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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로 살아가자, 행복의 얼굴, 김장의 육도(六道) 외
한남대학교 전 총장 김형태 장로님이 한교선 단톡방에 공유한 글입니다.
*사진은 김용섭 선생님이 근무지 양구에 있는 중학교와 주변 11월 중순의 풍경을 찍은 사진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린이로 살아가자■
"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린아이처럼 다시 시작하지 않는 한, 너희는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고사하고, 천국을 보지도 못할 것이다."( 마 18:3)
■섬집 아기/ 이흥렬 ■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래길을 달려옵니다.
■엄마야 누나야/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江邊)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기억의 뜰에/최정심■
꽃도 풀잎도
기억력이 좋다
어떻게 해마다
그 색깔만 골라 칠하고 그 모습만 골라 빚는지
과일도 나무도
기억력이 참 좋다
어떻게 해해년년
그 모양새로 그리고
그 옷만 찾아 입는지
내 기억의 뜰에도
꽃과 나무 심어
잘 키우고 싶다.
■우리 마을 / 오순택■
꽃은
가만가만이라고 말하며
핍니다.
새는
조용조용이라고 말하며
납니다.
꽃은 꽃끼리
저희들 끼리만 알아듣는
꽃처럼 고운 말을 합니다
새는 새끼리
저희들 끼리만 알아듣는
새처럼 귀여운 말을 합니다.
■아기가 먹지만/문삼석■
젖은 아가가 먹지만
배는 엄마가 부르지요
트림은 아가가 하지만
속은 엄마가 개운하지요.
(* 우리들도 옛날엔 이런 모양의 어린이였었다.)
■행복의 얼굴/ 김현승■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이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 가을 연가, 밤이면/ 林 森 ■
까만 밤에는
가을이 익는 소리 들린다
잠 못드는 창녘으로
볼썽 사나운 상념의 여울목을 휘저으며 난
커피잔 속에 녹아 내리는
이 가을과 이야기 한다.
기관지염에 시달려 캑캑대는
어린 자식새끼의 베개 맡에서
줄담배로 깊어가는
시계바늘 부여잡고 그래도
가을은 낭만적이었다고.
마즈막 남겨진 내 영혼의 소리에서
짐짓 가을을 되새김한다.
어차피 사람은 그렇게 사는 것
그렇게 산다고 믿으며 사는 것.
설운 상흔의 세월을
아리도록 그리면서도
이 방만은 잠들리라
흐드러진 가을의 씨알
뒤척뒤척 모아 쥐고
한껏 착한 평화 들으면서, 또
하얗게 밝히어지다.
(* 이 가을은 다른 세 계절과 비교할 때, 아쉬움도 많고 미련도 많은게 사실이다.
날마다 사연도 많았고 잊지 못할 추억들이 계속 반죽되면서 약간 지겹기까지 하다.
이제부턴 보편적이고, 평온한 일상에 충실하고 싶다. 기쁜 소식들이 그리워진다
정신 차리고 흐트러진 이성을 다잡아 푸른 하늘을 바라보자.
빨리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바란다.
가을엔 이별이 많다. 헤어지기 위한 만남도 많다 결국 가을은 많은 사연들이 모자이크된 계절이라 하겠다.)
■ 생명 生命 /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 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 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 김남조/1927~2023)
■ 오라, 이 강변으로 ■
오라, 이 강변으로.
우리는 하나, 만나야 할 한 핏줄,
마침내 손잡을 그 날을 기다린다.
그날이 오면, 끊어진 허리
동강난 세월들 씻은 듯 나으리라.
너의 주름과 나의 백발도
이 땅의 아름다운 꽃이 되리라.
오늘도 여기 서서 너를 기다린다.
(* 홍윤숙/1925~ )
(* 燈火可親/ 螢雪之功/ 汗牛充棟/ 讀書百遍義自見/책을 읽자, 신문을 읽자.)
■ 산도화/山挑花/ 박목월 ■
산은 / 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 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 사랑법 / 강은교 ■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것.
침묵할 것.
그대 살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뒤에 있다.
(* 가을 단풍도 봄꽃 이상으로 곱고 아름답다.
봄꽃들은 땅에 떨어지면 빗자루로 쓸어 내지만
가을 단풍은 땅에 떨어지면 주워서 책갈피에 꽂아 놓는다.
잘 익어가는 노인도 청춘 못지 않게 우아한 모습이다.)
■어느날 문뜩/ 이경수■
당신 집 앞을 지납니다
......
당신 집 앞을 지났습니다
공연히 뒤돌아 봅니다
두 번인가
아니, 세 번일까
몰 라
강산이 변했습니다만
여전히 당신은
불 쑥
내 가슴을 찌릅니다
나는 오늘 그래서 아픕니다.
■가슴 터져도 좋으니■
바람 빠져 시들어진 풍선처럼
가슴에 달고 사는 훈장 하나
십년지기 기관지 확장증
분필가루 마시며 지킨 교단
허파 가득 바람든 욕심
잔기침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 무심
그렇다면 그것도 일종의 직업병일 거다.
