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종일을 굶었다.
서방과 싸움하느라고...
싸움의 발단은 이랬다.
화요일의 상담.
수요일의 상담일정이 있었는데...
일정이라는 것이 퇴근하고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보통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하며 9시를 후딱 넘기기가 일쑤이다.
하여, 화요일은 수원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유하고,
수요일은 하루종일 수원집을 치우고...(수건삶고, 이불호청도 갈고, 여기저기 닦고)
시간에 맞춰서 상담을 나가려니.... 눈이 떠지지 않을만큼 넘 피곤했다.
그래도... 내담자에게는 인생이 달려있는 문제인데...
열심을 다해 상담을 끝내고 난후 시간을 보니 10시 15분..
이곳 신창으로 오는 전철이 10시 26분에 있고, 11시차가 막차라 하니.... 무조건 시간에 맞춰 수원역으로 뛰어야할 상황.
그렇게 탕정집을 향해서 내 마지막 남은 힘을 소진했다.
잠깐씩 생각을 하긴 했었다.
넘 힘든데, 그냥 수원집으로 들어갈까?
아냐... 암만 내 일이라고 해도, 서방을 또 혼자있게 할 수는 없는거잖아?
다시 집으로 갔다가 내일 다시 준비해서 나오려면... 귀찮기도 하니.. 피곤해도 오늘 가는것이 맞겠지?
그래... 제일 중요한것은 우리 가정이 아니겠어?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선... 선택이 필요한데..
후회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번복시키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것이 맞다 생각되면... 좀 무리해서 결정을 할때가 많다.
이런점에서 서방과 나는 의견차이가 많다.
가정을 더 애살스럽게 생각하는 나와..
그것보다는 여유있게... 천천히 오면서 안전을 생각하는 것이 맞다는 서방.
집에 들어오니 12시가 다 되었다.
그 전날 전철역에다 차를 두고 갔기에... 별 불편한점은 없었지만,
수원역에서 전철로 1시간 20분, 들어오는데 차로 10분.
피곤감은 죽을만큼.... 아주 즉을만큼... 엄습해왔다.
게다가 비까지 주룩주룩...
이렇게 늦게 왔다는 것이 서방의 비위를 상하게 했다는 것은 싸움이 끝난 후 대화를 통해서 다시 알았다.
나는... 당신이 그렇게 늦게 오는것이 맘에 안들었어.
내일 여유있게 올 수도 있는데... 당신이 젊은 것도 아니고,,,, 안전도 생각해야 하는 나이이고...
죽어라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사실... 서방도 심신이 편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여러가지 이유로 금연이 시작된 그 날.
40여년의 흡연기억이 있는 뇌에서 자꾸만 금연의 훼방꾼이 되어 본인을 힘들게 하고 있었고,
나는 나대로 그 상황을 알기에.. 더 집으로 갔던 것이었다.
사실 맘으로는 그랬다.
금요일 밤이니만큼... 여유있게 이야기도 좀 하고, 영화도 좀 보고,,,해야지?
그랬는데.... 그랬는데...
분위기상 던졌던 말에 날카롭게 대꾸했던 서방이 넘 미웠다.
나는... 죽을만큼 힘들더라도.. 이렇게 왔는데..
서방이 내뱉은 말 한마디에 오만가지... 잡생각이 나를 휘몰았고,,
갑자기 넘 서러워지고...그래서... 이차.. 저차...
그런 싸움이 다음날 오후5시까지 이어졌다.
서로 다른 방에서,,, 서로 말 안하고,,, 하루종일 밥도 안하고,,, 하루종일 날카로운 심경으로..
서방은 금연으로 더 날카롭고,
난... 그런 서방이 더 야속하고..
결국,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서로 고합지르고, 서로가 죽일듯 미워서 내지르다가도..
몇마디의 말에 다시 화해하고,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한 침대에 다시 눕게 되는 부부싸움.
서방의 권유로 하루종일의 허기를 밖으로 나가 어죽으로 때우고...
다시 티비앞에서 무신으로 마무리하는 부부싸움..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지만,...
그 원인이 아주 조그만 말 실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아직도... 그 몇마디가 서운한것은
사랑인가? 애증인가? ㅎㅎㅎ
에구
사람 사는 일이 참..... 요지경속이다.
첫댓글 오마낫~싸우기도 하세요? ㅎㅎ사랑싸움이시네요..때론 고래고래 마음을 털어내는것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듯 한데~우린 그럴 기회를 안주네요..나도 카타르시스를 느낄만치 싸워보고 싶은 이 충동?ㅎㅎㅎ
아무나되는게 아니랍니다ㅎㅎ
서로 넘 바쁘고 피곤하면 별거 아닌 일로 감성이 곤두서지요.. 서로에게 기대하는 게 무너질 때도 그렇고요,
부부가 매일 좋을 수 는 없지요.
지금 쯤은 또 다시 편안한 일상이 되셨겠지요??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 그리 된 듯 합니다.
애정도 관심도 넘치면 항상 문제입니다.
글케말입니다 칼로 물베어봤자 자국도 안남고 오늘은 하루종일 의기투합입니다^^
얼마든지 좀 서운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날선 반응은 하지 않는게 좋은 것 같아요...
저의 요즘 과제입니다
공들인만큼 서운한것이 많은듯해요 내주장이 넘 강해서 그럴수도 있고 ㅠㅠ 에구 비아님이 아니고 제가 그렇다구요 ~~
오메 난 맨날 싸운디.. 근디 오분도 안되서 금방 풀어지고요..ㅋㅋㅋㅋㅋㅋㅋ
아~~~하~~~ 깜찍쎔도.......부부싸움을 하시고 사시는구나......
나같은 사람만 싸우고 사는지 알았는데......허기사 난 싸움도 아녀 매번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ㅎㅎㅎ
이렇게 살다 뒤져야지....하고 생각하고 사는데 요번 기회에 깜찍쎔한테 과외공부좀...안될까요 ~~~???? ㅎㅎㅎ
에고 그리 싸우며 살아가는거죠. 하하.. 어죽을 좋아하시는군요. 나도 십여년전에 발안쪽의 어느 작은강가에 벗들과 놀러가서 어죽을 끓여서 먹었는데 생전 첨 먹은거였는데 잊을 수가 없네요. 주로 남자들이 끓이던데요.
하하 질주님 뭔 쌈 과외까지나.. 본능적으로 실행하시면 될텐데.. 실은 저도 시어머니 모시고 살았어서 쌈은 전혀 못하고 그저 다독이면서 살았기에.. 참부럽습니다. 깜찍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