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서는 고요한 가운데 현현하시기를 즐겨 하셨사옵고,
어려운 가운데에 나타나시기를 개의치 않으셨사옵니다.
싸움터에서도 친히 저희들과 같이 싸워 주셨사옵고,
낙망의 자리에서도 저희들과 함께하여 주신 역사성을 띤 아버지이였음을 저희들이 다시 깨닫게 될 때에, 언제나 저희와 함께 계셨사옵고, 언제나 저희와 같이 싸워 주셨고,
언제나 저희와 더불어 살기를 고대하시던 아버지이심을 생각하게 될 때에,
땅에 살면서도 땅을 배척하고 거부하기를 즐기던 지난날의 신앙노정을 뉘우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초연한 자리에서 즐겨 모시던 아버지는 영광의 아버지셨사오나, 땅 위에 나타나신 아버님은 불쌍하고, 초췌하고, 서글픈 아버지이신 것을 알았사옵니다.
또, 그러한 모습으로 저희를 대하여 오신 것을 역사과정을 통하여 배워 알았사옵니다. 이제 저희들, 영광 가운데 나타나신 아버지를 모시고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
땅 위에 상처 입으시고 어려움에 시달리시며 참다운 아들을 찾기에 허덕이신 그 아버지를 모시고 즐거워할 수 있는 영광의 자리에 서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그러한 자리에서 아버님을 모시고자 할진대 먼저 눈물의 길을 가야 할 것이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것이요, 십자가의 고난길을 넘어야 된다는 것을 아옵니다.
그래야만 아버지가 계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을 아옵니다.
저희에게 이런 서글픈 신앙노정이 남아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하늘은 예고하시기를 지금은 자다가 깰 때라고 하셨습니다.
어두운 밤에 광명한 등불을 들어야 할 때라는 것을 예고하셨사온데, 저희의 마음이 어두움에 잠겨 있사옵니까? 저희의 몸이 사망의 철망에 매여 있사옵니까?
이것을 끊고 헤치고 나서서, 하늘을 향하여 달음질칠 수 있으며, 하늘을 대신하여 싸울 수 있으며,
하늘을 대신하여 책임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아버지라 부를 수 있고, 아버지께서 오시기를 고대하는 아들딸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알고 있사오니,
아버지, 뜻 앞에 서기에 부족한 자들이 있사올진대, 이 시간 격려해 주시옵소서. 때와 시기가 촉박한 것을 알게 해주시고, 사망의 그늘에 휩쓸려 심판받는 자들이 되지 말고, 생명의 부르심에 이끌려 아버지 품을 찾아서,
자유의 동산을 향하여 그 몸이 찢기는 한이 있다 할지라도,
죽는 한이 있다 할지라도 달음질쳐 갈 줄 아는 아들딸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오면서,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나이다. 아멘. (1959. 4.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