잔뜩 성난 코로나 습격에도
끄덕없이 견뎌준 고마운 내 풍선
다시 빵빵할 일 있을까 만은
바람 든 날 추억은 은퇴선물이지요.
너도 풍선 터질 듯
잔뜩 꽃바람 든 적 있니 ?
가슴에 달고 사는 훈장 하나 있니 ?
가슴 터져도 좋으니
펌프질 하는 사랑은 있니 ?
(* 최상경/순천효천고교)
■ 생 각 / 김 니 ■
얻은 지 오래되니 어이 잃음 없으랴
영화로움 많고 보면 필히 재앙 있으리
고향집 울타리 밑 심은 국화꽃
주인이 돌아옴을 기다리겠지.
(* 김 니/1540~1621)
■근심 겨워/ 이순신■
물나라 가을빛 저물어가고
추위 놀란 기러기 떼 높이 떴구나.
근심 겨워 잠 못 들고 뒤척이는 밤.
새벽 달빛 활과 칼을 비추이누나.
(* 이순신/1545~1598)
■ 언젠가는 / 조 은 ■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만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후 략)
(* 삶이 아름답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죽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마지막 장면이 있기에 우리는 좀더 애쓰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몰랐던 죽음이라는 개념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생을 좀더 아름답게 견인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인가 보다.
좋아하는 것에서는 향이 나게 돼 있다.
우리가 죽더라도 그 향기가 이 세상 어디에라도 조금은 남아 있기를 바란다/ 이병률 시인)
■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李淸照 ■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쓸쓸하고 쓸쓸할 뿐이라
처량하고 암담하고 걱정스럽구나
잠깐 따뜻하다 금방 추워지곤 하는 계절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가 없네.
온 땅에 노란 국화 쌓였는데
지독하게 말랐으니
이젠 누가 따 준단 말인가
창가를 지키고 서서
어두워지는 하늘 어떻게 홀로 마주할까
게다가 오동잎에 내리는 가랑비
황혼이 되어도 방울방울 그치지 않네
이 광경을
어찌 시름 수(愁)자 한 자로 마무리하랴.
(* 이청조/1084~1155)
( * 중국 宋나라 최고의 여성 시인 이청조가 쓴 詩다
그는 첫 남편과 사이가 좋았는데 그가 46세때 남편이 병사하고 금나라 군대의 공격을 받아 이후 고달픈 피난생활을 했다.
오동잎에 내리는 가랑비를 보며 툭 던지듯 뱉은 마지막 행에서 남편을 잃은 슬픔과 피난길의 고달픔이 배어 있다./최영미 시인 )
■ 참나무/앨프레드 테니슨 ■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네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지만
그리고, 그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더욱 더 맑은
황금빛이 되고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裸木) 되어 선
발가벗은 저 '힘'을.
■ The Oak ■
(Alfred. L. Tennyson
/1809~1892)
Live thy Life,
Young and old,
Like yon oak,
Bright in spring,
Living gold;
Summer--rich
Then; and then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
All his leaves
Fall'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Naked strength.
(* 겨울이 되었다. 천지에 낙엽이 휘날리더니 이제 나무들도 모두 벌거벗고 서 있다.
겨울나무는 봄처럼 부활의 희망을 얘기하지도 않고 여름처럼 성숙의 풍요를 말하지도 않으며, 가을처럼 황금빛 결실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봄과 여름의 무성한 삶의 자취를 거두고 이제는 겉옷마저 다 벗고 온몸을 드러낸 채, 가지마다 스치는 차가운 바람 속에 스산한 모습으로 서 있다.
하지만 겨울나무는 죽은 것이 아니다.
단지 숨을 고르며 인내로 기다리고 있을 뿐, 生命의 힘은 더욱 더 강하게 약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靜中動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매일같이 벌거벗고 북풍한설 맞으며 서 있는 나무같이 춥고 힘들지만 다시 한 번 일어서기 위해 내공의 힘을 비축해야 되겠다.
일보 후퇴, 이보 전진의 역사를 이루기 위해 이 겨울도 멋있게 즐겨보자)
■그 아홉은 어디 있느냐 ? ■
생명(生命/Life) !
행복, 성공, 사랑....등 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갖는 이 단어들도 모두 '生命'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한 낱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살아있음>의 축복을 생각하면 한없이 착해지면서 이세상 모든 사람,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벅차다.
(오랫동안 누워만 있어야 됐던 사람이 일어나 땅을 딛고 설 수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
直立人間으로서 직립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
누워서 보는 하늘이 아니라 서서 보는 하늘은 얼마나 더 화려한지 !
목을 나긋나긋하게 돌리며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일 !
온 몸의 뼈가 울리는 지독한 통증 없이 재채기 한 번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 )
이는 서강대 영문학과 (故)장 영희 교수가 유방암을 치료하고 난 후 다시 척추(경추 3번)로 전이돼 척추암을 앓느라 병원에 입원하여 있을 때 쓴 소감문이다
예수님께서 한센병 환자 10명을 고쳐주셨는데 단 한 명만 감사하러 오니까 "그 아홉은 어디 있느냐 ?" 고 물어보았다.( 눅 17: 12~19)
그 아홉명의 생각은 아마도 이러 했을것이다.
