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정 4일 연휴의 첫째날이다.
승건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구정이기도 하다.
승건이는 오늘이 구정인지는 모르지만 무슨 특별한 날인지는 직감으로 알고 있다.
승건이는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가고 싶은 곳으로 기어다닌다.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야 장난감을 만지고 매트 밖으로 기어가는 일이지만 확실하게 목표를 정하고 행동한다.
승건이 눈에 할머니 할아버지도 평소에 입지 않던 옷을 입고 계시고 삼춘과 숙모도 오셨다.
사람이 북적이니 기분이 산만해 지기는 해도 좋은 모양이다.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치면 입가에 웃음이 피어난다.
아윤이는 오늘도 현관문을 들어서는 할머니를 보면서 하는 말이 ,김밥 가지고 왔어, 이다.
아윤이 김밥은 어른들의 깁밥에 깻잎과 우영을 빼서 맛이 야간 단맛이 나는 싱거운 김밥이지만 아윤이 입에는 특별한 모양이다.
아윤이는 한복을 입고 세번이나 세배를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라고 또렷하게 말을 하고는 몸을 작게 웅크리면서 고개를 깊숙히 숙인다.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생각을 하는 행동이다.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자고 하면 고개를 뒤로 제치기도하고, 일부러 이쁘게 웃어 보이기도 하면서 손가락으로 턱을 좁게 만들기도 한다.
아침 식사가 늦어져서 점심 식사가 되었다.
10시40분경에 종운이 부부가 오고 바로 세배하고 나서 안양천 산보를 다녀 왔다.
식탁의 매뉴가 화려하다.
일단 색깔부터 조화롭다.
부드러운 색깔이 부담스럽지 않다.
진한 갈색 갈비찜, 초록색 전복 야채볶음, 야체 월남쌈, 야채로만 만든 부침개 , 버섯전, 동태전, 노란 지단이 얻어진 흰색의 떡국.
대채로 기름기가 빠진 담백한 맛의 음식이다.
세 집에서 각각 해 온 음식이 잘 어울리는 식탁이 되었다.
점심에 마신 포도주가 몸을 나른하게 한다.
다시 안양천 산보를 하자고 하니 아윤이가 완강하게 싫다고 한다. 2시30분 경에 집을 나서려고 하니 아윤이가 싫다고 하던 윳놀이를 하자고 한다.
입었던 옷을 벗고 다시 윤놀이를 했다.
아윤이는 처음에는 신이나서 하더니 상황이 불리해지니 그만 하자고 소파로 가버린다.
내일을 위해 할머니 그리고 삼춘은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