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치매 노인과 병수발 하던 아내, 12층 아파트에서 투신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노부부가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5일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0분쯤 용인시 기흥구 소재 한 임대아파트 12층에서 남편 A(81)씨와 아내 B(78)씨가 추락했다. 당시 인근을 지나가던 행인이 상황을 파악하고 112에 신고했다. A씨 부부는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방범카메라(CCTV)에 포착된 행적을 보면 부부는 함께 자택이 있는 7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에서 내렸다. 이어 복도식 아파트 난간을 넘어갔다. B씨가 먼저 투신하고 약 30초 뒤에 A씨가 뒤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의 호주머니와 자택 안방에 남긴 메모지 등을 토대로 부부가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메모에 지병으로 힘들었다는 내용과 함께 따로 살고 있는 아들의 연락처, 사망신고를 해달라는 부탁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전부터 치매를 앓다 최근 중중치매 진단을 받았으며 역시 관절 통증 등으로 몸이 불편한 B씨는 남편을 수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주택 임차료 등을 지원받는 주거급여 대상자로 파악됐다. 또 부부가 노인 의료비, 푸드뱅크 지원을 받고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부부의 가족과 지인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783780
(전략) "최빈도 죽음의 쳇바퀴’라는 개념이 있다. 연명의료에 대한 영국 의사 데이비드 재럿의 표현이다.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이 노화나 질병으로 신체적·정신적 기능 저하를 겪으면 요양시설을 찾는다. 거기서 거의 결박당한 상태로 치료받다가 섬망이나 감염병이 찾아오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진다. 상태가 더 나빠지면 연명의료를 받고 호전되면 다시 요양시설로 옮겨진다.
이 굴레는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반복된다.
문제는 별다른 질환이 없더라도 쳇바퀴가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원래라면 자연스럽게 사망했을 노인이라도 일단 요양시설에 맡겨지면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질 수밖에 없다.
(중략)
돌봄 부담이 존속살해의 주요 원인이 되자 안락사를 요구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2021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 연구팀이 국민 1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76.3%가 안락사 입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사망하게 하는 건 국내에서 불법이다.
다만 지난해 6월, 생애말기 환자가 약을 처방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하는 걸 합법화하는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지만, 좋은 죽음에 관한 법적 논의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금 더 근본적인 틀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을 대하는 인식과 문화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중철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삶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보니 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며 “이러다 보니 정부도 성공적인 삶을 위한 경쟁 과정을 어떻게 제공할지만 얘기하지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북유럽이나 일본 등에선 만족한 상태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데에 관심을 갖는 문화가 있다”며 “정부도 이에 발 맞춰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재고하고 그들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연명제를 받지 않게끔 하는 제도들이 이전부터 논의됐다”고 말했다.
권승연 교수는 “지금과 같은 문화에서 생애말기 환자와 보호자들은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면 잘 안 됐을 때, 임종이 코앞에 닥쳤을 때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당황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 “호스피스 병동에서만 죽음과 임종에 대해 교육할 게 아니라 그보다 이전부터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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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연상되어 슬프네요
부모님 아프기 시작하시면 죽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괴로운 일인지도 알게 되더군요..
이제 곧 사회 안전망이 다 박살나면 유사 사례가 많아질꺼 같습니다
존엄사, 안락사 찬성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어느 누군가는 아파서 누워있을때 자식들이 찾아와 이렇게 말하겠죠.
"아버님, 남아있는 자식들 생각도 해주세요"
존엄사 허용되면, 나이 들고 조금만 아파도 존업사 하라는 사회적 압박이 들어갈겁니다.
이런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게 규제를 하겠지만,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생각하면 나쁜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더 높죠.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정책을 논하기 전에
저런 환경에 놓인 사회 취약 계층을 발견하고 지원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을 우선 했으면 합니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름 석 자와 생년월일로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게 정리한 후의 기분은 막연함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고 링거에 약물이 투하되면 끝 없는 땅 아래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 불안하다. 정리하고 또 정리했는데도 먼지 같은 나의 무언가가 아직 남아 있을 것만 같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정리거리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빗발 친다.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해 내 죽음을 몰랐을 또 그 죽음에 상처 받지 모를 이들이 있을거란 생각들에 불안하고 몹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약물이 투하되고 죽음이 점점 가까워질 때 이 선택에 대한 후회로 증폭될거다. 후회된다. 그러나 이 선택 뿐이다. 결국 죽어야 한다. 그래서 다짐한다. 그런데 다시 불안하다. 모든 불안함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가슴이 터질 듯 요동치면 나는 또 후회로 인한 스트레스에 혹시 정리하지 못한 일이 있는지 수 없이 되내인다. 그렇게 또 다시 정리하고 낙담하고 다짐하고 후회하면서 꾸역꾸역 죽음을 받아 들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약물이 투하 되거나 굳게 마음 먹고 나서 천천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거나 둘 중 하나다.
잡을 수 없는 시간처럼 시작되고 나면 멈출 수 없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숨이 가빠져 온다. 숨을 쉴 수 없다. 그러다 편안함이 오면 머리 속의 모든 생각들이 사라진다. 이제 정말 죽는다. 죽는다.
-합법적인 죽음을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