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복음화 사명을 위한 사회교리 공부 / 박창희
발행일2020-08-23 [제3208호, 3면]
어느 형제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자신은 정치와 종교를 절대 연관시키지 않고 살자는 것이 자신의 철학 중 하나인데 성지순례 중에 어느 신자의 “교황님도 빨갱이다”라는 말에 참지 못하고 “교황님을 부정할 거면 가톨릭을 떠나세요!” 소리쳤다며 이 사건을 통해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다시 갖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저는 이 형제님이 정교분리의 원칙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복음의 기쁨」과 「간추린 사회교리」 책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다행히 이 형제님이 제 조언을 기쁘게 받아주셨습니다. 저 역시도 정교분리의 원칙에 정확한 이해 없이 은연중에 ‘교회는 사회, 정치 문제에 깊숙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 ‘신자들 사이에서 가급적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회교리를 공부하면서 오해를 바로잡았지만, 그러나 아직도 이러한 오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국가와 종교의 결합으로 종교의 타락과 국가의 파멸을 초래했던 역사적 체험의 반성으로 여러 국가가 헌법에 규정한 것입니다. 이때 정교분리란 국가(정부)와 종교단체(교회)의 분리를 말합니다. 국가가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차별하는 것이 금지되고, 종교단체가 전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것이지, 정치와 종교가 아무런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세상과 분리되어 살아가지 않습니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종교가 사적인 영역에 국한되어야 하고 오로지 영혼이 천국에 들어가도록 준비하기 위해서만 종교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복음의 기쁨」182항)
“종교는 국가 사회생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말라고, 국가 사회 제도의 안녕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지 말라고, 그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요구할 수 없습니다.”(183항)
교황께서는 간추린 사회교리를 공부하고 활용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십니다. 사회교리는 경제, 정치, 문화, 외교, 노동, 환경, 가정과 국가, 인권, 정의와 평화의 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공식적 가르침입니다. 사회교리는 교회와 신자 개개인이 시대의 복합적인 사건들을 복음적 시각으로 어떻게 식별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사회교리를 가르치고 보급하는 것은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 속합니다. 이 책을 읽어만 보아도 교황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끝>
박창희(베드로) (제2대리구 분당구미동본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