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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살며 사랑하며... 원문보기 글쓴이: 농욱
한국, 카자흐스탄 학술회의
<한국, 중앙아시아는 하나의 <샤먼제국>이었다.>
첫 번째로 나는 667년에 고구려가 당(唐)과의 전쟁에서 패하자 고구려의 유민들이 세 구릅으로 나뉘어 이동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한 구릅은 중국의 청해성(靑海省)과 사천성(泗川省)일대로 갔고 또 한 구릅은 오늘의 중앙아시아지역으로 들어갔으며 나머지는 발해와 신라(한반도)에 남았습니다. 이 소론에서 주목되는 것은 고구려의 많은 유민의 중앙아시아지역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입니다. 왜, 무엇 때문에 고구려유민이 중앙아시아로 갔을까하는 것이 논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문화적으로 묶을 수 있는 공통의 띠는 살만(薩滿), 이른바 샤머니즘입니다. 하지만 ‘Shaman’내지는 ‘Shmanism'이라는 말은 19세기 초에 유럽학자들이 만들어낸 학술용어일 뿔만 아니라 그들의 연구에서는 샤머니즘은 미개인의 종교로 폄하되어 있습니다. 나는 여기에서 샤머니즘은 ‘이슬람제국‘이라든가 ’기독교제국‘이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샤먼제국(Shaman Empire)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주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샤먼들이 지니고 있는 무구(巫具)에 시선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우선 샤먼들의 무구(巫具)로 거울(神鏡)과 삼지창(三枝槍)과 신칼(神刀)을 보기로 합시다. 청동거울을 우리는 ‘명두(明斗)’라고 하는데 이 무구의 참뜻은 ‘明斗’라는 말에 숨어있습니다. ‘明’은 ‘日’과 ‘月’을 결합한 글자로 중성(中性)이거나 양성(兩性)의 의미를 나타내는 글자이며 ‘斗’는 물을 뜨는 ‘국자’로 북두칠성을 가리킵니다. ‘중성’이나 ‘양성’의 개념은 모두 금성(金星)의 천문학적인 위상을 뜻하므로 청동거울은 북두칠성과 금성을 역(曆)의 기본으로 삼는 샤머니즘의 독자적인 천경(天鏡,Calendar)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됩니다. 이는 청동거울에 새겨진 여러 모양의 도상들이 말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견본으로 일본의 정창원(正倉院)에 소장되어있는 쌍용문경(双龍紋鏡)을 들 수 있게 됩니다. 이 거울에는 두 마리의 용과 거울 둘레에 팔괘(八卦)가 새겨져있습니다.1)(도판 1참조) 잘 알려져 있듯이 팔괘(八卦)는 점성술의 경전인 하도(河圖) 낙서(洛書)와 함께 샤머니즘의 종교적인 경전입니다. 점성술과 천문학이 어원적으로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개념이므로 이 팔괘가 새겨진 청동거울만으로도 우리는 샤먼제국의 본질에 천문학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청동기에 속하는 삼지창은 세 개의 뿔을 가졌는데 이는 도가(道家)나 불교의 신상에서 권위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그 원형은 샤머니즘으로 전, 6세기경의 그리스의 도자기그림(陶畵)에 해신(海神) 포세이돈(poseidon)의 황소를 타고 삼지창을 잡고 바다에서 나타납니다. (도판 2참고) 산스크리트문헌에는 황소는 ‘go’라고 이 말의 어원이 별, 달, 태양광선과 관련 됩니다. 소가 천문을 의미하는 도상이라는 것을 알 게 합니다. 따라서 바다에서 나오는 포세이돈은 샤먼제국시대의 사제(司祭)의 신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고대문헌에는 ‘바다’를 ‘부도(浮屠)’라고 했고 실제로 중앙아시아지역에서도 천문대를 ‘Buddha’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포세이돈신화가 샤머니즘을 말하는 것이며 삼지창은 이 종교의 심벌임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종교(大倧敎)의 경전인 <三.