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이면/ 김강호
당신 생각 지평선만큼 끝 모르게 길어서
수시로 둘둘 말아 가슴 깊이 묻어두고
남몰래 숨을 죽이며 보석이듯 꺼내 봤다
당신 생각 아파서 깊은 상처 동여맬 때
작설차는 연둣빛 울음소리로 끓고 있고
뒷산 숲 오솔길쯤엔 싸라기별 쏟아졌다
당신 생각 끊임없이 잔물결로 밀려와
갯돌 같은 이야기를 자그르르 쏟으면
내 귀는 자루가 되어 넘치도록 받았다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이면
슬픔 깊은 이별 강 목을 늘린 새가 되어
강물이 붉어지도록 피 토하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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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김강호
다정하게
피워 놓던
넌,
흰 웃음
난,
자줏빛 웃음
수십 년
세월 흘러
고향에서
우리 만났네
쭈그렁
넌,
하얀 감자
쭈그렁
난,
자주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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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봄/ 김강호
섬진강에 봄이 올 땐 왈츠 선율로 온다
악보를 빠져나와 나비가 된 음표들
평사리 들판 가르며
악양으로 가고 있다
초록빛 새소리를 한 두릅 꿰어 메고
꽃눈 흠뻑 맞으며 강둑길 거닐다가
여울이 뽑아 올리는
노래에 홀려 있다
경계를 다 지우고 바다로 가는 섬진강
시심을 번뜩이며 비상을 별러 왔던
가슴팍 투명한 시가
물길 차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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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새로운 교감
김강호 시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 다인숲/ 2024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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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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