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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하 촌(1936) - 김정한 - |
[줄거리] |
치삼노인은 자손대대로 복받고 극락갈 것이라는 중의 꾐에 넘어가, 천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백여 명의 노소승이 우글거리는 선찰 대본산 보광사에 논을 기부한다. 오막살이 앞에서 치삼노인은 신경통에 좋다는 미꾸라지를 찧으려고 안간 힘을 쓴다. 마침 집에 들어온 아들 들깨는 아내를 찾으며, 가뭄으로 물을 대기 위해 노승과 싸움을 하고 돌아와서는 중을 욕한다. T시 수도 출장소에서는 작년처럼 폭동이 일어날까 걱정이 되어 수도 저수지의 물을 튼다. 봇목에 논을 가지고서 날뛰는 절 사람들의 세도에 눌려 봇물조차 맘대로 못 댄 고서방은 물꼬를 트는 바람에 이시봉의 일당에게 두들겨 맞는다. 다음 날 아침, 보광사 중들이 아우성을 쳤다. 밤새 누가 논둑을 갈라 물을 흘렸던 것이다. 그리고 고서방은 어제 일로 주재소로 끌려 간다. 절 아래 보광리라는 마을이 새로 생겼는데 절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그들은 잘 살아서 일본이고 서울이고 나들이를 다니는 사람들이다. 들깨는 논일을 하다가 물끄러미 그 보광리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내리는 걸 보며, 고서방이 언제쯤 풀려날까 염려한다. 가뭄은 오래 계속되었다. 기우제를 지냈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보광사에서 백중날을 기해 기우제를 지낸다고 마을 사람들을 다 오라고 했다. 절의 논을 부치고 있는 소작인이니 아니 갈 수 없어 작은 돈푼을 시주금으로 마련해 가지고 간다. 절에서 기우제를 지내도 비는 오지 않는다. 비는 오지 않고, 학비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집으로 쫓겨온다. 산에서 아이들이 놀다가, 상한이란 아이가 절 사람인 산지기에게 쫓겨 달아나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은 사태가 발생한다. 산지기는 도리어 큰소리를 치고, 잠시 후에 온 순사도 산지기에게 잘못이 없다고 하고, 상한이의 할머니는 현장으로 달려와서 대들다가 실성해 버린다. 고서방이 풀려나고, 군청에서 가뭄 조사를 왔다 갔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이 가을이 되었다. 절에서 간평(看坪)을 나왔다. 동네에서 대접하는 술과 음식을 잔뜩 먹고는 술취한 몸을 이끌면서 논을 대충 훑어 보고는 무거운 소작료를 부과하게 되고, 사람들은 그 무서운 결정에 놀란다. 야학당에 모인 사람들이 소작료 걱정을 하고, 보광사 농사 조합에서 빌려 쓴 자금의 지불 기한을 연기해 달라고 하소연을 해보지만 그것 또한 거절당하고, 며칠 뒤 논에는 '입도 차압'이란 표가 붙기 시작한다. 곡식을 차압했으니 손댈 수 없다는 표지이다. 고서방은 드디어 야간도주하고, 이튿날 아침 동네 사람들은 야학당에 몰려 들었다. 징소리와 함께 빈 짚단, 콩대, 메밀대가 잡혀 있었다. 차압 취소와 소작료 면세를 탄원해 보려고 행렬을 지어 보광사로 떠난다. 철없는 아이들도 꽁무늬에 붙어서 절 태우러 간다고 부산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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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성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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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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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
◈ <사하촌>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절 밑에서 절 소유의 농토를 부쳐먹고 사는 가난한 농민들의 고통스런 삶을 제재로 하여, 수탈과 착취의 사회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악덕지주나 진배없는 보광사 중들은, 자신들의 이해나 따지고 가난하고 선량한 백성들을 우롱하고 착취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인다. 또한 관은 이를 징벌하기는커녕 비호하기에 급급하다.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농민들은 차압취소와 소작료 면제를 탄원하기 위해 집단적인 행동을 불사한다. 힘없고 무지한 농민들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것으로, 보기 드문 민중문학계열의 농민소설이다.
