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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연습실에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세워져 있던 대걸레부터 세면기에 쑤셔 넣고 청소부터 시작했다.
간밤의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연습실 구석구석을 물기 짠 걸레로 닦고 나서 탈의실에 걸려 있던 의상들과 태형이 미리 챙겨 놓은 소품과 메이크업 가방을 들고 나오자 시간을 맞춘 듯 태형이 연습실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준비 다 해놨네?”
“네.”
“소품들은 나주고 나머지 의상들은 네가 챙겨서 올라갈래.”
시안은 태형이 시키는 대로 차 안에 의상을 펼쳐 놓고 태형의 옆자리에 앉았다.
“벨트 해야지.”
“아, 네.”
“오늘 가서 보면 재밌을 거야. 경험도 쌓을 수 있고.”
마트의 정문 앞에 만들어진 무대와 음향 기기들이 모두 조금 뒤에 있을 행사를 준비 하고 있는 듯 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무대 위는 한가 해 보였지만 무대 뒤는 분주하기 그지없었다.
시안은 들고 들어 온 옷을 각자의 의상대로 나누어 주었고, 이윽고 시안의 앞에 선 성진은 말없이
자신의 의상을 달라는 무언의 뜻을 내비치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성진의 눈빛을 마주 하기 힘들었던 시안은 서둘러 고개를 돌려 그의 의상을 집어 들었다.
왼쪽 가슴 한쪽이 시려 왔지만 시안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성진은 아무 말도 건네지 않은 채 시안이 건네주는 옷을 받아 들었고 일행은 마지막으로 각자의 메이크업을 정리 했다.
시안은 일행들 틈에 함께 있는 성진을 보았다.
자신의 옆에 다정히 서서 재잘거리는 정희의 얘기에만 가끔 반응하며 시선을 무대 쪽으로만 향해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시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왔고, 이윽고 일행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의 퍼포먼스들이 이어 졌다.
안무팀 팬클럽 쯤 되어 보이는 피켓 든 교복 부대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그 뒤로 지나던 행인들이 그들을 궁금증이 섞인 눈으로 뒷자리를 매우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일행이 무대 위로 올라간 뒤 무대 뒤에 홀로 남아 있던 시안은 조심스럽게 커튼은 들춰 무대를 바라보았다
굉장한데.. *_*
무대 뒤 천막을 살며시 걷어 내고 바라보는 저 무대 위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시안은 자신도 모르게 매료 되는 듯 했다.
“준비 해 주세요.”
행사를 진행 하는 스태프가 일행의 순서임을 알려 주자 일행들은 손을 하나로 모으고 결의를 다지는 화이팅 했다.
그들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의 피켓 걸들의 자지러지는 듯한 함성이 들려 왔고
일행이 무대 올라 각자의 자리를 잡을 동안 귀에 익숙한 팝음악이 스피커를 통래 흘러 나왔고 어느 순간 반전음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또다시 현란한 미디음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의 환호와 열광의 목소리에 그들이 사람들의 움직이기 시작 했다.
군중의 열기 속에 자신을 몰아넣는 듯한 그들의 몸짓에 사람들은 격렬하게 열광하고 있었다.
무대 뒤에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시안의 시선은 그들 속에서 함께 움직이는 성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
“뭐해?”
행사가 모두 끝난 회식 자리에서도 아까의 그 환호와 열기에 젖은 듯이 멍한 표정이 되어 일행을 바라보았고 그런 그녀를 깨운 건 태형이었다.
“예?”
“오늘 재밌었지?”
“네”^_^
“앞으론 더 재밌을 거야, 오늘 같은 행사가 매번 있진 않을 테지만 아주 간간히 규모 있는 행사가 있어 . 지금은 방학 때라서 좀 바쁜 거고, 애들 방학 끝나고 나면 주말은 거의 비워두는 게 좋을 거야.”
”
“네.”
“이번 달 스케줄 봐서 알겠지만 이번 주말에는 전자상가 앞에 무대가 설치 돼 무대 수준은 거의 오늘 과 같을 거고 준비 할 건 뭐.. 오늘과 비슷 할거야. 어때? 괜찮지?”
