 일찍 죽게 만드는 것인지는 판단이 잘 가질 않는다.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또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까지 불리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 의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라는 유명한 소설이 있는데 그 내용은 자신이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버려진 어느 새끼 고양이가 인근학교의 영어교사인 진노 쿠사미의 집에 들어가 빌붙어 살면서 자신이 고양이로서 겪는 일과 쿠사미선생의 생활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 논 소설이다. 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