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편집: 묵은지
묵은지는 지난 몇 년전 5월 말(末)과 6월 초순(初旬)사이인 요맘때 안사람과 같이 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중에 묵은지의 마음을 더없이 사로잡았던 오스트리아의 여행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오스트리아 서부(西部)쪽으로 가면 알프스의 관문(關門)으로 잘 알려진 중후(重厚)한 옛 도시 '잘츠부르크'의 정경(情景)을 볼 수가 있는데 그야말로 발길이 닿는 곳마다 한 폭의 잘 그려진 풍경화(風景畵)와 같은 곳 입니다. 특히 유월의 햇살에도 아직 녹지않은 잔설(殘雪)이 쌓여있는 웅장(雄壯)한 알프스 산을 배경(背景)으로 펼쳐진 '잘츠캄머굿'은 '황제의 소금창고'라는 의미도 있지만 무려 70여개가 넘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 풍치(風致)를 더하고 있습니다. 알프스의 천년설(千年雪)이 녹아 흐르는 맑은 물의 호숫가에 그림같은 작은마을 '할슈타트', 모차르트의 어머니가 태어나 살았던 외가(外家)가 있는 '세인트 길겐'마을, 그리고 바로 그 옆 백조들이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 '볼프강' 호수 등은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잘츠부르크라는 도시의 지명(地名)은 이곳의 언어인 독일어로 잘츠(Salz:소금)와 부르크(Burg:성城)의 뜻을 합친 말로 '소금성'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지명에서도 금방 알 수 있듯이 과거 금보다도 더 가치가 있었던 귀한 소금이 생산(生産)되는 곳으로 엄청난 양의 소금이 묻혀있는 광산(鑛山)이 있었던 탓에 이 도시는 부유(富裕)했던 그 옛날의 영화(榮華)를 과시(誇示)라도 하듯 곳곳에 우뚝우뚝 자리한 부(富)와 권력(權力)을 상징(象徵)하는 거대한 바로크 양식(樣式)의 건축물(建築物)들이 세워져 있고 이곳 사람들 대개가 경제적(經濟的)으로 여유로운 덕에 품격(品格)높은 귀족(貴族)들이나 즐길수 있었던 예술성 짙은 음악의 생활화는 물론이고 작곡가(作曲家)인 '모차르트'나 지휘자(指揮者)로 명성을 날린 '카라얀'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런가하면 뛰어난 풍광(風光)을 자랑하는 천혜(天惠)의 자연(自然)은 이런 음악가들의 아름다운 선율(旋律)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마냥 행복하고 풍요(豊饒)롭게 합니다. 잘츠부르크는 무엇보다도 오래전에 감성(感性)이 촉촉했던 미소년 묵은지의 순수했던 마음 속과 많은 사람들에게 감흥(感興)을 준 추억(追憶)의 뮤지컬 명화(名畵)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의 주 무대(舞臺)이기도 한데 이 영화는 원작에 충실(充實)하려고 실제로 이곳에서 있었던 사실적인 내용을 위주(爲主)로 제작되었으며 등장 인물들도 전개(展開)되는 상황에 맞춰 약간의 각색(脚色)은 있었지만 실존(實存)했던 사람들과 거의 유사(類似)하게 설정(設定)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내용은 트라프가의 가정에서 일어났던 실제로의 일을 원작자(原作者)이면서 실제 여주인공이기도 한 '마리아 폰 트라프'의 회고록(回顧錄)인 '트라프 가문의 가수들 이야기(The Story of the Trapp Family Singers)'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작품(作品)으로 당대(當代)에 미국 뮤지컬계에서 제작자(製作者)로 명성(名聲)을 날렸던 '리처드 로저스'가 음악을 맡고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가사(歌詞)를 써 브로드웨이에서 1959년 11월 16일에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타이틀로 초연(初演)되었습니다. 이때는 뮤지컬 배우인 '메리 마틴'과 '테오도르 바이클'이 주인공으로 연기를 하였지만 1965년에는 '줄리 앤드류스'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주연인 동명(同名)의 제목으로 뮤지컬 영화가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에도 1969년에 상영(上映)되어 묵은지는 물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몇 차례 재개봉(再開封)을 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 영화입니다.
