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 문화 > ART(공연·전시) / 편집 2013-11-20 21:17:18 / 2013-11-21 13면 기사
상처받고 화해하고 다시 사랑하고… 그것이 관계다
이미현 [Here We Are]展 28일-내달 4일 대전모리스갤러리
▲이미현作 'run run run'
이미현 작가는 그동안 사람들 간의 '관계(Relation)'에 천착해온 작가다. 그간의 전시에서 보여줬던 '고리'나 '심상' 같은 주제들은 작가 자신의 내적 갈등과 타자와의 간극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였다. 고리는 작가 자신과 주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성된 기억의 편린들을 이어주는 관념적 연결자이고, 심상은 관념적 고리를 통해 연결된 기억의 편린들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들은 주로 염색한 광목천에 나뭇잎을 덧대거나 잠재된 언어를 추상적으로 표현하거나 밝고 화사한 정물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사람들' 전시부터 작가 개인의 내적 갈등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회의 보편적 관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작품의 표현방법 역시 그간의 관념적 고리와 심상의 표현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실루엣을 통한 몸짓의 표정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 몸짓은 서로 상심한 듯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등 돌린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듯한 간절한 몸짓을 보여주거나 또는 오해를 풀고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사람들의 몸짓으로 묘사됐다.
이달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대전모리스갤러리에서 열리는 여섯 번째 개인전 'Here we are'도 이러한 연장선 아래 작가의 치열한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전시가 지난 전시를 답습하거나 되새김질만을 하진 않는다. 관계 속에서 촉발되는 갈등과 화해의 몸짓 같은 극적인 긴장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갈등 구조의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화해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가족의 구성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겹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나 3인용 자전거를 완벽한 팀워크로 질주하는 'Run Run Run' 같은 작품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개인의 내적 갈등 표현해온 작가
사회속 인간관계 본격적으로 탐구
한지, 바느질 등 활용한 제작 눈길
작품 제작방식에 있어서 작가의 작품은 아주 독특한 과정을 거친다. 캔버스에 색을 칠하고 한지를 붙여 밑작업을 해 적당히 말려 두고, 두꺼운 한지에 사람의 형상을 채색하여 오려낸 후 외곽을 돌아가며 바느질하여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람들은 미리 준비해둔 캔버스에 하나씩 붙여 나가면서 군상의 작품으로 완성한다. 이런 과정으로 제작된 완성작은 보기에 따라서는 서양화 같기도 하고 동양화 같기도 하고 콜라주 같기도 하다. 캔버스에 채색된 사람 형상의 한지를 꿰매고 붙였으니 다채롭게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굳이 어떤 특정 장르로 구분 지을 필요도 없을 듯하다.
작가는 그간 5번의 개인전을 통해 작가적 정체성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고통스럽게 지나왔다. 작품의 표현방식에 있어 새로운 시도와 접목이 그렇고, 주제 개념의 확장에 있어서도 분명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모호한 주제 표현방법은 좀더 구체화되어 명징해졌고 주제의 관점은 개인적 관점에서 보편적 관점으로 확장 이행됐다. 특히 다양한 재료를 작품의 적재적소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많은 성과를 이룬 것은 높이 살 만하다고 할 수 있다.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와 성신여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약 2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제12회 대전예술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신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