“네”^_^;;
태형을 보면서 웃어 주었지만 시안의 시선은 여전히 냉기가 뚝뚝 흐르는 성진의 옆모습을 향해 꽃혀 있었고 태형은 그런 시안의 한쪽 어깨를 흐릿한 미소와 함께 지긋이 잡아 주며 돌아서서 일행에게로 돌아갔다.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 가 버린 건지 아침 햇살을 맞으며 집을 나왔건만 돌아 올 땐 벌써 환하게 뜬 달빛을 뒤로 한 채 힘겹게 골목 꼭대기 옥탑 방을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힘겹게 옥탑 방을 향해 동네 입구를 걷고 있던 시안은 무심히 옥탑 방을 올려보았고, 잠시 걸음을 멈춰 섰다.
당연히 불이 꺼져 있을 줄 알고 있던 방에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
불빛을 보자마자 가슴이 터질 듯이 숨이 몰려 나왔지만 급한 마음에 계단을 뛰어 올라가
제일 먼저 문을 벌컥 열었다.
“언니 왔어.”
“어? 어...”
제인이는 마치 아무 일 없다는 것처럼 앞치마를 두르고 싱크대 앞에 서서 국자를 손에 쥐고 예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뭐해? 어서 들어 와.”
제인은 여전히 멍한 채로 자신만을 바라보고 선 언니를 바라보며 전처럼 행동했다.
“그래도 무사히 살아서 돌아 왔네.”
“헤헤 내가 또 누구야, 성적표 보고 노발대발 하시면서 전학 시켜서라도 거기 눌러 앉혀 버린다고 하는 엄마의 비위를 살살 맞춰서 목숨은 구했지”
“그...그래.”^_^;;
시안은 제인의 표정을 살피며 불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방학 재미있게 보냈어?”
“응, 그럭저럭 언닌?”
“나...나도.”
“언니 왜 그래?
“뭐? 왜?”
“뭣 때문에 그렇게 쫄아서 그러냐고? 내 눈치나 살피고...”
“그, 그냥.”
“혹시, 여름에 그 일 때문에 그래?”
“응. 근데..제인아?”
시안은 그 동안 차마 떨어지지 않아 그냥 묻어 두려 했던 그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려 애쓰고 있었고, 제인은 괜히 용쓰고 있는 언니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말 사실이야!”
“엉? 무슨 말?”
“성진이가 널 건드렸다고!”
“뭣?”
“성진인 한번 건드린 애는 다시 안 데리고 논다고 그래서 성진이가 너에게 퇴짜 놓았다고.”
“누가 그래?”
제인의 음성은 촥 가라 앉아 음산하기까지 했다.
“어?”
“누구야! 누가 그런 헛소릴 해서, 울 언니를! 언니 여태까지 그거 걱정하고 있었구나. 언니 같이 속 좁고 소심한 부류들은 쬐매 캥기는 것 갖고도 몇 날 며칠 고심 할 텐데.”
“도대체 어떤 놈, 년이야! 우리 언니한테 그런 헛소릴 지껄인 게!”
제인은 갑자기 된장찌개에 넣게 위해 씽크 위에 올려놨던 감자 위에 들고 있던 칼을 사정없이 쑤셔 박아 넣고는 그것도 모자라 그 감자를 사정없이 난도질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시안은 ‘저, 저러단 찌개에도 못 들어가고 죽사발 되는 거 아니야, 아깝게’ 란 생각뿐이었다.
“언니 빨리 불어! 도대체 어떤 년이야?”
헉 제인아!
제인은 흥분을 가라 앚히지 못하고 칼을 손에 시안을 향해 뒤돌아 묻고 있었다.
“ 정희 그년이지?”
“헉, 어떻게 알았어?”
“진짜 걔야?”
“뭐? 너 알고 있었던 것 아냐?”
“언닌 여태 그년 말만 믿고 그렇게 쫄았던 거야? 진작에 말을 하지 이 답답이 언니야.”
“?”
“언니가 몰라서 그래 신정희 그 년이 얼마나 구라를 잘 치는데 걔 별명이 구라 쟁이야.”
“그래.”
아 왠지 눈물 뚝뚝 복장 터져 아이콘을 한개 그려 넣고 싶군.
“나 알고 있었어.”
“!.....”
“알고 있었어? 어떻게?”
“언니 나 몰라? 눈치가 구단에 코치가 백단인데 그거 하나 몰랐을까봐?”