리처드 로저스(왼쪽),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오른쪽)
이 영화를 감독(監督)한 '로버트 와이즈' 역시 제작자이자 명감독으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나 '지구 최후의 날' 등 다수(多數)의 영화를 만들어 냈으며 지난 2005년 9월, 향년(享年) 91세로 타계(他界)하였습니다. 뮤지컬 영화인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영화의 특성상 내용중에 나오는 노래가 많은데 '에델바이스'나 '도레미송' 등은 어지간한 사람들도 다아는 잘 알려진 노래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는 처음 장면(場面)에 아름다운 알프스 산의 영상(映像)이 펼쳐지며 발랄하고 말괄량이같은 '마리아(줄리 앤드류스 분分)'가 노래를 부르며 들판을 뛰노는 장면은 보는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매우 인상깊은 장면이었고 수녀원장에 의해 해군 대령 출신인 '루트비히 폰 트라프(크리스토퍼 플러머 분分)'의 집에 가정교사로 보내진 마리아는 그 곳에서 엄마가 없이 살고있는 일곱명의 아이들을 돌보게 되는데, 군대식(軍隊式)으로 이끌던 딱딱하고 엄격(嚴格)한 집안 분위기(雰圍氣)를 아이들과 함께 밝고 명랑(明朗)하게 바꾸어 가는 과정이 관객(觀客)들을 재미있게 해줍니다.
백작부인(伯爵夫人)과 결혼(結婚)을 생각하고 있었던 대령은 자유분방(自由奔放)하고 발랄(潑剌)한 마리아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고 결국 백작부인과 결별(訣別)을 한 대령은 마리아에게 청혼(請婚)을 하고 둘은 곧 결혼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대령은 독일로 부터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나 전쟁터에 나가라는 소집명령(召集命令)을 받게 되는데 대령과 마리아는 아이들과 함께 소집명령을 피해 도피계획(逃避計劃)을 짜고 오스트리아를 탈출(脫出)할 결심을 합니다. 그 와중에 가족 합창단(合唱團)의 열띤 연습으로 마침내 성공적(成功的)인 공연을 마치게 되고 대령과 가족들은 모두 탈출을 감행(敢行)하여 피신처(避身處)인 스위스 땅을 밟는데 성공을 합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여주인공인 마리아 트라프는 이 사실적인 내용을 쓴 원작자로 '마리아 아우구스타 폰 트라프' 부인인데 남편으로 나오는 대령의 역할(役割)인 실제인물 '게오르크 루트비히 폰 트라프'의 두번째 부인으로 병(病)으로 죽은 전 부인에게서 낳은 기존의 일곱명의 자식들 외에 세명을 더 낳아 모두 열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유럽에서 발발한 세계 2차 대전인 전쟁(戰爭)을 피해 1938년 모두 미국으로 망명(亡命)하여 펜실베이니아에 정착(定着)하였으며 가족 모두는 그 곳에서 '폰 트라프 합창단'을 만들어 유럽 민요 등을 부르며 공연을 통해 생계(生計)를 이어갔습니다. 마리아 부인의 실제 성격은 영화속의 마리아와는 달리 엄격하고 까다로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 역시도 1987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회고록을 바탕으로 이들 가족을 소재(素材)로한 영화는 이미 1956년과 1958년에 독일에서 '폰 트라프 가족'과 속편(續篇)겪인 '미국의 폰 트라프 가족'이란 제목으로 만들어져 개봉(開封)을 했었는데 이를 본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인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에 의해 손질이 가해져서 1959년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 제목의 뮤지컬로 탄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 꾸준히 공연이 지속되었고 결국 1965년에 줄리 앤드류스라는 대스타가 세상에 알려지는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트라프 대령으로 등장을 하지만 실제로는 해군 소령으로 예편(豫編)하였으며 현역(現役)으로 있을 당시에는 전쟁 수행(遂行) 능력(能力)이 뛰어나 '잠수함의 에이스'로 알려지기도 하였습니다. 전형적(典型的)인 군인 가문(家門)으로 부친(父親) 역시 해군 중령 출신인데 정작 트라프 본인은 조국을 떠나 1947년 망명생활을 하던 미국 버몬트 주 '스토'에서 무려 30여명으로 불어난 대 가족들을 뒤로한채 폐암(肺癌)으로 사망하였습니다.
미국으로 망명한 후 평범(平凡)하게 살던 트라프 일가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 영화가 만들어져 개봉이 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다시 주목(注目)을 받으며 일약 스타 가문으로 세상에 알려지게되었습니다. 그들 역시 이렇게 조성(造成)된 유명세에 힘입어 한동안 생업(生業)으로도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가 있었으며 모은 돈을 들여 미국 버몬트 주(州)의 스토라는 곳에 산장(山莊)을 사들여 '폰 트라프 산장'이란 이름으로 명명(命名)하고 후손(後孫)들에 의해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실제의 주인공인 트라프 부부 두사람은 세상을 떠났지만 마리아 역을 연기했던 줄리 앤드류스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까지 건강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트라프 대령역을 맡았던 캐나다 출신의 배우인 크리스토퍼 플러머 역시 아직까지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장면에 나오는 잘츠부르크 '미라벨 정원'에서 筆者 묵은지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