一神誥>에는 삼지창의 의미를 ‘三과 一의 철학’이라고 말하고 이것이 삼위일체(三位一體)사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封禪書)>에서 이를 천지인(天地人)이라고 하고 이중에서 ‘人’이 가장 귀하다고 했는데 이는 ‘人’이 천(天)과 지(地)가 라는 두 개의 우주적인 질료를 함의하는 중성개념임을 말합니다. 천지인을 숫자 一,二,三으로 바꾸면 이 세 개의 수를 한데 묶는 수가 삼(參)이고 ‘人’이며 따라서 ‘參’과 ‘人’이라는 글자의 뜻은 ‘天’과 ‘地’, 혹은 一과 二라는 수를 하나로 껴안는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이를 불교(龍樹)가 중용(中論)이라고 하고 유교가 중용(中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서기(日本書紀)>에는 이를 ‘三神’이라고 했는데 해(日), 달(月), 금성(天津甕星)을 가리킵니다. 해와 달과 금성이 하나가 되는 이념이 삼지창의 의미입니다. 한국의 무가열두거리(巫歌十二祭次)에는 이를 ‘삼대육성(三臺六星)’이라고 했으며2)이때 ‘三臺’는 북극을 정점으로 금성이 춘추분점에 나타나는 자리를 말합니다. 점성술에서는 이 세 개의 지점을 태일(太一), 태백(太白), 태을(太乙)이라고 하고 이 세 자리는 삼각형의 별자리로 이해합니다. 또 ‘육성(六星)’은 금성이 춘분점(春分點)에 나타날 때 그 뒤에 보이는 묘성(昴星)입니다. 삼지창은 천문이데올로기의 심벌인 것입니다.
중국의 낙빈기(駱賓基)교수는 이를 삼성(三星, 參星)이라고 하고 三, 參은 동이(夷)를 의미한다고 했으며.3)이때 ‘夷’는 문헌에 대궁(大弓), 천궁(天弓)이라고 기록합니다. 이는 점성술의 개념으로 금성이 60각(角)으로 회전하는 이치를 비유하는 말입니다. 12년의 목성(Jupiter)주기가 근간이 되는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을 사용했던 그리스나 중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천문개념으로 삼지창은 샤머니즘고유의 도상입니다.
샤먼의 신칼(神劍)은 언월도(偃月刀)라고 합니다. 반달모양에 뿔이 달린 검으로 샤먼들이 굿을 할 때 잡으며 이는 흉노족의 아키나케스(Akinakes)단검과 기능이 같은 것으로 보통 몸체는 검이지만 낫이나 도끼의 이미지가 복합되어 있습니다. <회남자(淮南子)>라는 책에는 이를 ‘도(道)의 중심에서 세계를 다스리는 제왕이 잡는 지팡이’라고 했습니다. --(도판 3참조 전, 5세기 때의 아케메네스제국의 검파(劍把))--<한서(漢書)>에는 이를 ‘경로신도(徑路神刀)’라고 하고 한(漢)나라가 흉노에게 사신을 파견하여 화해의 맹약(盟約)을 할 때 흉노의 사제가 이를 잡는다고 했습니다.4)청동거울, 삼지창, 검파는 미개인이 물건이 아닙니다.
세 번 째로
주목할 것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국명에 한결같이 'Tan'이라는 소리가 붙는다는 사실인데 이 말은 한국어의 땅(地)과 같은 뜻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중앙아시아로 들어갔던 고구려의 유민들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Tan'이라는 말의 어원은 지중해문명으로 올라갑니다. 그리스문헌에는 전,7세기 이전에 지중해문명을 지배했던 사람들을 'titan(거인족)'이라고 했는데 전, 9세기의 시인 헤시오도스(Hesiodos)는 'titan'의 어원을 크레타(Crete)어(語)에서 ‘왕’을 뜻하는 ’tan‘에서 나왔다고 했고 그 뜻은 ’넓히다‘라고 했습니다.5)’넓히다‘는 바로 땅이라는 개념과 친족어가 되며 실제로 'titan’은 그리스의 옛 화폐나 도자기 그림에서는 용이나 물고기의 꽁지를 가진 해신(海神) 포세이든(Poseidon)으로 나타납니다. 