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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09 --- 초원
몽골은 염소와 양이 각각 3천만 마리, 소와 말이 각각 4백만 마리로 국민 350만 명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여기에 야크며 쌍봉낙타도 보인다. 긴 겨울에 비해 불과 오 개월도 안 되는 봄 여름 가을 동안 가축을 이끌고 보다 넉넉한 풀밭을 찾아 떠나는 유목민들의 삶이 결코 여유롭지는 않다. 게르라는 이동식 간편 전통가옥에서 초원을 누비며 한 해를 거두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풀밭을 외면하는 돼지나 닭 같은 가축은 멀리 할 수밖에 없다. 게르는 가축과 함께 자주 옮겨 다녀야 하므로 생활용품도 최소한으로 줄여 간편하고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겉보기와는 달리 찌들은 삶일 수밖에 없다. 고달픈 여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여받은 천직으로 감사하고 묵묵히 살아가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서 누리고 있다.
멀리서 보면 초원은 잘 다듬어졌다. 그러나 막상 가까이 다가가보면 너무 거리가 멀다. 마치 눈속임이라도 당한 것 같아 마음이 매끄럽지 못하다. 아직 풀이 자라지 않아 엉성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연신 가축은 풀을 뜯고 있는데 막상 입에 들어가는 것이 없으니 배불리 먹기에는 요원하지 싶다. 실제로 가축들은 풀밭을 누비고 있어도 넉넉하지 못하여 윤기가 없다. 시퍼런 하늘과 울타리를 둘러치듯 치솟은 산줄기는 삐죽삐죽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회색이나 붉은 돌산이다. 그러나 멀리서 보기에는 아주 잘 다듬어진 골프장이나 초원을 배경으로 둥그렇고 하이얀『게르』가 그림 같다. 저기에 누가 살고 있을까? 동경을 한다. 가요에서 저 푸른 언덕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님과 함께 한 백년 살고 싶다고 충동질 한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거리가 멀다. 하지만 유목민의 허름한 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예 관광객의 선망에 부픈 현장 체험의 숙박업소로 상품화하면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세계화 상품으로 개발하여 내놓는데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옥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다. 오지에서 이색 체험을 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고 있다. 너무 척박한 토질에 강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겨울이 너무 길고 추워 초원은 그림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풀이 쉽게 자라지 않는다.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그래서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를 못하고 끊임없이 좋은 풀밭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부지런하면 가축을 굶기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앞서서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다.
고산준령의 차디찬 바람에도 칭기즈칸은 꺾이지 않고 깊은 밤 울어대는 늑대처럼 초원을 향해 포효를 토해냈다. 끝 모를 초원에 군데군데 방목한 말들이 돌아다닌다. 작아도 눈빛은 항상 초원을 찾아 배고픔 같은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다. 사람을 바라볼 때도 코를 벌름벌름 한참을 서성인다. 물론 경주나 군사용 말은 아니어도 생활수단에 꼭 있어야 하는 존재다. 국립공원이지만 이미 개인 분양하여 개발이 되고 있다. 개발이라지만 여기저기에 그림 같은 게르 촌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지 싶다. 함께 관광명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여기에 고집스런 진짜 유목민은 오로지 풀밭을 가꾸기 위해 영역을 표시하는 울타리를 치고 양질의 풀밭을 가꾸기에 고심초사 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한여름 같은 무더위와 태풍까지 겪었는데 이곳은 긴 팔에 점퍼까지 입고도 햇살이 잠시 사라지거나 바람이 불면 썰렁썰렁하니 춥다. 3월말쯤으로 다시 되돌아가려는 날씨와 같다. 그만큼 환경에 차이가 있다. 아직 자라지 못한 초원을 보면서 내가 사는 대전의 버드내에 길길이 자라고 깎아도 며칠이면 다시 수북하게 올라오는 풀밭이 뜬금없이 떠올랐다. 그래도 아직은 저만큼 희망이 아른아른 부풀어 오르고 있다. 곧 우기에 여름이고 보면 풀은 하루 다르게 자라면서 초원다운 초원이 될 것이다. 가축은 배부르게 풀을 뜯을 것이고 유목민은 허리를 펴며 다소 여유가 생길 것이다. 가축이 쑥쑥 자라면서 질 좋은 젖을 생산하고 고기와 가죽을 제공할 것이다. 아무래도 산악 초원에서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좋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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