“미안해”
“뭐가?”
“그냥, 그냥 다 미안해.” ㅜ_ㅜ
시안은 자신과 성진의 모습을 보고 제인이가 얼마나 당황했을 까 싶은 마음에 말끝을 흐렸다.
“훗, 순진 하긴. 나이는 도대체 어디다 팔아먹었냐? 여자 나이 스물이면 이제 그만 양가죽 벗고 여우 가면 쓸 때도 됐거든”
제인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시안의 어깨를 다독였다.
“잘해 봐, 그 녀석 그래도 꽤 괜찮은 녀석이라 내가 언니 그 녀석 한태 안심하고 맡기는 거야.”
“제인아...”
..................
“미안, 나 좋아하고 싶은 사람 생겼어.”
“어?”
제인은 자신의 용기 낸 수줍은 고백을 단박에 거절하고 나선 녀석의 답변에 순간 멍했다. 그러나 곧이어 정신을 수습하고 상황을 정리 해보았다.
“그 말은, 아직 그 사람은 널 좋아하지 않는 다는 말 인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그 사람 사귀기 전에 나랑 한번 진지하게 만나보지 않겠어?”
제인은 자존심까지 꺾어 가며 그의 마음을 붙든 그녀가 멀어져 보일 만큼 예쁜 미소 지으며 존심에 금이 가 부들부들 떨려오는 손에 꽉 힘주어 잡았고 그에겐 결코 손해나지 않은 마지막 패까지 내보였지만 그의 대답은 끝까지 거절이었다.
그 녀석은 그런 녀석이었다.
후~
연습실 문 앞에 선 시안의 가슴속에서 긴 한숨이 세어 나왔다.
하지만 곧 결단을 내린 건지 해골바가지 안으로 들어서기 전 뭔가 마음을 다 잡는 것 같이 주먹을 꽉 쥐어 왼쪽 가슴을 힘주어 때린 쳤다.
계속 그 애의 얼굴을 이렇게라도 봐야 한다는 게 왠지 모르게 참기 힘들고 또 가슴이 아려왔지만 그래 기왕 여기까지 온 거 갈 때까지 가 보자의 심산이었다.
“안녕!”
무척이나 해맑은 미소로 환하게 웃으며 들어섰건만....... 아직 아무도 없었다.
이론 써글 기껏 신경 썼더니...ㅡ_ㅡ^
괜히 무안해진 시안은 팔을 휘휘 저으며 연습실 대형 거울을 바라보며 해죽 웃었다.
아직 아무도 안나 왔나?
이리저리 둘러 보다 의자에 걸터앉아 있던 시안은 어제의 그 멋진 무대 위의 사람들을 떠 올렸다.
여러 가지 빛깔의 조명 속에서 너무나 현란하고 멋진 춤을 추는 그들을 떠올리며 시안은 거울 앞에 섰다.
요렇게 했었드랬지?
시안은 어제 댄서들의 팝핀 동작을 요리 조리 흉내 내며 춤을 추었고 그렇게 한참을 혼자 놀기에 빠져 웃다가 혼자뿐이라도 너무 밋밋한 가운데 춘다는 게 쑥스러워 씨디피 플레이 버튼도 눌렀다.
음악도 깔리고 왠지 한껏 고조된 분위기에 시안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귀에 익숙한 그 음악에 맞춰 맨손체조(?)를 막 끝내고 음악을 멈추고 돌아 섰는데
또다시 아까의 음악이 들려왔다.
잉? 분명히 껐는데 0_0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다시 씨디피를 향해 돌아서는데
히이힉! @_@
“너!...너너너너!” @_@;;
시안은 연습실 입구 문틀에 기대어 서서 자신의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성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더듬었다.
“너 모르지? 요새는 이런 것도 돼 거든.”
성진은 보란 듯이 동영상이 플레이 되고 있는 핸드폰LCD를 시안에게 보여주었고 거기엔 정말 어설프기 짝이 없는 자신의 엉거주춤(?)이 재생되고 있었다.(T_T)'
“야!”
시안은 그것을 보자마자 핸드폰을 빼앗기 위해 성진에게 달려들었지만 호락호락할 그가 아니었다.
“왜? 이것도 부수게?”