삼지창이 포세이든의 신화적인 심벌임이 확실함을 말해 줍니다.6)주목할 것은 삼지창을 뜻하는 'titan'이 지중해, 중앙아시아, 동아시아의 샤머니즘을 하나로 묶는 끈이 된다는 사실로 헤로도토스(Herodotus)는 이들 ’titan‘족이 그리스문명이전에 세계를 지배했던 막강한 세력이라고 했고 이들은 본시 10개의 부족이었으나 어떤 이유(계급적인 갈등)로 동쪽으로 이동하여 그리스인의 시야에서 모두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근세의 역사지리학자들이 이를 추적해 본 결과 이들은 우랄산맥의 남쪽과 천산(天山)의 진동(眞東), 그리고 타림분지와 고비사막으로 이동했음이 확인 되었습니다. 영국의 천문학자인 니-담(J, Needham)은 헤로도토스의 이 문장을 인용하며 이들 ’titan‘족이 황하(黃河) 하류지역에까지 이동했다고 덧붙였는데7)이는 지중해문명을 뜻하는 ’샤먼제국‘의 주체가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로 이동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정황들은 박트리아(하이눔 유적)에서 발굴된 청동거울에서 발견되는데 이곳에서 발굴한 청동거울과 한반도의 평양(낙랑고분)에서 발굴된 청동거울(1~2세기)과 완벽하게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도판 4참고) 그런가하면 지중해연안(볼가강 구역)에서 발굴된 천동거울의 경우도 한반도의 조양동(朝陽洞)에서도 발굴 된 것과 똑 같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8)
더욱 주목할 것은 우즈베키스탄의 ‘아프라시압’(후, 7세기)무덤벽화입니다. 거기에는 황금검파를 차고 여러 나라의 사신들을 접견하고 있는 제왕(帝王)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그 제왕을 알현하는 고구려, 신라의 사절의 모습도 그려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나의 <샤먼제국>이라는 저서에서 이것이 6세기 전후해서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에 하나의 ‘샤먼제국’이 존재했다는 증거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사마르칸트가 서(西) 샤먼제국의 수도이고 한반도의 평양이 동(東) 샤먼제국의 수도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Borovoje)에서 출토된 사제의 황금검파(劍把)와 한반도의 경주에서 발굴된 황금검파가 똑 같은 디자인으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이 말해 줍니다. 물론 우리 쪽이 올챙이가 세 개가 되는 태극마크이고 다른 쪽이 삼태극을 네모꼴로 변형시켰습니다. (도판 5참조) 세 개의 태극마크는 삼지창의 도상과 뜻이 다르지 않습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삼태극(三太極)마크가 지중해와 북구라파의 켈트문화유적에서도 발견 된다는 사실입니다. 삼태극이 불교와 중국의 태음태양력(曆書)이 등장하면서 사라졌다는 사실은 당연히 유념할 만한 사건입니다. 점성술의 대가인 크로울리(Aleister Crowley)에 의하면 삼지창을 숭배했던 지중해시대의 ‘Titan’족의 심벌은 666이었으며 이것이 ‘삼태극’마크인 것은 켈트(Celt)유물에서 나타납니다. 크로울리는 그리스어에서 수비(數秘) 666은 회전(回轉)의 의미로 여기에 심원한 뜻(敎理)이 있다고 말했으며 이 때문에 거인족(Titan)과 올림포스 족 사이에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났다고 했습니다.9)잘알려져 있듯이 666은 요한묵시록(13장18절)에 적그리스도(antichrist)의 상징 수입니다. 분명한 것은 샤머니즘의 상징코드가 태양,달,금성(三神)을 뜻하는 666이고 태양태음력(太陽太陰曆)을 기반으로 삼는 유일신(태양)이 66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666의 코드를 믿는 'titan‘이 중앙아시아와 극동아시아로 이동해 와 샤먼제국을 재건했던 것입니다. 수(隨)와 당(唐)이 모든 국력을 쏟아 흉노와 싸웠던 것도 삼신(三神)을 믿는 샤먼제국과의 전쟁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4.
