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19 - 도시 자연인, 자유인>
현대 문명사회에서 차를 버린다는 것은 발을 묶어 맨다는 큰 사건이다. 차가 없이는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호들갑이다. '문명이 곧 자동차'라는 희한한 족쇄에 채워져 꼼짝 달싹도 못하고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니라 생활필수품 목록 제1호로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다. 차가 없으면 뒤떨어진 사람, 미개인이거나 원시인으로 치부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승용차를 버린지 10여년이 되었다. 불편한 만큼 유익한 것을 몸으로 체험한다.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는 큰차(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는 일상이 편하다고 강변한다. 오히려 운전 피로도 없고, 돈도 절약되고,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뻗댄다. 작은 차를 버린 것만으로도 도구 문명의 노예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어 홀가분하다. 차를 버리고 도심을 대여섯 시간 홀로 걸으면 경쟁자 없이 '도시 자연인'이 된 느낌으로 흡족하다.
작은차 큰차(지하철, 버스) 다 버리고 3-6시간 도심을 향해 나홀로 걸어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하철로 30분이면 갈 길을 왜 이리 궁상을 떨고 있는가 하는 유혹이 거세게 몰아쳐 온다. 순례자 같은 굳은 마음이 없으면, 이런 편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정말 어렵다. 편리한 문명도구(자동차)의 유혹을 물리치기란 마음을 닦는 수도공부 만큼이나 힘들다.
집대문을 나서면서부터 걸어서 도심(광화문, 남산, 창덕궁등)을 향해 오라는 주문이 황당하고 불안하다. 차로는 쏜살같이 지나다녀 봤지만, 발로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니 더듬거릴 수밖에 없다. 걸어갈 길이 언덕에 막히고 강물에 끊기어 이어질 것 같지 않은 먼 길이기 때문이다. 사람 걸어 다니는 길은 새로난 도로나 다리로 끊겨 있을 것만 같아 겁을 집어먹는다. 자동차 매연으로 걷는 길이 가스로 꽉 차 있을 것만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광화문(혹은 동대문...)까지 걸어서 갈 수 있어요?"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널 수 있어요?"
"차를 피해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있어요?"
사람이 걷는 길은 끊어지지 않는다. 곧게 가는 길이 없을 때에는 빙- 돌아서 가는 길을 찾는다. 시간은 좀 늦어지더라도 목적한 곳을 찾아갈 수 있다. 성공이 아니라 완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 길을 찾아 나서려면 문명도구를 잠시 버려야 한다. 두려움도 잊어야 한다. 막막하던 서툰 길도 길을 나서면 눈이 익어버리고, 빙- 돌아가더라도 그리 버겁지 않다. '자유인, 도시자연인'이 되려는 사람은 용기를 내어 길을 나서서 걷기만 하면 수련하는 것처럼 넉넉히 이루어 낼 수 있다. 월1회 '나홀로 걷기'는 준비, 출발, 경로, 도착까지 모든 것이 사뭇 즐겁고 경건하다.
미래촌(美來村)-품마을 | <개.똥.철학19 - 도시 자연인, 자유인> - Daum 카페
첫댓글 용기 있는 행보시네요. '걷기' , '달리기'가 주는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구요.
잘 읽고 있습니다.
길은 끊어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