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醉不歸(부취부귀)/허수경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사랑하니까, 괜찮아. 나라원]===
허수경 시인
허수경(許秀卿[1], 1964년 ~ 2018년 10월 3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독일로 가 현재 뮌스터대학 고대 동방문헌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2018년 10월 3일 위암으로 인하여 타계하였다.
------위키백과에서 발췌]---
54살의 나이에 위암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6권의 시집을 발간했습니다.
그때는 가난했고, 글 쓰는 것도 어려운 시절이어서 대체적으로
허수경 시인의 시들은 어두운 면이 있습니다.
좋은 작품을 남기신 시인이나 작가님들은 왜 그리도 빨리 가시는지?
취할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부취부귀(不醉不歸)......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