<당서(唐書)>에는 수(隨)나라가 583년에 흉노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몽골고원에 있었던 동(東北)돌궐의 칸(Khan)국과 중앙아시아의 제족(封國)을 지배하는 서 돌궐의 칸 국을 분열시켰다고 했습니다. 서돌궐제국이 중앙아시아이고 동북쪽 돌궐제국이 고구려를 가리킨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동서로마제국의 예와 대응되는 정황입니다. 독일학자 마르카르트(J.Marqart 1864~1930)는 'turk'라는 말이 고대 투르쿠어의 아홉(九)의 뜻이라고 주장했으며 프랑스의 페리오(P. Pelliot 1878~1945)도 이에 동의하면서 이 말의 어미에 붙는 ‘ut’가 몽골어라고 주장했습니다.10)분명한 것은 아홉(九)이라는 말이 샤먼을 가리키는 구이(九夷)를 가리킨다는 사실입니다. 돌궐은 아홉의 신선(tan)을 가리키는 'Tan'의 뜻과 다르지 않습니다.
<唐書>의 <동이전 고려(高麗)>에는 이런 사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고구려는 평양과 장안(長安)의 양쪽에 임금이 있었다고 한 것입니다. 한 나라에 두 임금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곤란한 일이며 게다가 장안(長安)이 중국의 국도(國都)를 지칭한다면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동이전 고려조>에 기록된 장안이 중국의 장안(長安)이 아니고 <한서(漢書)>가 기록한 대월지(大月氏)의 장안성(長安城)이라는 사실입니다. 대월지의 장안은 오늘의 우즈베키스탄에 있었던 소그디아나를 말합니다. 소그디아나는 아무다리야 강의 하류 지역인 오늘의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선 사이를 가리킵니다. 고구려의 임금 중 한 사람이 중앙아시아에 있었다는 뜻으로 이는 샤먼제국이 동서로 나뉘어 있었다고 해야 이해되는 기록입니다. 기록은 고구려 임금이 장안과 평양으로 왕래할 때 산을 따라 꾸부러지게 쌓은 성곽(郭)을 이용한다고 한 것입니다. 중앙아시아와 극동아시아에 이르는 사이에 산을 따라 꾸부러지게 쌓은 성곽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만리장성을 일컫는 것이라고 해야겠지요. 이 정황이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西部大人’과 ‘東部大人’이라는 칭호에서 나타납니다. 고구려가 당과의 전쟁에서 궁지에 몰리게 되자 ‘서부대인(西部大人)’ 연개소문(淵蓋蘇文)이 왕을 구하기 위해 후원군을 거느리고 왔으며 이때 연개소문의 부친인 연태조(淵太祚)는 ‘동부대인(東部大人)’과 ‘서부대인’을 겸하는 칭호를 지니고 있습니다.11)주목할 것은 고구려에는 ‘西部大人’이라는 직명이 없으며 또 ‘大人’은 중국문헌이 ‘聖人’이라고 했으나 이 글자를 소리로 읽으면 ‘ta-in인데 in에서 'i'를 약화시키면 ’ta-n'이 되어 titan(巨人)의 tan과 갇게 됩니다. 연개소문은 ’샤먼제국‘의 서부수도인 중앙아시아에서 왔다는 것을 말해 주며 게다가 김부식은 이 당시 고구려의 임금이 평양과 장안(長安)의 양쪽에 있었다고 써놓고 스스로 당황하기도 합니다. 이런 자료는 모두 샤먼제국이 중앙아시아와 한반도에 걸쳐 둘로 나뉘어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발표자, 박용숙, <전, 동덕여자대학 교수>
1) 福永光司,<道敎と日本文化>人文書院. 1984年. pp.56~67
2) <巫歌十二祭次>
3) 駱賓基,<二十八宿源于中國(參商篇)> 河南大學學報(哲學社會科學版).1987年. 第6期. p.31
4) 應卲<漢書集解>
5) Felix Guilland, A,V,Pierre, <Mythologie de la Grece Classigue Mythologie Romaine>일본어판, 山口三夫譯, みすず書房, 昭和,37年, p.17
6) 松村武雄,<古代希臘に於ける宗敎的葛藤>.培風館發行, 昭和18年, p.823
7) J, Needham,<Science and Civilisation in China>Chapter, V11.
8) Otto J, Maenchen-Helfen,<The World of the Huns>V11, Art(Mirrors)
9) Aleister Crowley <Magick in Theory and Practice>일본어판, <世界魔法大全>第2卷, <魔術-理論と實踐>上. 國書刊行會. 1983年. p.142
10) 護雅夫,<古代遊牧帝國> 中公新書, 昭和,62年.p.6
11) 개소문열전(蓋蘇文列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