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중음악잡지 롤링 스톤(Rolling Stone)은 비틀즈 인도방문 50주년을 기념해 2018년 ‘인도의 비틀즈, 당신이 몰랐던 16가지’란 제하로 당시 그들의 행적을 추적 보도했다. 사진 왼쪽부터 폴 매카트니, 존 레논,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 어린 아이에게 장난감을 쥐어주면 좋아라 가지고 논다. 그러다 어느새 싫증을 낸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합격・취업・결혼・승진・내 집 마련 등 좋은 일(好事)이 생겨도 처음에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쾌락 다음에 찾아오는 것이 싫증・지겨움・허무・혐오같은 감정이다. 기쁨의 강도가 클수록 떨어지는 낙폭도 크다.
사람들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욕망을 찾아 나서거나, 알코올・마약・섹스 등 ‘보다 강한 자극’에 탐닉하게 된다.
‘20세기 팝의 전설’ 비틀즈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 영국 리버풀 출신의 틴에이저 밴드로 출발해 불과 수년만에 전세계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꾸고 명실상부한 최고의 팝스타로 성장한 그들.
그러나 어마어마하게 치솟은 인기・명성・부・영향력 배후에서 피로・권태・허무・동료들간의 미묘한 갈등이 필연적으로, 그리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는 약에 취해 있거나 교만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꽤 잘하고 있었습니다. 허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느낌들이 있었죠. ‘유명해지고 부자가 되는 것도 다 좋은데 그게 다 뭐지?’” (폴 매카토니 - The Beatles Anthology에서)
◇ 리시케시 위치 /*출처=위키피디아
# 1968년 2월 비틀즈는 돌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인도 북부의 소도시 리시케시(Rishikesh)로 향했다. 히말라야 산맥과 갠지스강이 만나는 이곳은 소위 ‘영(靈)발’이 넘치는 곳으로 수천년 인도인들의 명상・요가 요람지이자 수행촌이었다.
비틀즈는 당시 세계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인도의 영적 스승(요기)’이자 초월명상(TM:Transcendental Meditation)의 창시자 마하리시 마헤시(Maharishi Mahesh :1917~2008)의 명상센터에 머물며 이른바 ‘영적 재각성(spiritual reawakening)’을 추구했다.
“모두 함께 일어나 다 같이 아침식사를 했다. 그 뒤에는 각자 방에 들어가 명상을 한 뒤 점심을 먹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거나 작은 음악회를 즐겼다. 마하리시의 강의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먹고 자고 명상하는 게 다였다.” (폴 매카토니)
비틀즈 멤버 중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이 명상훈련에 가장 헌신적이었다.
“나는 5일동안 방에서 명상을 했다. 수백곡을 썼다. 잠을 잘 수 없었고 미친 듯이 환각에 시달렸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꿈도 꾸었다. 한번에 몇시간씩 명상, 또는 스트레칭(요가)를 했다. 그것이 단지 그곳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놀라운 여행’이었다.” (존 레논)
또 조지 해리슨은 “명상을 하면 마약을 할 때보다 훨씬 더 좋아진다. 그것은 간단하다.…그리고 나를 신과 연결시키는 방법이다”고 명상찬미론을 폈다.
반면 링고 스타는 명상은 물론 인도 음식과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힘든 시간을 보내다 먼저 떠났고, 폴 매카트니도 명상을 스쿨 캠프처럼 지루하게 생각했다.
어쨌든 인도에서의 생활은 오랫동안 지친 그들의 심신을 쉬게 하고 내면의 부정적 마음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음악적으로는 가장 창의적인 시기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두 달간 머물며 명상과 은둔자로서의 삶을 즐기면서 얻은 영감을 원천으로 48여 곡을 작곡하는 등 다시 왕성한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으며 평생 음악과 삶에 영향을 미쳤다.
그때 만든 대표적인 곡들이, Ob-la-di Ob-la-da,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Let It Be, My Sweet Lord, Love, Imazine 등이다.
◇ 리시케시 전경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갠지스강 /*출처=rishikeshtourism.in
# 리시케시는 비틀즈로 인해 전 세계 젊은이들의 뇌리에 평화와 명상의 성지로 강렬하게 각인됐고 영적인 가르침을 갈구하던 배낭 여행자들이 찾아들기 시작하면서 명상과 요가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도 1970년대 젊은 시절, 정신적으로 방황할 때 인도 순례길에 올랐고 이곳도 찾았다. 이후 그는 돌아가서 선불교에 심취하고 명상 수행자가 됐다. 1960~70년대 이곳은 히피들의 천국이었다.
2019년 2월 나도 이곳을 찾았다. 그보다 몇 년전, 50대 중반 나이에 찾아온 우울증을 비교적 잘 극복한 터였지만 보다 근본적인 내면에 대한 성찰이 필요했다. 나 역시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를 부정하는 마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여장을 풀은 아슈람(Ashram・인도의 전통적 수행시설)은 히말라야의 산 기슭에 자리잡고, 앞으로는 갠지스 강이 흐르고 있었다.
비틀즈가 머물던 때만 해도 히말라야산에서 내려온 호랑이가 출몰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주변에 원숭이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 명상센터에서 바라 본 보름달 전야. 수천년 영적 순례자들의 동네라서 그런지 달빛에서도 영적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진=함영준
저녁 7시가 넘자 주변에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나는 천천히 아쉬람 경내를 걸어다녔다.
마침 보름달 전야였다. 하늘에 구름이 많은 탓인지 휘영청 둥근 달이 구름 사이를 뚫고 얼굴을 잠깐 내밀고 사라짐을 반복했다. 지난 수천년 영적 순례자들의 동네라서 그런지 왠지 달빛에서도 영적 분위기가 느껴졌다.
내 마음 속 자잘한 근심 걱정이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걸으면서 조용히 마음챙김을 해보니 내 마음 속은 지극히 평화로웠다. 그냥 마음이 내려앉고 그 텅빈 공간에 평화와 작은 행복감이 차지하고 있었다.
명상에서 오는 평정심이 그냥 걷고 있는데도 이미 내게 와 있었다. 신기했다.
' 아, 이래서 인도 사람들이 리시케시를 찾는구나’
경내 주변에서 홀로 산책하고 명상을 즐기는 서양인들을 볼 수 있었다.
밤 잠자리에 들었다.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비가 내렸다. 그런데도 마음이 평화로웠고 기분이 좋았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냥 내 상태가 좋았고 내 마음이 좋았고 내가 좋았다. 리시케시로 온 것도 좋았고 다 좋았다. 온 세상이 말이다.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그렇게 리시케시 첫날 밤이 지나갔다.
글 |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 My Sweet Lord
* Let It Be
* Love
첫댓글 일설에 의하면 비틀즈가 팝시장에
50%를 차지하고ㅡ그 뒤를 엘비스등 여러가수가 차지하고 있다 한다
ㆍ
글 잘 보고 공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