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정겨운 대평포구에서 시작해 말이 다니던 몰질을 따라 걷는다.
군산오름을 오르는 길은 쉽지 않지만 곳곳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 보여준다.
제주의 원시 모습을 간직한 안덕계곡은 제주의 감춰진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는 비경이다
원시적 숲향기가 물씬 풍기는 숲길을 걸으며 원초적인 자연의 내음에 푹~ 빠져들었다.
대평포구에서 화순금모래해수욕장까지 계곡올레와 바당올레를 함께 맛볼 수 있는 길이다
대평포구
어제 걸음을 멈추었던 대평포구에 다시 섰다
자그만하고 정겨운 포구는 아직 졸음에 취해 있었다
제주올레 9코스는 레바논 마운틴 트레일(Lebanon Mountain Trail)과 '우정의 길' 협약을 맺었다.
또, 시작이다
우리들은 잠이 깨면 먹고 걷는 지극히 단순한 일상을 즐겼다
제주도 올레길은 그 색깔이 참 다양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몰질로 들어가다
몰질은 말이 다니던 길이다(馬路)
고려시대, 중산간 지역에서 키우던 말들을 대평포구에서 원나라로 싣고 가기 위해 이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길은 좁고 울퉁불틍해서 걷기에 불편했지만 숲향기가 너무 좋았다
약천암
군산오름으로 가는 길목에 약천암이란 암자가 있었다
산방산을 마주 보고 서 있는 절마당에는 오색의 연등이 매달려 있었다.
감귤꽃 향기는 날리고...
밭에서 노랗게 익은 감귤은 많이 보았지만 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감귤꽃의 향기는 어찌나 진하고 매혹적인지 모른다
그래서 감귤밭을 지날때면 일부러 마스크를 벗고 감귤꽃 향기를 깊이깊이 들이마셨다.
군산숲길 입구
이제 지루한 시멘트길을 벗어나서 군산숲길로 들어선다
산방산을 등에 지고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라서 땀이 흘렀다.
숲길을 벗어나다
군산숲길을 벗어나 전망이 좋은 언덕에 섰다
상큼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휘감으며 희롱하였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여기까지 차를 타고 올라오는데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안덕면(安德面)이 보인다
안덕면이란 명칭은 안덕계곡을 끼고 있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서쪽은 대정읍과 접하고 있고, 동쪽은 서귀포시 상예동, 하예동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발 아래로 보이는 올망졸망한 집들이 섬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과 닮아 있다
진지동굴
태평양전쟁 당시 제주도에 주둔하던 일본군이 만든 군사시설이다.
아름다운 국토의 곳곳에 아픈 상처를 남겨놓은 부끄러운 역사가 야속하다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안덕면과 면주민자치위원회가 잘 보존하고 있다.
군산오름(1)
두 개의 봉우리가 군대의 막사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군산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니까 전라북도 군산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ㅋ
군산오름 앞의 전망 좋은 곳에 간세 모양의 벤치가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군산오름(2)
난드르(대평리)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오름이다.
오름 정상을 중심으로 동반부는 서귀포시, 서반부는 남제주군에 속하여 시군경계를 이루고 있다.
정상부에는 용의 머리에 쌍봉이 솟았다고 하는 두 개의 뿔바위가 있다
군산오름(3)
군산오름(334.5m)은 제주 해안에 솟은 오름 중에서는 산방산(395m) 다음으로 높다.
오름 자체의 높이만 해도 280m여서 바닷가에 성채처럼 우뚝 솟았다.
출입이 금지된 산방산에 비해 탐방로가 나 있는 군산은 제주 남쪽의 풍광을 조망하기에 최고의 명당이다.
뒤로는 한라산이 버티고 있어 일출 광경이 장엄하기로 소문이 났다
군산오름(4)
제주의 368개의 오름 중 가장 젊은 오름은 어디일까?
지금으로부터 불과 천여 년 전에 고려 목종 10년(1007년)에 분화해서 생긴 군산오름이다.
군산오름까지 함께 온 동지들의 얼굴은 그윽한 행복으로 가득차 있다
산방산이 보인다
산방산은 천연기념물 제182-5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제주도의 다른 화산과 달리 정상에 분화구가 없고 마치 돔(Dome) 형태를 이루고 있다
재작년에 10코스를 걸으며 산방산 아래를 지난 적이 있다.
금장지(禁葬地)
군산오름의 정상은 금장지(禁葬地)다.
쌍선망월형이라 해서 명당자리인데 여기에 묘를 쓰게 되면 그 집안은 잘 안 풀린다는 것이다.
어느 해인가 심한 가뭄이 들었는데 어느 누가 봉분 없이 평장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마을 사람들이 무덤을 파헤치니 비가 내렸다고 한다
찔레꽃
제주에는 어딜 가나 찔레꽃이 만발하였다
마치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네의 슬픈 미소 같다
역사적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온 제주 여인들의 한이 서려있는듯하다
감산리 점빵
군산오름을 내려와서 마을길로 들어섰다
올레길 옆에 '감산리 점빵'이 있었는데 옛날의 점빵 느낌은 나지 않았다
유년시절에 동네 점빵에서 눈깔사탕이나 센비과자를 사먹던 추억이 떠올랐다
안덕계곡
안덕계곡은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태초에 7일 동안 안개가 끼고 하늘과 땅이 진동하여 태산이 솟아날 때 암벽 사이에 물이 흘러 계곡을 이루며 치안치덕(治安治德)하는
곳이라 하며 안덕계곡이란 이름이 유래했다는 전설이 있다.
예로부터 많은 선비들이 찾던 곳으로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추사 김정희도 반했다고 한다
올랭이소
동네 사람들은 안덕계곡을 올랭이소라 부른다
겨울과 봄에 올랭이(오리)가 찾아오는 물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주위 풍광이 아름답고 조용하여 1980년대 초반까지 동네 사람들이 목욕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과 평평한 암반 바닥에서 유유히 흐르는 맑은 물이 멋스런 운치를 자아낸다
출렁다리를 건너다
안덕계곡의 끝에는 제법 규모가 큰 출렁다리가 놓여져 있다
이 다리를 건너면 진모루동산으로 가는 길로 들어선다
감귤꽃과 하귤
감귤밭을 지날 때마다 짙은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하귤은 탐스럽게 익어가는데 그옆에서 새로운 꽃이 피어난다
꽃은 이제야 피어나는데 노오란 감귤은 언제 익었는지 모를 일이다.
진모루동산
능선이 긴 언덕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진-긴, 모루-언덕)
진모루동산은 보목초등학교 동쪽의 ‘큰 동산’에서 해안가까지 긴 능선을 이루고 있다.
방목하여 기르고 있는 소들이 길을 막고 있어 여인들은 두려워하기도 한다
개끄리민소(沼)
바윗속으로 개를 끌고 들어가는 것처럼 깊이 파여 있어 지어진 이름이다
수천년간 흐르는 물길이 암벽을 뚫고 들어간 독특한 지형으로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식물인 솔잎난이 자생하고 있다.
창고천이 바다와 만나는 끝부분을 황개천이라고 한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조간대여서 '가끔 누런 참게가 나타났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오늘의 종착지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옆으로는 소금막 해변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고, 뒤로는 산방산이 서 있다
앞으로는 가파도, 마라도, 형제섬 등이 한눈에 펼쳐져 아름다운 해변이다.
점심 식사
만미식당에서 약간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 메뉴는 신선한 해물이 들어간 해물전골이다
시원한 쏘맥을 몇잔 들이키니 쌓인 피로가 싹~ 가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