1. 정말 나았는지 먼저 확인부터 해봐야지.
2. 지금은 나았지만 혹시 재발하지 않을까?
3. 예수님께는 나중에 감사해도 되겠지 ?
4. 이제 보니 내 병은 한센병이 아니었던것 같아.
5. 다 나은 것이 아닐꺼야. 일부분만 나은 것인지도 몰라.
6. 제사장에게 먼저 보이는 것이 급선무야.
7. 사실은 지금 내병이 낫고 있는 중일꺼야.
8. 랍비들은 이런 일쯤은 누구나 할 수 있을꺼야.
9. 그 분이 날 위해 수고해준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었잖아.
(* 혹시 나도 이렇게 변소 갈때와 올때 전혀 다른 사람은 아닌지 성찰해 보자 )
■ 김장의 육도(六道) ■
김장철이 되었다. 6가지 道를 따라 월동준비 김장을 잘 하자
1. 배추를 심어 겨울 김장을 준비하는 일이 지혜(智)이다.
2. 배추를 소금물에 절여 기본 간을 맞추는 것이 마땅함(義)이다.
3. 적당히 양념을 버무려 배추와 양념이 만나게 하는 과정을 합(合)이라 한다.
4. 서로 모여 힘을 합쳐 김장하는 것을 동(同)이라 한다.
5. 갓 버무린 배추에 삶은 돼지고기를 싸서 서로 입에 넣어주는 것을 정(情)이라 한다.
6. 통에 김치를 담아 서로 양보하며 나누는 마음을 사랑(仁)이라 한다
이것이 바로 '김장의 六道'이다.
김장에도 선후(先後), 시종(始終), 본말(本末)이 있다.
무엇이 급하고 먼저 해야 할 일인가를 잘 알고 지켜야 한다.
배추와 양념거리를 심어 정성스럽게 가꾸는 일이 제일 중요하니 먼저 할 일이다.
김장한후 서로 나누는 일은 나중에 해도 된다.
김장을 하면서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일이 중요하며 김장을 끝내 쌓아놓는 일은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다.
지혜자는 일의 선후완급을 분별해 잘 지키는 자이다
政治도 나라의 급선무를 찾아 그때 그때 알맞게 수행하는 일이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 제일 급선무이다.
선거때 표얻는 것과 자기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이 먼저여선 안된다.
국민들의 고충을 살펴 해결해주는 것이 급선무지 서로 헐뜯고 싸움을 일삼는 것이 아니다. 지금 국민들이 말을 안할뿐이지 다 보고 듣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말라.
"하늘이 쳐놓은 그물은 너무 커서 얼른 보기엔 엉성하게 보이지만 지금까지 이 그물을 빠져나간 사람은 없다"
(天網恢恢 疏而不漏/ 노자 도덕경 제 73장)
■ 범려의 지혜 ■
오월동주(吳越同舟)란 말처럼 吳와 越은 피말리는 경쟁과 보복을 반복했다.
越의 구천(句踐)은 吳에 대해 상담(嘗膽)했고. 吳의 부차는 越에 대해 와신(臥薪)했다.
결국 구천이 최후 승리를 거두었는데 그에겐 범려라는 1등 공신(책사/ 참모)이 있었기 때문이다.
범려는 越나라 왕 구천 (句踐)을 섬기면서 온갖 고생을 겪었고 20여년간 심오한 계책을 세워 결국 吳나라를 멸망시키고 회계산에서의 치욕을 갚아 주었다.
그후 북쪽으로 이동해 제나라와 진나라에 이르러 중원을 호령하며 주나라 왕실을 만듦으로써 구천은 패자(覇者)가 되고 범려는 상장군에 올랐다.
범려는 越나라로 돌아오자마자 구천에게 떠나겠다고 밝혔다.
구천은 越나라 땅 일부를 떼어주겠다며 만류했지만 미련없이 떠났다
범려는 떠나면서 함께 구천을 섬겼던 문종(文種)에게도 떠날 것을 권했다 그때 한 말이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이 말은 훗날 유방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된 한신의 입에서도 나온다
문종에게 보낸 범려의 편지 일부다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는 법이오. 구천은 어려움은 함께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함께 할수 없는 사람이오. 어찌 그대는 서둘러 越나라를 떠나지 않는 것이오 ?"
문종은 범려의 충고를 따르지 않고 越나라에 남았다 그대신 병을 핑계로 조회에 나가지 않자 어떤 사람이 문종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모함하자 구천은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보내 자살하도록 명했다.
1년 전만 해도 천하를 다 가진듯 했던 어느 의원이 요즘 코너에 몰려 쥐 신세가 되자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에게라도 덤빌 기세다. 범려의 지혜를 참고하지 못한 自業自得이라 하겠다. 너무 남루하게 추락하는 모습이 불쌍하다.
(* 이한우/경제사회연구원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