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는 이라와디 강 유람선을 탑승하여 민군으로 약 1시간을 이동하여 한 변의 길이가 140m에 이르는 민군 대탑(파토또지 파고다)과 민군 대종, 민군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같은 신쀼미 파고다를 관광한다.
신쀼미 파고다는 눈이 쌓인 듯 온통 하얀 모습이다. '마떼잉단 파고다'라고도 불리는데 바지도 왕이 왕세자였을 당시 부인인 신쀼미 공주를 기리며 세운 것이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세계적인 여행 잡지 론리 플래닛 미얀마편 표지 사진으로도 등장할 만큼 미얀마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관광지를 다니다 보면 사진 엽서를 가지고 다니며 '1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이 아니라 직접 그린 듯한 그림 엽서를 내미는 아이들도 있었다. 가이드가 들려주는 연유는 이러했다.
한 가난한 아이가 사진 엽서를 살 밑천이 없어서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한 유럽의 사진 기자가 이를 발견하고 10달러에 사 주었다. 그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자 많은 어린이들이 자기나 가족들이 그린 그림 엽서를 들고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사 주는 손님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가엾은 마음에 한두 개쯤 사주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지만, 떼지어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다 상대하기 어려우니 외면하기 십상이다.
미얀마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엽서 등 소소한 물건을 내밀며 사달라고 하는 아이들, 더러는 과자 등을 바라고 손을 내미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경우 우리들 이방인의 눈에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된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 받는 사람의 표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담담하다는 것이다. 베푸는 사람은 알량한 생색내기나 우월감을 드러내지 않고, 도움 받는 사람도 조금의 열등감이나 감사한다는 찬사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독실한 불자로서 윤회를 굳게 믿는 이 나라 사람들은 다른 이에게 친절과 도움을 베푸는 일이 상대를 위한 일이기 이전에 자신의 공덕과 선업을 쌓는 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자선을 받는 사람은 오히려 상대로 하여금 공덕을 쌓도록 도와주는 것이 된다. 그러니 자기가 자선을 베푼다고 불필요한 우쭐함이나 생색내는 마음을 가지지 않고, 받는 쪽에서도 불필요한 비굴함이나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자연스럽게 서로의 가진 것을 함께 나누어 쓴다는 정도의 담담함으로 도움을 주고 받은 뿐이다. 우리도 자선이나 선행에 대해 직접적인 보답을 바라지 않는 이런 순수한 마음은 배워둘 만한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