◈ 이 작품의 갈등은 보광리 주민과 성동리 주민, 즉 지주계급과 소작농 계급의 갈등이다. 그들의 갈등은 계속되는 가뭄이라는 상황에서 저수지 물을 방류했을 때 물싸움을 하면서 겉으로 표출되기 시작한다. 보광사 사람들은 일방적인 힘을 소유하고 있고, 성동리 주민은 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다. 이런 극단적인 대조는 대화와 타협과 같은 것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귀착되게 되어 있다. 작가는 상하관계로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사회 구조를 파악하고, 하부 계층의 자각에 의해 상부 계층과 투쟁하게 되는 것으로 그리려 하고 있다. 그리하여 농민들은 보광사에 항의차 떠나는 것이다. 집단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 이 작품의 갈등의 원인이 자연재해(가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가뭄이 극심하다 하더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 것은, 관에서 저수지의 물길을 막아 버린 것이 그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저수지 물이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민과 절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통해 물문제는 곧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란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즉 이 작품은 가뭄이라는 자연 재해에 의해 고난의 삶을 사는 농민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뭄에 의해 부각된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초점화하고자 한 것이다. 보광리 주민과 성동리 주민의 불평등, 농촌과 도시의 불평등 이라는 구조적인 불평등이 그것이다.
◈ 1930년대의 농민문학은 '농민 의식 우위의 성향'과 '계몽 위주의 성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때 <사하촌>은 전자에 속한다. <사하촌>은 30년대 초의 예각화된 농민 소설들이 서서히 그 날카로움을 상실해 가던 시기에 쓰여졌다. 농민 의식 우위의 소설을 쓰던 사람들의 작품도 일제의 농촌 정책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색채를 소설 속에 가미해 넣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시기에 발표된 <사하촌>은 예각화된 농민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 소설의 결말이 방화의 조짐을 보이며 끝나는 것은 어찌 보면 프로문학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듯이 보인다. 이 점에 대해 김병걸은 "궁극적으로 인간 구제를 지표로 삼는 문학의 건전성은 어차피 사회 문제와 맞부딪치게 되는 관계로 해서 경향 문학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이 말은 문학의 정치성은 문학의 본질에 속한다는 발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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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사항 정리] |
▶ 갈래 : 단편소설, 농민소설 ▶ 배경 : 일제 시대, 관과 절의 횡포와 수탈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하촌 성동리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진지하고 사실적이며 무거운 분위기의 문체 구사 ▶ 갈등구조 : 흉년에도 소작료를 모두 바쳐야 하는 일제하의 모순된 농촌 현실이 갈등의 원천임. ▶ 주제 ⇒ 일제하의 피폐한 농촌 현실과 사하촌 사람들의 가난한 삶 모순된 농촌 현실에서 수탈로 고통당하는 농민들의 모습과 현실 극복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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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볼 문제] |
1. 소설이 현실의 충실한 반영이라고 할 때, 이 작품이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 ? ⇒ 당대 농민들의 참담한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어, 그 사람들의 고달픈 삶과 역사, 삶의 진실을 읽을 수 있고, 역사적 전망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객관적 눈을 제공한다.
2. 마지막 장면에서 성동리 주민들이 짚단 따위를 들고 가는 이유를 추리해 보자. ⇒ 우선 알곡이 열리지 않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줌으로써, 어떻게 소작료를 내느냐는 뜻을 표하려는 것이며,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불쏘시개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의치 않으면 불을 지를 수도 있다는 위협의 의미도 담고 있다.
3. 이 작품이 사회의식적 차원에서 다른 작품에 비해 진전이 있다면 ? ⇒ 의식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사회 의식의 진전을 통해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행렬을 지어 보광사로 오르는 장면은 민중들의 장렬한 투쟁의 모습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4. 이 소설이 특별한 주인공의 삶을 그리기보다는 성동리 주민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치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작가가 농촌 현실의 모순은, 몇몇 영웅적인 인간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모순으로 인하여 고통받는 농민들 전체에 의해서 해결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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