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덤덤한 이야기를 모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시인이지만,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금방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누구나 자신을 구속하는 삶에서 놓여나 자유를 구가하기 위한 일탈을 꿈꾼다. 일탈을 꿈꾸며 비상할지라도 날개가 없는 삶은 무의미한 것처럼 내 시도 그렇다. 나에게 있어 시는 삶을 지탱케 해주는 의지처이고 희망을 주는 안식처였다. 시의 대양大洋이 허용하는 한, 글쓰기는 마치 물속을 유영하다가 한 단계 차원 높은 세계로 일탈하기 위한 날치의 비상처럼 그것이 설혹 부질없고 허망한 서막이 될지라도 몸부림 그 자체만으로 내겐 삶의 동력이요 환희였다.
그랬다. 소통하지 못한 길고도 외로운 세월이 은연중에 쌓이고 쌓인 독백이 된 셈이었지만 미약하나마 내 시가 항해에서 돌아온 배를 안전하게 붙들어 매는 보편적 시의 사명에 벗어나지 않은 밧줄로, 한 오라기의 심 역할이 된다면 더한 바램이 없겠다는 심정이다. 비록 알레고리에서 벗어난 테러리즘 같은 직설화법이 지혜롭지 않다는 혹자의 평에도 올바른 문학을 향한 메신저 역할로 조금이나마 이 불통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 자위하면서 출간에 용기를 내었다.
내 시가 밤하늘의 뭇별 중에 가장 미미한 별빛이 될지라도 독자님들과 공감하며 어여쁘게 읽힐 수 있었으면 더한 바램이 없겠음을 고백하면서 눈물 속에 피는 꽃처럼 그리움을 달래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던 지난 세월이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되어 참으로 감개무량할 뿐이다. 부족한 역량을 시인으로서, 작가의 길로 이끌어주신 ‘문학고을’ 조현민 회장님과 염상섭 교수님, 그리고 김신영 박사님 외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성원해주신 문우님과 카친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첫 시집을 통해 독자님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기회가 될 수 있게 더욱더 노력하고 정진할 것임을 다짐합니다. 끝으로 내 시의 모티브가 되어준 아내에게도 감사를 드리며, 한진해운과 H라인 재직 시 용기를 주시고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도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시집 본문 詩 ‘세월’ 중에서
파란 허공에 종다리 날아오르고
날갯짓하는 그 몸짓 뒤로 생겨난 깃털 같은 구름은
우리 바쁘게 살았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억만년 광원을 등에 짊어진 채
풍덩 바다로 잠수하던 물새들 사라지자
어느새 마당 한가운데 붉은 열매로 익어
푸른 몸을 말리고 있더이다
물 건너 고향 찾아온 잠자리 떼는
흩뿌려놓은 씨앗을 키우기 위해 날개를 꺾어 돌아가는데
오늘은 당신과 함께 잘 말린 국화꽃 차 한 잔 마셔야겠어요
한때 세월이 더디 흐른다고
푸념 섞인 원망을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마당에 멍석 깔고 말리는 가을걷이와 함께
누렇게 익은 길을 천천히 음미해보는 여유도
참 괜찮을 듯합니다
(2021년 8월 13일 출간 / 김태연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84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