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평화신문에서 읽은 염 추기경님의 감동적인 말씀도 생각납니다.
"추기경 반지와 임명장을 교황님께 받고 나서 일어나려는 순간, 제 양 어깨를 움켜 잡은 교황님께서 환한 미소를 띠고 몸을 기울여 얼굴을 가까이 대시더니 '한국을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말씀하셨지요. 코앞에 교황님의 눈이 어찌나 크고 또렷하던지, 순간 멈칫했습니다. 저는 우리 한국을 사랑하시는 교황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큰 감동이었고 기뻤습니다. 저도 모르게 '우리 한국 국민도 교황님을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교황님도, 염추기경님도 성령의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또 염추기경님의 모친에 대한 한 일화도 감동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선종하시기 전에 제게 '이제 엄마 기도 필요 없이 혼자서도 기도할 수 있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마지막 말씀이셨답니다.“
염추기경님의 모친 역시, 기도의 사람, 성령의 사람이었음을 느낍니다. 오늘은 '성령의 사람'에 대한 묵상 나눔입니다.
첫째, 주님을 사랑하십시오.
성령의 사람이 되기 위한 첫 조건은 주님을 열렬히, 항구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영성생활의 우선적 조건이 주님 사랑입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복음의 주님의 서두 말씀도 주님 사랑을 전제로 합니다. 분도 성인 역시 그의 수도승들에게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마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힘, 우리의 굳셈이시며 우리의 구원이 되시는 분입니다. 주님의 사랑 우리 위에 꿋꿋하시고 주님의 진실하심은 영원하십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더라도 주님을 위해서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도 주님의 것이고 죽어도 주님의 것입니다.‘ 어제 성전에서 성무일도 시 마음에 와 닿은 말씀들입니다.
성령의 사람, 베드로 사도의 다음 권고 말씀입니다. 진정 주님을 사랑하는 성령의 사람들은 이런 이들입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거룩히 모시십시오.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 바른 양심을 가지고 온유하고 공손하게 대답하십시오.“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 늘 마음 중심에 그리스도를 거룩히 모시는 성령의 사람들입니다.
둘째, 주님의 계명을 지키십시오.
주님께 대한 사랑은 추상적이거나 애매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본능적으로 표현을 찾습니다. 하여 주님 사랑은 계명을 실천함으로, 또 일상의 모든 수행을 통해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비상한 계명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랑의 계명입니다. 이런 주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사람이야 말로 명실공히 성령의 사람입니다.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주님을 닮아 무조건 판단하지 않는 사랑, 모두를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연민의 사랑, 밑빠진 독에 물붓듯이 일방적으로 부어주는 지칠줄 모르는 사랑입니다. 바로 오늘 사도행전에서 사마리아 고을로 내려가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필리포스가 그 좋은 모범입니다. 이 또한 이웃을 향한 주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하여 주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실재임을 깨닫습니다.
형제 사랑은 주님 사랑의 표현이고 주님 사랑은 형제 사랑으로 검증되기 때문입니다. 복음 마지막 부분에서 주님은 당신 사랑의 계명을 지킬 것을 확실히 못박습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이 말씀에서 피해갈 자 아무도 없습니다. 주님의 형제 사랑의 계명을 충실히 지킬 때 주님을 만난다는 말씀입니다. 형제 사랑을 통하지 않은 주님과의 만남 체험은 십중팔구 환상이거나 착각일 수 있습니다.
셋째, 성령과 하나 되어 사십시오.
사필귀정입니다. 주님을 사랑하여 주님의 계명을 지킬 때 선사되는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 보호자 성령, 위로자 성령, 치유자 성령입니다.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그분께서 너회와 함께 머무르시고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
이미 부활시기를 지내는 우리의 실존적 체험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으시고 진리의 성령을 통해 우리에게 오시어 우리와 함께 머무르시어 우리 모두 성령의 사람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하여 우리는 주님 안에 있고 주님은 우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되니 주님과 온전한 일치의 실현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이 우리를 주님과 일치된 성령의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사도행전의 성령의 사람, 필리포스의 활약이 신바람 납니다. 성령은 바로 신바람임을 깨닫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을 때, 사랑의 성령께서 하시는 놀라운 기적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붙어 있던 더러운 영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고, 또 많은 중풍병자와 불구자가 나았다. 그리하여 고을에 큰 기쁨이 넘쳤다.“
사랑의 성령보다 더 좋은 보호자, 구마자, 위로자, 치유자도 없습니다. 성령과 하나될 때 저절로 위로와 치유요 큰 기쁨과 평화의 선물입니다.
부활 제6주일, 육으로는 살해 되셨지만 영으로는 다시 생명을 받으신 주님께서 우리 모두 성령의 사람이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1.주님을 열렬히, 항구히 사랑하십시오.
2.주님의 계명을 지키십시오.
3.성령과 하나 되어 사십시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시은총으로 위 조건을 일거에 충족시켜 주시어 우리 모두 성령의 사람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너희는 와서 보아라. 하느님의 업적을, 사람들에게 이루신 놀라운 그 위업을“(시편66,5). 아멘.
성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