그 한마디에 시안은 걸음을 멈추었다.
“눈치코치는 없어도 염치는 있나보네? ^.^
저것이 ㅡ_ㅡ♣
☞ ☜
“더 할 말 없지?”
“너, 그거 어쩔 건데?”T^T;;;;
“글쎄 그냥 확 인터넷에 유포...!”
“안돼!”>o<;;;;
“알았어, 쫄긴 야 이거 올려 봤자 누가 보냐? 요새 이런 거 꽤 흔하다 너!”
“그..그래? 그럼 ?”0_0
“너 하는 거 봐서 생각해 보지 뭐.” ^ㅡ^
으~ 저 능글스러운 놈! 난 왜 항상 저 녀석한테 꼬리가 밟혀 있는 거냐고...ㅜ^ㅜ
시안은 자학하듯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ㅜ_ㅜ
아흑! 아프당 ToT
“야, 넌 이게 지금 춤이라고 춘거냐? 너 이거 어제 우리 하는 거 보고 따라 한 거지?”
뜨끔 -.-+
“그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한번 배워 볼래?”
“뭘?”0_0
“춤!”
“뭐? 춤? 내가? 야, 관둬라 내가 이 나이에 그거 배워서 어따 써 먹으려고”
“얘가 모르는 소리 하네, 요즘에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얼만데.”
“요즘 세상에 너 같이 개인기 하나 없는 인간이 발붙일 때가 어딨냐?”
“근데 너무 어렵잖아. 나 어릴 때 TV 나오는 언니들 따라 하면서 거울 앞에서 한 춤 했지만 내가 무용계의 발전을 위하야 바로 그만 두는 바람에 지금은 영 몸치 됐단 말이야”
“나도 알아” -_-
녀석은 그러며 핸드폰을 가리켰다.
“춤이 뭐 별건 줄 아냐?”
“그럼 별거지.”
“솔직히 말해 봐, 배우고 싶지? 너도 무대에 한번쯤 서보고 싶지 안 냐고?”
왜 자꾸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려오는 거쥐...?-.-
“그..그냥 좀 ...”
춤은 말이야
“응?”0_0
“춤은 이거 세 가지만 확실히 알면 돼”
“세가지?” 0_0??
“응, 건들건들, 씰룩씰룩, 빙글빙글, 따라 해봐 ”
“건들건들, 씰룩씰룩, 빙글빙글!?”0_0
“ 건들건들 이란 말이지.”
녀석은 정말 양팔을 좌우로 흔들며 건들건들 앞으로 나가더니 순간 몸을 옆으로 비틀며 자세를 짝 잡으며 멈춰 섰고, 또 씰룩씰룩 엉덩이를 흔들듯이 사뿐사뿐 걷더니 바로 뒤로 턴하며 자세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허리를 좌우로 빙글빙글 돌리던 녀석 손동작을 차례차례 취하며 여태 했던 동작을 순서대로 이어 갔고 그 동작들은 말 그대로 하나의 춤으로 완성 되었다.
“어때? 쉬워서 할 만하지?”
“응?(어째 뭔가 속고 있다는 느낌만은 지울 수 없었지만-_-;) 응!”
“자 따라 해봐.”
시안은 녀석이 일러 준대로 몸을 움직였고, 신기하게도 시안은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거울을 통해 보고 있었다.
“지금 내가 한건 기초 중의 기초고 좀 더 단계가 올라가면 비보잉, 락킹, 팝핀, 째즈, 하우스, 디스코 같은 것도 있지.”
“뭐 알고 보니까 춤이란 것도 별거 없구나. 어때? 나 하는 거 보니까 뭔가 싹수가 보이지 않냐? 왠지 딴것도 배운다면 다 잘할 것 같아. 나 댄스계의 샛별이나 신동 같아 보이지 않냐?”
“훗!”
성진은 신이 나서 자신이 가리켜주는 말도 안 되는 동작들을 이리저리 따라하는 시안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흐릿하게 지어보았다.
첫댓글 아 하루종일 앉아서 눈빠지게 봤어요 재미나요 ㅋㅋ
아 ~ 감사합니다 힘이나네요 행복하세요^^ 이런 댓글하나가 저 같은 아마추어에겐 얼마나 큰힘이 되는지 모르실 거예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