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LE 21

스물한번째 이야기 집으로 돌아온 채원은 처음 정혁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던 날 본 경호원들이 다시 보이자..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조건을 제시하길래 경호원들을 다시 부른건지.... 그리고...왜 자정이 지난 지금까지 정혁은 들어오지 않는 건지.... 채원은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시,두시가 넘을 동안 거실에서 서성이던 그녀는 결국 쇼파에 쭈그려.. 앉아 그를 기다렸다. "연아도 그렇고 민정혁도 그렇고..." 자신에게 아무런 말없이 떠난 연아와 정혁의 계획에 채원은 불만을 내뱉으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을 때 '삐'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현관 문 쪽으로 향하자 정혁과 여자가 뒤 엉켜 키스를 하고 있었다. "..음....하...." 깊은 키스에 여자는 더욱 정혁읠 끌어 당기고 있었고 정혁은 그런 여자의 반응에 그저 맞춰 주는 듯 보였다. 그리고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채원의 시선을 느꼈는지 정혁이 채원을 보며 더욱 깊게 그녀의 잎술을 탐했다. '더이상은....' 그런 정혁과 여자의 모습에 채원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옷장 속에 넣어 두었던 여행가방을 꺼내 옷가지와 화장품등을 챙기기 시작했다. "도저히..이런 집에선 살 수 없어..그래...나가는 거야..." 말로는 나가야 한다며 말하지만 머릿 속은 정혁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찼다. 그 때..밖에서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에...채원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방문을 나서 현관 쪽으로 향하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는지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휴..." 안도의 한숨일까..그녀는 낮게 한숨을 뱉고는 현관을 나섰다. 저녁 까지 보이던 경호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쉽게 나설 수 있었다. "택시~" 어두운 도로 한 복판에 택시를 잡고 무작정 올랐지만..막상 갈 곳이 없었다. ".......삼성동 인터콘티네탈 호텔이요...." "촥~!" 커튼을 걷어내고 보인 야경은 아름답기만 한데..자신의 마음은 왜 이렇게 불안하고 답답한건지.. 채원은 답답한 가슴을 뚫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막상 집을 나오긴 했지만..정혁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호텔..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해 그와 마주한다면..아마 다시 그의 집으로 가야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점점 가슴이 답답해져만 갔다. "나야..잤어?" 결국 자신의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 그녀가 필요한 것은 지훈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자신을 위해 유일하게 달려와 줄 사람. "어떻게 된거야?!"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자..뛰어왔는지 숨을 거칠게 내뱉는 지훈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미안..자는거 깨웠지?!" "휴~아냐...영화보고 있었어....." 룸으로 들어온 지훈은 아직 풀지 않은 그녀의 여행가방을 보더니.. 집어 들며..... "우리집으로 가자..." "아니..여기가 편해.....내가 있을 곳이 아니잖아 거긴...어제 하루로 충분해..." 채원의 말에 지훈은 가슴 한켠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부탁할께 있어.." "뭔..데?" 부탁할게 있다는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한참을 입을 열지 못한 채원은... 자신의 핸드백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거....받아줘...승민 오빠..아마 많이 힘들꺼야..연아..분명 오빠 한테 갔을 테니..." ".......이게 뭔데?!" 봉투를 열어보자 거기엔 거액의 액수가 담겨 있었다. "오빠가 남겨 준 주식 팔았어....합병 되면서 몇 배로 올랐거든.. 그 돈이면..연아랑 미국에서 부족한 거 없이 살꺼야...내가 전해주면 안 받을 테니.. 오빠가 빌려주는 것 처럼 말해....그럼 받을 꺼야...." "..........넌 당장 어떻게 할려고?!" 채원의 사정을 잘 아는 지훈은 승민에게 이것을 전하면..그녀는 빈털털이가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회사 다니잖아...뭐~아르바이트로 purple서 연주를 하던 노래를 하던 하든가 하지 뭐..." 웃으며 말하는 그녀를 안쓰러워 볼 수 없던 지훈은 그녀를 꼭 껴안고는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아 입을 맞춘다. "내일...파혼하자고 말할 꺼야...." "......................." 지훈의 말에 그의 팔을 밀어내며 그를 쳐다 보지만..그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난..니가 더 중요해...." ".........그 사람은 어쩌고...." "그냥 친한 친구야....그러니..걱정마...." 지훈의 말에..다시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그의 말대로만 된다면..조금은 편해질 텐데... "찰랑~" 연신 찰랑 거리는 소리를 내는 키 홀더와 열쇠들을 보며.. 정혁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원래 놓여져 있던 그녀의 화장대에 다시 올려 놓은 뒤 그녀의 방을 나왔다. "당장 이채원 찾아와..." 거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하고는 그는 세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채원 퇴사 시켜..그리고 내가 말한 서류 보내줘..." 더 이상 '인내'라는 단어는 없었다.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자신에게서 도망치면 다시 잡아다가 가둬 놓으면 그만인 것이다. "딩동~"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던 채원은 올 사람이 없는데 울린 초인종 소리에 의아해 하며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문을 열자..어제 정혁의 집에서 본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 "뭐..뭐예요?!" 무작정 안으로 들어와 자신의 가방과 핸드백을 챙기고 나가는 남자와... 자신을 무작정 끌고 나서는 다른 남자.. "이거 놔~! 놓으라고!" "조용히 가시겠습니까..아니면 이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끄시고 싶으신 겁니까..." 자신의 팔을 놓아주며 말하는 굵은 남자의 목소리에..채원은 지금 돌아가면 정혁에게 붙잡혀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둘다 싫다면..어쩔 껀데?!" "싫으셔도 할 수 없습니다..." 남자의 말에 어이없어 하던 채원은 반대쪽에 녹색불을 깜빡이고 있는 비상구를 보자.. 무작정 그 쪽으로 뛰었다. 그녀를 뒷 따라 쫓아오는 남자들과...실내 슬리퍼를 신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그녀는 당장이라도 굴를 것만 같아 보였다. 힘겹게 1층까지 내려오자 그녀는 서둘러 호텔 로비를 나서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그녀의 앞을 가로 막는 다른 남자들..그리고 검은 색 승용차 한대. 결국 그녀는 승산 없는 게임을 한 것이다. "타시죠..." 더 이상은 도망 칠 곳이 없었다. 자신을 둘러싼 경호원들 그리고..사람들의 시선에 할 수 없이 차에 올라야만 했다. "채원아...이거 맞..." 열려져 있는 객실 문을 보자 지훈은 놀라 안으로 들어가자.. 채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가방 또한.......다만...시끄럽게 울리는 그녀의 핸드폰만이 있을 뿐... "여보세요...." 하루도 안되어 다시 돌아온 정혁의 집. 채원을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야만 했다. 남자에 의해 현관문이 열리고..한참을 망설이다 들어선 집안.. 차마 신발을 벗을 생각도 하지 못한체 그대로 현관 앞에 서있을 뿐이다. "...................하루도 안돼 돌아온 소감은..." 차가운 정혁의 눈길..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술잔은 그의 지금 상태가 자신에게 얼마나 위협 적인지 알 수 있었다. "이연아는 무사히 미국에 도착해 이승민에게 갔더군..그럼..약속은 지켰으니 내 조건을 말하지..." 정혁의 말에...채원은 주먹을 꼭 쥐고 마른 침을 삼켜야만 했다. "내 인형...인형이 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