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큐레이터? 패션과 인문학?
어쩐지 낯선 주제여서 그런지 호기심과 함께 아침에 무심코 입고 나온 옷차림을 살펴보게 됩니다.
오늘 대한민국1호 패션큐레이터 김홍기 작가님을 달리 특별강연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패션의 시각으로 정치 경제 문화 역사 사회 철학을 말하고 쓰며, 다양한 매체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시간 반 동안 진행된 복식사는 얼마나 흥미로웠는지 이제껏 관심밖이었던 패션에 대해서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명화속의 이미지를 패션으로 끌어내서 시대별로 재해석하는 강연을 통해 재미없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림을 색다르게 보는 안목과 흥미도 생겨났습니다.
시종일관 유쾌한 유머로 쉽게 설명을 곁들인 흥미로운 사례는 패션이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함께 구체적으로 내 일상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패션(fashion)이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삶의 패션(passion, 열정)으로, 스토리가 있는 라이프 스타일로 다가왔습니다.
일상과 동떨어진 관념이나 거대담론만을 인문학으로 생각하려는 고정관념을 깨는 특별한 강연이었습니다.
옷이 나를 표현해주고, 나의 삶의 태도를 알려주는 의미있고 구체적인 사물로 받아들이게 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옷장을 열면 꽉 들어찬 옷들에 질식할 것 같지만 정작 "입을 옷이 하나도 없네!"라며 투덜대고 우울해지기까지 했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옷장을 뜻하는 'WARDROBE (WORDROBE)'의 원래적 의미는 옷의 나쁜 기운을 떨어내서 보호하는 장소 즉, '옷의 지성소'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침마다 이 근사한 '옷의 지성소' 문을 열면 왜 입을 옷이 없다고 탄식하게 될까요?
그것은 나를 설명할 말이 옷에 투영되고 있지 않는 어떤 마음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내 옷장은 나의 취향과 스타일과는 따로 노는, 옷을 처박아두는 '옷창고'나 다름이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옷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마음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해 쌓아둠으로서 비움과 채움 사이의 균형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의 몸을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함으로서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옷을 선별해내고, '무심한듯 시크하고 자연스런 우아함'을 스타일링하는 것은 내 삶을 창조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이고 과정이라는 샐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