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주말 오후, 비내리는 설악산 십이선녀탕 계곡에서 쉼없이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비가 내린 것도 있지만 이 물들이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늘 궁금했습니다. 오늘 그 단서를 찾았습니다.
산을 오르다보니 수많은 실개천같은 작은 물줄기들이 모이고 또 모여
거센 폭포수를 만들고 있었으니까요. 자연스럽게 수많은 물방울들이 바위를 뚫는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이 떠올랐구요.
그 작은 힘들이 끝내 찬란하고 눈부신 가을단풍을 불러냈을거라는 당돌한 주장도 해 보구요.
이러한 단순한 자연의 이치속에서 세상도 삶도 흘러가고 있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그래서인지 나를 감싸고 있던 번민들이 걷히고 괜시리 힘이 납니다.
그 힘으로 대한민국 행복디자이너의 월요편지가 1,000번째가 되었을거라는 생각도 하구요.
새로운 한 주도 나답게 나다운 발걸음으로 살아가실거라 굳게 믿으면서요.
지난 한 주도 잘 지내셨는지요?
오늘은 내 마음대로 특권이라도 있는 양, 편지가 조금 길어질 것 같습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을 바로 앞에 둔 10월의 참 좋은 날에
1,000번째 김재은의 행복한 월요편지를 띄웁니다.
1.
매주 월요일 아침에 찾아가는 천 번의 행복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해졌습니다.
해남 미황사의 하얀눈을 뚫고 피어난 설중매, 노오란 개나리가 응봉산을 수놓는 계절에도,
녹음이 우거지고 뻐꾸기가 울어대는 고향집의 캄캄한 밤, 피워놓은 모기불에 절로
눈물이 나오는 계절에도,구절초가 피어나고 호남들판에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계절에도,
그리고 덕유산 향적봉에 새하얀 눈이 뒤덮이고 삭풍이 몰아치던 설날 즈음,
담배연기가 자욱한 고향 읍내 PC방에서도 편지는 멈춤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습니다.
누군가의 노래처럼 천개의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 위를 날아 가을의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주고,밤에는 어둠 속에 별이 되어
당신을 지켜주었을까요?
왜 그랬냐구요.
그냥 썼습니다. 숨을 쉬듯이 길을 걷듯이 그렇게 썼습니다.
강물이 흘러가고 바람이 불어오고 불어가듯이 그렇게 썼습니다.
살아있으니 편지를 쓸 수 있었다고 말하면 너무 어이없고 실없는 말이 될까요?
그 동안 앳된 청년(?)은 성숙하고 행복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그 1,000번의 편지엔 수많은 삶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숱한 삶의 희노애락들이, 좌충우돌하는 세상사의 편린들이
여기저기에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신기하고 기특합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멈춤없는 길을 걸어 왔을까요?
대단한 인생인양 서로 우기며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이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렇게도 살아가도 되는 거지요?
오늘 스스로 나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자화자찬이라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2005년 4월 5일 식목일 아침, 내 인생의 시련의 시간,
아주 우연히 삶의 고통에 저항하며
시작된 몇 자의 끄적거림이 이렇게 1,000번까지 이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리고 그 편지가 씨앗이 되어 행발모와 행복(휴먼북)콘서트,
행복플랫폼 해피허브까지 이어지고,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를 위한 끊임없는 발걸음이
계속 되고 있으니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거나 20년의 삶의 조각들이 겹겹이 쌓여 '김재은 실록'이 만들어져가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벌써 화석이 되어 층리에 갇혀 시대의 아우성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르구요.
흔적 없이 떠나는 삶도 좋지만 이런 흔적 하나쯤은 남겨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시 '처음처럼'의 마음으로 함께 새로운 꿈을 꿉니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분명 그 꿈의 길에 그냥 또 그렇게 서서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을 겁니다. 그러다 어느날 벼락같이 죽음이 찾아온다 해도 그때까지
의연히 강물처럼,바람처럼 갈 길을 가고 있겠지요.
이렇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삶이 참 고맙습니다.
건강한 심신이 참 고맙습니다. 삶속의 좋은 인연들이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지금 만나고 있는 모든 님들이 참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덕분입니다.
2.
지난 월요일 저녁, 전북 특별자치도 서울장학숙에서 열린 노송경제인 모임에 함께 하여
가을밤의 음악회를 즐기고 석학인 채수찬 교수의 경제학 강의를 들었습니다.
간만에 소프라노 송난영님, 첼리스트 김인하님의 음악의 선율에 푹 빠졌구요.
화요일엔 치과정기검진과 치료를 하고, 매헌윤봉길기념관에서 열린 NES 파트너스(이원환 대표)가
이끌어가는 2024 (자동차산업) 미래 전략세미나에 함께 하여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미래는 '누구를 위하여,그리고 포용경제'가 큰 흐름임을 다시 확인했구요.
저녁엔 74번째 휴먼북콘서트, 사람책으로 희망일출 작가이자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들어가는
벨라비타 강희갑 대표가 함께 했습니다. 살아온 이야기, 루게릭 환우를 돕기 위해 시작한
국립공원 희망일출 이야기, 새로운 장례문화운동으로 친환경 사진액자이야기등을 들었구요.
그리고 기타듀오로 활동하고 있는 애플마티니의 노래와 김민조님의 진솔하고 따뜻한 삶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휴먼북콘서트는 사람의 향기가 있는 사람의 세상의 시간입니다.
지난 수요일 오후엔 '강의 트렌드 2025’ 출간 북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생성형 AI와 초개인화 시대에 필요한 강의 트렌드, 지인들이기도 한 각 분야의 전문강사인
저자 12인이 강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미니특강까지 곁드려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지요.
향후 어떤 강의를 어떤 자세로 준비해 가야하는지를 배우고 느낀 유익한 자리였습니다.
나무요일 아침엔 225회 세종로국정포럼으로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의 특별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서는 문화와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알고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노장의 호소어린 이야기가 진한 울림으로 다가왔지요.
이어서 덕수궁 해설산책에 함께 하여 의미있는 시간도 보냈구요.
나무요일 오후엔 아산 순천향대 200여 학생들에게 'Life Design으로 열어가는 행복한 삶'에
대한 특강을 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며 자기답게 살아가는 삶, 관전자가 아닌
player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 행복습관으로 행복한 인생을 열어가는 이야기를 곁드렸지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귀기울이며 함께 한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주말엔 산사랑 동무들과 설악산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가을비로 인해 한계령에서 대청봉 가는 길 대신,남교리에서 십이선녀탕,용탕폭포(복숭아탕)
까지만 다녀왔지만 가을단풍은 나무랄데 없이 최고였습니다.
내린 비로 인해 우렁차게 쏟아져내리는 계곡물은 특별한 보너스였구요. 대청봉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설악의 가을을 이만큼이라도 누렸으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의 여운이 그대로인, 가을의 중심에서 느끼고 누린 지난 한 주도
참으로 고맙고 즐거운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부디 이 땅에 평화와 행복이 깃들기를 두 손 모읍니다.
나의 작은 꿈에 깨어있는 삶,
보다 너그럽고 크고 열린 마음,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삶은 부드러운 연속된 곡선이 아니라 때론 터널을 통과했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끊김이 있는 감정조각같은 것이다.
- 오래전 어느날 '김재은의 행복한 월요편지' 중에서
2024. 10. 21
아름다운 옥수동에서
대한민국 행복디자이너, 咸悅/德藏 김 재 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