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이를 기다리는 사람과 마주앉아 '더는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기다리는 사람을 떠올려본다.
그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상상하다 보면 어쩐지 나까지 그 식탁의 한 구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아니,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식탁, 고요함, 정적, 기다림 아래에 버겁게 깔려 있는 기분이다. 사방이 모두 막혀 있어서 기어서 움직일 수조차 없을 것 같다.
시 속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 간절히 내 존재를 믿었으면 한다'고, 또 '나는 내가 살아 있다고 믿어야 했다'고. 실체 없는 그림자에 덮여가고 있는 '나'의 몸, '나'의 생각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만 간신히 벌려 말하는 것 같다. 소리는 없지만 그의 지쳐 있는 목소리를 읽을 수는, 느낄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